“근대 거리, 밤에 깨어난다”…목포 문화유산 야행의 낭만과 재발견

요즘은 밤이 내리면, 오래된 거리를 천천히 걷는 사람이 많다. 예전엔 잠든 도시라 여겨졌던 목포가 이제는 문화유산 야행의 모습으로 색다른 밤의 주인공이 됐다.  

전남 목포시 중심에서 펼쳐지는 ‘목포 문화유산 야행’은 근대 건축물과 골목, 백년의 시간을 품은 거리에서 지역의 숨결을 촘촘하게 느낄 수 있는 축제다. 이곳을 찾은 방문객들은 경성풍 의상 체험에 빠지거나, 해설사의 이야기에 길을 맡겨 골목골목을 걷는다. 도자기·옥공예 전시를 마주하다 보면 낯익은 풍경조차 새로운 감각으로 다가온다.  

이 축제는 야경, 야화, 야로, 야시, 야설, 야식, 야사, 야숙. 여덟 갈래 테마를 두루 아우른다. 거리마다 울리는 풍물 퍼레이드,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코스튬 행렬은 사진으로 남기고픈 명장면을 곳곳에 펼쳐놓는다. SNS에는 저마다의 인증샷이 쏟아진다.  

이런 변화는 미각에서도 분명하다. 남도 특유의 푸짐한 음식과 목포술, 푸드트럭부터 남도시락만찬회까지 밤의 정취를 오롯이 완성한다. 밤공기와 어우러진 문화유산의 시간여행 콘서트, 명창·명무의 무대에선 가족 단위 관람객도, 여행객도 자연스럽게 과거와 현재를 잇는 감동을 느꼈다.  

관광업계 관계자들은 “정체성 있는 지역축제는 삶의 리듬을 다시 세우는 계기가 된다”고 분석했다. 야간 투어와 숙박 결합, 해설 및 각종 체험 콘텐츠 구성이 도시 여행 방식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는 것.  

커뮤니티 반응도 흥미롭다. “아이와 함께 오랜 시간 산책할 수 있어 좋았다”, “목포는 밤이 아름답다”는 방문객 후기, “역사와 예술이 살아있는 도시 같다”는 댓글은 이 축제만의 특별함을 실감하게 한다.  

작고 소박한 변주지만, 야행은 옛 기억을 소환하는 시간표이자, 도시의 매력을 재발견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올해 10월 17일부터 19일까지 이어질 목포의 밤을 통해, 우리 일상에도 과거의 빛과 오늘의 위로가 은은하게 스며든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