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매각 의혹, 명예 훼손 책임 인정돼야"…오세현, 박경귀 상대로 손배소 일부 승소
정치적 공방이 법정 다툼으로 번졌고, 법원이 양측의 공방에 분명한 선을 그었다. 지방선거 과정에서 제기된 부동산 허위 매각 의혹을 둘러싸고 오세현 충남 아산시장과 박경귀 전 아산시장이 맞붙은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법원이 오 시장 손을 일부 들어줬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민사3단독 신혁재 부장판사는 오세현 시장이 박경귀 전 아산시장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재판부는 "피고는 원고에게 1천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쟁점은 2022년 지방선거 당시 박 전 시장이 제기한 오 시장의 부동산 허위 매각 의혹이었다. 박 전 시장은 선거 과정에서 오 시장을 상대로 허위 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기소됐고, 공직선거법 위반 허위 사실 공표 혐의가 인정돼 지난해 형사 처벌을 받았다. 박 전 시장은 벌금 1천500만원을 확정받으면서 당선 무효가 됐다.
형사 판결 확정 이후 오세현 시장은 자신의 명예와 인격권이 중대하게 침해됐다며 민사 소송에 나섰다. 오 시장은 위자료 2억원을 청구하고, 전국 일간지에 사과문을 게재할 것도 함께 요구했다. 오 시장은 박 전 시장의 허위 의혹 제기가 선거 결과와 정치적 경력에 심각한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해 왔다.
반면 박경귀 전 시장은 공직선거법 위반과 민사상 명예훼손은 구성요건과 보호 법익이 다르다고 맞섰다. 형사 사건에서 유죄가 인정됐더라도 곧바로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으로 이어질 수 없고, 손해배상 청구의 소멸시효도 이미 지났다고 주장했다. 또 선거 과정에서 제기한 문제 제기는 공적 관심사에 대한 비판의 일환이었다고도 강조했다.
그러나 법원 판단은 달랐다. 신혁재 부장판사는 판결문에서 "피고는 당시 상대 후보의 부동산 허위 매각 의혹의 허위성을 인식하고도 허위의 사실을 적시해 원고의 명예를 훼손한 것에 해당해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단순한 선거 비판을 넘어, 허위임을 알면서도 사실처럼 발언한 행위로 본 것이다.
다만 법원은 오 시장이 요구한 일간지 사과문 게재 청구에 대해서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양심의 자유와 인격권의 침해를 초래해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했다. 피고에게 특정 내용의 사과문을 강제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와 양심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조치라는 이유에서다.
위자료 액수도 당초 청구액 2억원에서 1천500만원으로 크게 줄었다. 재판부는 "형사사건 진행 경과 등 제반 사정을 두루 참작해 직권으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박 전 시장이 이미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천500만원을 선고받아 당선이 무효된 점, 선거 과정 특성, 발언 경위 등을 두루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박 전 시장은 2022년 지방선거에서 오세현 시장을 누르고 아산시장에 당선됐으나, 허위사실 공표죄로 형사 유죄가 확정되면서 당선이 무효가 됐다. 이후 올해 4월 치러진 재선거에서 오세현 시장이 다시 아산시장에 당선되며 정치 지형이 재편됐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판결이 선거 과정에서의 허위 사실 공표에 대해 형사 책임뿐 아니라 민사상 책임도 명확히 물은 사례로 평가하고 있다.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네거티브 공방에 제동을 거는 신호라는 해석도 뒤따랐다.
한편 박경귀 전 시장 측이 항소에 나설지 여부에 따라 법정 공방이 이어질 가능성도 남았다. 향후 항소심 결과에 따라 선거 과정에서의 허위 사실 유포 관행에 대한 법원의 기준이 한층 더 구체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치권은 선거법 위반과 명예훼손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는 만큼 관련 법제 정비를 둘러싼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