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나도 예술가가 되는 하루”…월미공원을 물들인 인천생활문화축제의 온기

신유리 기자
입력

요즘 도심 공원에선 누군가의 연주와 시민의 웃음이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예전에는 특별한 사람들의 무대라 여겨졌지만, 인천생활문화축제에서는 누구나 하루의 주인공이 됐다.

 

인천광역시 중구 월미공원에 마련된 축제 현장은 아침부터 다양한 동아리 무대와 전시, 체험행사로 북적였다. 100팀이 넘는 밴드, 연극, 오케스트라 그리고 한국무용 동아리들이 무대에 오르면서, 평범한 일상과 예술 사이의 거리가 한껏 좁혀졌다. 스탬프 이벤트와 캘리그라피, 도자기 체험 등 손이 닿는 모든 순간에 각자의 취향이 자연스레 드러났다. 전통놀이터에서 가족과 함께 뛰노는 모습, 포토존과 페이스 페인팅으로 얼굴에 색을 입히는 아이들의 표정은 축제만의 생기를 더했다.

밴드 공연부터 전통놀이까지…‘인천생활문화축제’ 인천 월미공원서 열린다
밴드 공연부터 전통놀이까지…‘인천생활문화축제’ 인천 월미공원서 열린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지역 생활문화 동아리 활동에 참여하는 시민 비중이 꾸준히 늘고 있고, 가족 단위 방문자도 크게 확장됐다. 전문가들은 “일상에서 문화 경험이 이루어지는 바로 그 순간, 우리가 도시의 주인임을 다시 자각한다”고 표현한다. 이때 필요한 건 대단한 예술재능보다 취향을 발견할 용기와 참여의 즐거움이다.

 

관람객도 직접 예술가가 되는 느긋한 분위기 덕분일까. “딱히 그림 솜씨가 없어도, 캘리그라피를 따라 쓰며 새로운 나를 만난다”는 한 시민, “아이와 함께 전통놀이를 하다 보니 내 어릴 적 추억이 떠오른다”는 부모들의 고백이 이어진다. 커뮤니티 반응도 흥미롭다. “이런 축제가 자주 열렸으면 좋겠다”, “이젠 문화는 먼 곳에 있지 않다”는 댓글이 젊은 부모와 중장년 모두에게 공감을 얻는다.

 

현장의 온기는 축제가 끝난 뒤에도 오래 남는다. 사회적 거리나 나이, 재능의 선이 희미해지고 모두가 예술의 주인이 되는 곳. 인천생활문화축제는 삶의 작은 취향이 모여 도시의 얼굴을 빚는다는 사실을 조용히 일깨운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신유리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인천생활문화축제#월미공원#생활문화동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