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전기요금 차등 검토”…정청래·최태원, 균형발전 해법 놓고 회동
지역 불균형과 산업 현장을 둘러싼 갈등 지점에 정치권과 재계가 맞붙었다. 수도권 전력망 포화와 지방 소멸 위기가 겹치면서,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제와 저탄소 산업 특구 조성이 새 돌파구가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단은 16일 서울 중구 상의회관 챔버라운지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정책 지도부를 초청해 지역 발전을 주제로 간담회를 열었다. 대한상의는 이 자리에서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제 도입, 저탄소 철강특구 지원,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생산세액공제 도입 등을 공식 건의했다고 민주당 권향엽 대변인이 전했다.

권 대변인은 간담회 후 브리핑에서 지역 기업의 전력 비용 문제를 가장 먼저 거론했다. 그는 "지역에서 기업 할 때 전기요금 문제가 어렵다"며 "수도권의 전력망 포화를 해소하기 위해 지역으로 내려간 기업들에 대해 전력 요금을 차등화해야 하나는 요구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면서도 지방 입지 기업의 비용 부담을 덜어야 한다는 취지다.
간담회에서는 이미 국회를 통과한 분산에너지 활성화 관련 입법을 기반으로 한 정책 조정 필요성도 논의됐다. 권 대변인은 분산에너지법을 언급하며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제의 근거 규정을 마련한 법"이라고 소개했다. 이 법을 토대로 산업 구조와 전력 수급 여건을 반영한 지역 요금제를 설계하자는 의견이 오갔다는 설명이다.
정청래 대표는 제도화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분산에너지법 후속 절차와 관련해 "법 시행을 위한 세부 방안 연구용역이 마무리되면 지역별 차등 요금제 적용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연구용역 결과와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을 지켜본 뒤 구체적 입법·정책안을 마련하겠다는 뜻을 드러낸 셈이다.
지난달 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이른바 K-스틸법 시행과 연계한 지원 요구도 쏟아졌다. 권 대변인은 "포항, 광양 등 소재 철강산업 지역이 탄소중립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들 산단을 저탄소 산업을 가속화하기 위한 특구로 지정해달라는 의미"라고 전했다. 탄소 규제 강화로 압박을 받는 철강 도시를 저탄소 전환의 거점으로 만들기 위해 세제 혜택과 규제 특례를 묶은 특구 지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재생에너지 산업 육성 의제도 비중 있게 다뤄졌다. 대한상의 측은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설비의 국내 경쟁력 강화를 위해 생산세액공제 도입을 요구했다. 아울러 지역 단위 에너지 자립 모델을 뒷받침할 재생에너지자립도시특별법의 조속한 국회 통과도 건의 사항으로 제시됐다고 권 대변인은 전했다. 지방 도시를 중심으로 한 분산형 에너지 생태계 구축에 국회가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달라는 요청이다.
이날 간담회에는 더불어민주당에서 정청래 대표를 비롯해 서삼석 최고위원, 한정애 정책위원회 의장, 김원이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간사, 김주영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간사, 정일영 기획재정위원회 의원, 권향엽 대변인, 김영환 당대표 정무실장이 참석했다. 관련 상임위 핵심 인사들이 자리한 만큼, 대한상의 요구가 향후 법안과 예산 심의 과정에 일정 부분 반영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경제계에서는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회장단을 이끌고 나왔다. 양재생 부산상공회의소 회장, 정태희 대전상공회의소 회장, 이형희 SK 부회장, 우기홍 대한항공 부회장, 정연인 두산에너빌리티 부회장, 박승희 삼성전자 사장, 금종한 한화 사장, 허민회 CJ 사장, 김동욱 현대자동차 부사장, 박준성 LG 부사장, 임성복 롯데지주 커뮤니케이션실장, 양원준 포스코홀딩스 부사장, 류근찬 HD현대 부사장, 김성원 GS E&R 대표이사, 임형섭 신세계푸드 대표이사 등이 참석해 지역 현안과 산업 정책을 놓고 정치권과 의견을 나눴다.
최태원 회장은 지역 발전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지역 발전은 포기할 수 없는 일이기에 그동안 정부 차원에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 왔고, 근본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더라도 지속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자리에서 한 방에 해결책이 나오지는 않겠지만 오늘을 계기로 대화와 논의를 계속한다면 긍정적인 방안이 모색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장기적 관점에서 정부·정당·기업 간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는 메시지다.
정청래 대표는 기업의 입지 결정이 국가 균형발전에 미치는 영향을 짚었다. 그는 "지역 소멸, 인구 감소 위기 속에 국가 균형 발전을 위해 기업이 어디에 가서 공장을 짓고 활동하는지는 대단히 중요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또 "균형 발전의 여건을 조성하는 데 함께 머리를 맞댔으면 좋겠다"고 밝히며 정책 파트너로서 재계를 향한 협력을 주문했다.
재계의 요구가 법안과 제도로 이어지기까지는 전력 요금 형평성, 재정 부담, 탄소중립 목표 등 여러 쟁점이 남아 있다. 그러나 분산에너지법, K-스틸법 등 이미 통과된 법률을 매개로 한 후속 입법과 시행령 조정 논의가 본격화할 경우, 여야와 정부, 산업계가 맞물린 정책 협의가 속도를 낼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날 대한상의와 더불어민주당의 간담회는 지방 소멸 위기와 에너지 전환 과제를 둘러싼 정치·경제권의 이해가 정면 충돌하는 자리였다. 국회는 향후 분산에너지법 후속 입법과 재생에너지자립도시특별법 심사 과정에서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제와 저탄소 특구 지원 요구를 놓고 본격 논의에 나설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