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2-ADC, 임상1상서 항종양 효과”…리가켐, 전임상 포함 성과 발표
항체-약물 결합체(ADC) 신약 후보가 복합암 치료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리가켐 바이오사이언스는 유럽종양학회(ESMO) 2025에서 HER2를 타깃으로 하는 항체-약물 결합체 'LCB14'의 글로벌 임상 1상과 중국 임상 2상 중간 결과, 그리고 넥틴 테라퓨틱스와 공동 개발 중인 'LN-4305·LN-4311'의 전임상 성과를 잇따라 발표한다고 밝혔다. HER2-ADC 글로벌 임상은 다양한 고형암 환자에서 항종양 반응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업계 이목을 끌고 있다. 업계는 이번 발표를 신약 기술 경쟁의 분기점으로 본다.
올해 ESMO에서 가장 주목받는 성과는 익수다 테라퓨틱스를 통해 발표되는 'LCB14(HER2-ADC)'의 글로벌 임상 1상 중간 결과다. 본 임상시험(시험명 IKS014)은 HER2(사람 표피 성장인자 수용체 2)를 발현하는 국소 진행성 및 전이성 고형암 환자를 대상으로 실시됐다. 파트1 단계인 용량 증대 cohort에서 44명이 4개 용량군에 투여됐고, 용량제한독성(DLT)이 관찰되지 않아 안정적이라는 평가다. 최대허용용량(MTD)에도 도달하지 않았고, 심각한 부작용도 드러나지 않았다. 특히 유방암, 식도암, 난소암, 담낭암 등 다양한 적응증, 그리고 HER2 저발현 종양 모두에서 '부분 관해(Partial Response, PR)' 등 항종양 활성이 모든 용량군에서 측정됐다. 이런 결과는 기존 ADC 개발 경쟁에서 기술적 우위 가능성을 보여주는 신호다.

항체-약물 결합체(ADC)는 표적 항원을 가진 암세포만을 선택적으로 공격하는 면역항암제로, 항체와 세포독성 약물을 정교하게 결합해 이상 반응을 줄이면서도 치료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리가켐의 LCB14는 기존 ADC 플랫폼 대비 안정성 및 항종양 활성에서 근본적 개선을 모색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HER2 양성 및 저발현 환자 모두에서 효과가 관찰돼 기존 치료 사각지대 보완 가능성도 보인다.
시장 측면에선 HER2-ADC가 기존 항암제 한계를 넘을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진다. 진단을 넘어 치료 옵션 설계와 병용 전략 등에서 의료기관과 환자 모두의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동아시아를 비롯해 HER2 양성 환자 빈도가 높은 시장에서 빠른 임상 진전이 실효성을 높여줄 전망이다.
이번 학회에서 최초 공개된 차세대 파이프라인 LN-4305·LN-4311도 눈길을 끈다. 넥틴 테라퓨틱스와의 협업으로 엑사테칸, MMAE 등 페이로드의 동시 개발이 진행 중이다. 고유 항체 기술과 리가켐바이오의 ADC 플랫폼이 결합된 구조로, 글로벌 신약 시장 내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미국, 일본 등에서는 ADC 허가 신약이 속속 출시되는 가운데 국내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 여부가 변수로 주목된다.
한편, 본 임상은 모두 규제기관 임상승인(IND)을 토대로 국제 기준에 따라 진행됐다. 국내외 승인·허가 프로세스, 연구윤리 및 데이터 안전성 확보 절차 역시 중요 쟁점으로 남아 있다.
전문가들은 “HER2-ADC와 같은 차세대 표적치료제는 항암제 시장 패러다임 자체를 흔들 계기가 될 수 있다”며 “기존 치료 경험이 부족했던 환자군에서 실사용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산업계는 임상 데이터 축적이 신약 허가와 시장 진출로 연결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