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분석이 화재 초기 포착”…주유소 안전, AI 경보로 막는다
충남 논산의 한 주유소 앞에서 차량에 불이 붙었지만, 운전자가 119 신고보다 골프 가방부터 챙기는 모습이 영상으로 알려지며 공분을 샀다. 자칫 주유소 유증기에 불이 옮겨붙었다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한 상황이다. 인화물질이 밀집된 주유소 특성상 몇 초의 대응 지연이 치명적일 수 있다는 점에서, 사람의 판단과 행동에만 의존하지 않는 디지털 안전 인프라의 필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특히 CCTV 화면만으로 연기와 불꽃을 자동 인지해 경보를 울리는 인공지능 영상 분석 기술이 현실 대안으로 거론된다. 업계에서는 국내 주유소와 충전소 안전 체계가 AI 기반 감지와 원격 차단 기술을 얼마나 빠르게 도입하느냐가 향후 화재 리스크 관리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본다.
논산 사고처럼 차량 화재가 주유소 인근에서 발생하면, 초기 1분이 확산 여부를 가르는 사실상 골든타임이 된다. 현재 대부분 주유소는 일반 CCTV와 육안 감시에 의존하고 있어, 인지와 신고, 소화기 대응까지 모두 사람의 판단 순서에 따라 달라지는 구조다. 최근에는 여기에 AI 기반 화재 감지 모듈을 붙여, 카메라 영상에서 연기, 불꽃, 온도 변화 패턴을 실시간 분석하는 시스템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소방당국과 통신사가 협력해 일부 지역 LPG 충전소를 대상으로 시범 운영한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AI 영상 화재 감지의 원리는 영상 프레임에서 색상, 움직임, 모양 변화를 딥러닝 모델에 학습시켜 연기 특유의 회색 농도, 위로 퍼지는 유동 패턴, 불꽃의 깜박임과 색온도 분포를 구분해 내는 방식이다. 기존 열감지 센서나 연기 센서는 일정 농도 이상이 돼야 반응하지만, 영상 AI는 화면상 작은 연기 기둥이나 보닛 틈 사이에서 나오는 미세한 연기부터 포착할 수 있다. 실제 상용 솔루션에서는 연기 탐지 거리 100미터 이상, 인지 시간을 수 초 단위로 줄였다는 성능을 내세우고 있다. 오탐률도 기존 움직임 감지 기반 대비 절반 수준으로 낮췄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이번 논란에서 드러났듯, 사람은 위기 상황에서 사물 재산 보호와 안전 조치를 혼동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AI 기반 감지 시스템은 주유소 진입로와 주유기 주변, 실내외 사무실, 세차장 라인 등 고위험 구역을 구획해 각 카메라에서 이상 패턴이 감지될 경우, 현장 경보와 동시에 관제실 모니터에 위치를 표시한다. 일부 솔루션은 관제 서버와 소방서 상황실을 연동해 자동으로 화재 가능성을 통보하거나, 평소보다 빠른 신고를 유도하는 기능도 갖추고 있다. 사람의 행동 지연을 시스템이 보완하는 구조다.
국내외에서 AI 화재 감지 기술은 물류창고와 공장, 터널, 대형 쇼핑몰 위주로 확산돼 왔다. 최근에는 전기차 화재, 충전소 화재 우려가 커지면서 주유소와 수소충전소까지 적용 범위가 넓어지는 추세다. 수요 측면에서는 보험업계가 화재 리스크를 낮출 수단으로 디지털 감지 시스템을 주목하고 있다. 화재 예방 설비를 갖춘 사업장에 보험료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식으로, AI 감지 도입을 간접적으로 유도하는 구조가 만들어질 가능성도 언급된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AI 기반 화재 감지와 스마트 CCTV는 이미 경쟁이 본격화된 상황이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대형 산불 예방을 위해 산악 지대에 설치된 카메라를 AI로 분석해 연기를 조기에 포착하는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일본과 독일은 지하철역과 터널, 항만 물류시설을 중심으로 영상 기반 화재 감지를 의무화하거나 가이드라인에 포함하려는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 스타트업과 통신 장비 업체도 이러한 흐름에 맞춰 소방 설비 업체, 건설사와 손잡고 패키지 솔루션 형태의 공급을 준비하는 양상이다.
규제와 제도 측면에서 AI 영상 분석은 아직 명확한 표준이 정리되지 않은 영역으로 남아 있다. 소방시설 설치 기준은 주로 감지기, 스프링클러, 경보 설비 등 물리적 장비 위주로 규정돼 있어, AI 감지 알고리즘의 성능 기준과 인증 체계는 미비한 상태다. 식별 가능한 인물 영상이 포함되는 특성상 개인정보 보호 규정과의 충돌 우려도 존재한다. CCTV 영상에 AI 분석 기능을 얹는 순간, 단순 녹화에서 나아가 행동 분석, 위치 추적까지 파생될 수 있기 때문에, 기술 도입과 함께 데이터 활용 범위와 보관 기간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가 요구된다.
전문가들은 주유소와 같은 고위험 사업장에 한해 AI 화재 감지와 원격 제어 기능을 결합한 형태의 특화 규제가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예를 들어 AI가 차량 하부나 주유기 주변에서 비정상적인 연기 패턴을 감지하면, 주유 펌프 전원을 자동 차단하고, 관제실과 소방당국에 동시에 알리는 구조를 제도적으로 허용하는 방식이다. 화재 징후 인지부터 전원 차단까지 걸리는 시간을 10초 이내로 줄일 수 있다면, 주유소와 충전소 화재의 상당 부분은 대형 참사로 번지기 전에 차단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논산 주유소 화재 논란은 개인의 위기 대응 태도에 대한 비난으로만 끝날 사안이 아니라, 사람의 실수와 지연을 전제로 한 디지털 안전망 구축 필요성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산업계는 AI 영상 분석과 원격 제어 기술이 실제 주유소 현장에 얼마나 빠르게 안착해, 법과 제도의 울타리 안에서 작동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기술과 안전, 개인정보 보호와 감시 우려 사이의 균형이 향후 주유소와 에너지 인프라 산업의 새로운 성장 조건이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