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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도 치료된다 주장”…식약처, 온라인 식품허위광고 집중 적발

한채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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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식품을 마치 암 예방이나 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처럼 포장한 온라인 광고가 규제의 도마에 올랐다. 규제 사각지대에 있던 사회관계망 기반 판매 채널과 해외직구 플랫폼까지 단속 범위가 넓어지면서, 식품과 건강기능식품, 의약품의 경계를 흐리는 광고 관행에 제동이 걸리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온라인 건강식품 시장의 신뢰 회복 여부를 가를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9일 소비자식품위생감시원과 함께 온라인 쇼핑몰과 사회관계망 등에서 이뤄지는 식품 광고와 판매 게시물을 특별 점검한 결과, 총 280건의 위반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적발 대상은 온라인 부당광고 183건과 해외직구 위해식품 불법 유통 97건이다. 식약처는 이들 게시물에 대해 관할 기관과 협조해 접속차단과 게시물 삭제를 요청하는 등 신속 조치를 진행했다. 점검에는 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장이 위촉한 소비자식품위생감시원 가운데 식품 온라인 부당광고 관리 교육을 이수한 인원 44명이 참여해 모니터링을 수행했다.  

식약처가 문제 삼은 핵심은 온라인 환경에서 건강 정보와 상업적 광고가 뒤섞이면서, 소비자가 특정 식품을 의약품처럼 오인하도록 유도하는 구조다. 일반적으로 식품은 영양 보충과 기호성 위주의 섭취를 전제로 하고, 건강기능식품은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특정 기능성을 인정받은 제품이다. 반면 의약품은 질병의 진단, 치료, 경감, 예방을 목적으로 엄격한 허가 절차를 거친다. 이번에 적발된 광고 상당수는 이런 법적·기능적 구분을 의도적으로 흐려, 과학적 검증을 거치지 않은 효능을 내세워 판매를 확대해 왔다.  

 

구체적으로 보면 일반식품을 영양제나 건강기능식품으로 오인하거나 혼동하게 한 부당광고가 90건으로 가장 많았다. 예를 들어 특정 음료나 과자를 비타민제, 면역력 강화제처럼 표현해 건강기능식품으로 인식하게 만든 사례에 해당한다. 암 예방과 치료, 통증 완화 등 질병 예방·치료 효능이 있는 것처럼 표현한 광고는 77건에 달했다. 이들 광고는 과학적 근거를 충분히 제시하지 못하면서도 암, 당뇨, 관절염 등 중증 질환과 연결해 소비자의 불안을 자극하는 공통점을 가진다.  

 

소비자 체험기를 내세워 효과를 과장하거나, 이른바 키 크는 약처럼 식품을 의약품으로 오인하게 만든 경우도 적발 대상에 포함됐다. 체중 감량, 부기 제거, 피로 회복 등 효능을 앞세운 거짓·과장 광고 역시 문제로 지적됐다. 식약처에 따르면 체험기 형식의 게시물 일부는 실제 복용자가 아닌 마케팅 목적의 허위 사례로 구성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체험기는 개인 경험을 강조하는 특성상 과학적 검증이 부재하더라도 소비자 설득력이 높아, 규제 측면에서 고위험 유형으로 분류되고 있다.  

 

해외직구 식품의 불법 유통도 주된 점검 대상이었다. 식약처는 국내 반입이 차단된 원료나 성분이 포함된 해외직구 식품을 광고·판매한 게시글 97건을 추가로 적발했다. 대표 사례로 멜라토닌이 지목됐다. 멜라토닌은 수면 유도와 생체리듬 조절에 관여하는 물질로, 일부 국가에서는 건강보조제로 널리 유통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용량과 제형에 따라 의약품으로 관리되며, 안전성 검토를 거치지 않은 제품의 무분별한 반입을 제한하고 있다. 그럼에도 해외 온라인 플랫폼에서는 높은 용량의 멜라토닌 제품을 간편한 수면제 대체 수단처럼 홍보하는 사례가 빠르게 확산돼 왔다.  

 

특히 이번 점검은 플랫폼 기반 유통 환경 변화에 맞춰 소비자 단체와 정부가 공조한 형태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빅데이터 광고 시스템과 맞춤형 추천 알고리즘이 적용된 온라인 유통 구조에서는, 특정 키워드 검색이나 관심사 기반 노출만으로도 위해 우려 식품이 단기간에 다수 소비자에게 도달할 수 있다. 식약처가 교육을 이수한 소비자식품위생감시원을 전면에 배치한 것은, 실제 사용자 경험에 기반한 탐지 역량을 끌어올려 플랫폼 상의 허위 광고를 조기에 포착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국내 제도는 건강기능식품과 의약품의 경계를 명확히 구분하고 있지만, 글로벌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해외직구가 일상화되면서 규제 집행의 난도가 높아지는 상황이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건강보조식품 중심 시장이 이미 형성돼 있고, 각국 규제 체계도 다르게 설계돼 있다. 이를 국내 소비자가 그대로 받아들일 경우, 한국의 안전 기준과 충돌하는 제품이 필터링 없이 유입될 수 있다. 결과적으로 각국 규제 차이를 활용한 마케팅이 소비자 안전을 위협하는 구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식약처는 소비자 보호를 위한 자율 점검 기능과 정보 제공 체계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일반식품을 건강기능식품으로 오인하게 만드는 광고가 대거 적발된 만큼, 소비자는 온라인에서 건강기능식품을 구매할 때 제품 표시상의 건강기능식품 인증마크와 기능성 내용 등을 우선 확인해 달라고 당부했다. 인증마크와 기능성 문구는 과학적 근거와 심사를 거쳐 부여된 것으로, 무분별한 체험담이나 과장된 문구와 구분하는 기준이 될 수 있다.  

 

또한 자가 소비를 목적으로 해외 식품을 구매하는 경우에는, 사전에 해외직구식품 올바로 누리집을 통해 국내 반입 차단 대상 원료와 성분이 포함됐는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당 누리집에는 국내 반입이 제한된 성분 목록과 위해 우려 해외직구 제품 정보가 축적돼 있어, 소비자가 직접 위험을 회피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망 역할을 한다.  

 

식약처 관계자는 앞으로도 식품 부당광고와 위해 식품 불법 유통으로 인한 국민 피해를 줄이기 위해 점검 강도를 높이고, 소비자와 함께 건전한 온라인 유통 질서 확립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디지털 플랫폼 기반 유통이 일상화되는 가운데, 산업계는 규제 강화 흐름 속에서 합법적 범위 내 건강정보 제공과 마케팅 전략을 재정비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결국 기술 발전 속도와 플랫폼 확산에 걸맞은 규제 체계와 소비자 인식 제고가 새로운 성장의 조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채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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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의약품안전처#온라인부당광고#해외직구식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