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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X로 체질 개선"…KT, 박윤영 선임해 B2B 성장·신뢰회복 승부수

서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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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전환과 B2B 사업이 통신사를 넘어 디지털 인프라 기업으로의 전환 속도를 좌우하는 시대에 KT가 기술과 현장 경험을 겸비한 내부 출신 리더를 앞세웠다. 5G 투자가 정점을 지난 뒤 통신 본업 성장 정체와 인공지능,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등 신사업 전환이 맞물린 가운데, 새로운 최고경영자에게는 단기 실적뿐 아니라 대내외 신뢰 회복과 장기 성장 스토리 설계가 동시에 요구되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사가 KT의 디지털 인프라 및 B2B 플랫폼 경쟁력 재정비의 분기점이 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KT 이사회는 16일 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상정한 3명의 후보를 대상으로 심층 면접 결과를 검토한 뒤, 박윤영 전 사장을 차기 대표이사 최종 후보로 확정했다. 이사회는 박윤영 후보를 정기 주주총회에 대표이사 선임 안건으로 상정하기로 의결했으며, 주총 승인 절차를 거쳐 공식 취임이 이뤄질 예정이다.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KT 정관에 규정된 대표이사 자격 요건을 기준으로, 외부 인선 자문단의 평가와 주요 이해관계자 의견을 반영해 심사 기준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면접에서는 기업가치 제고, 대내외 신뢰 확보와 협력적 경영환경 조성, 중장기 경영 비전과 변화·혁신 방향,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 마련 등 네 가지 축이 핵심 평가 항목으로 작용했다.

 

박윤영 후보는 KT 내부에서 유무선 통신부터 기업 전용망, 클라우드, 인공지능 기반 솔루션까지 다양한 사업을 경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사회는 통신 인프라와 네트워크 기술을 이해하는 동시에, 디지털전환과 B2B 사업에서 실제 성과를 낸 점을 높게 평가했다. 특히 디지털전환은 기업의 IT 시스템을 클라우드, 데이터 분석, 인공지능 기반 구조로 전환해 업무 효율과 고객 경험을 높이는 전략으로, 통신사가 보유한 네트워크와 데이터센터 인프라와 직접 맞닿아 있다.

 

KT는 최근 기업간거래 시장에서 통신 회선 공급을 넘어, 클라우드 전환 컨설팅, 산업별 맞춤형 플랫폼, 보안 서비스 등 통합 ICT 솔루션 공급자로 포지셔닝을 강화해 왔다. 박 후보는 이런 B2B 영역에서의 사업 구조 재편과 신규 매출원 발굴에 직접 관여해 온 인물로, 이사회는 향후에도 네트워크, 데이터센터, 인공지능, 사물인터넷을 연계한 패키지형 서비스 확장에 적합한 리더라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진다.

 

통신 업계 전반으로 보면, 일본과 유럽 주요 통신사는 이미 B2B와 디지털전환 사업을 차세대 성장 축으로 삼았다. 일본의 NTT는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유럽 통신사들은 스마트팩토리, 에너지 관리, 디지털 헬스케어 영역까지 진출하며 통신망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플랫폼 전략을 강화하는 추세다. KT 역시 한국 시장에서 유사한 전략을 펼치는 상황에서, 박윤영 후보의 선임은 해외 사업자와의 기술·사업 구조 경쟁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KT 이사회는 박윤영 후보가 면접 과정에서 주주와 시장과의 약속 이행을 최우선 과제로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통신사들은 요금제, 망 투자, 주주 환원 정책 등을 두고 금융시장과 규제 당국, 소비자 단체 사이에서 복잡한 이해관계 조정을 요구받고 있다. 이사회는 박 후보가 구체적인 현안 대응 방안을 제시하면서, 규제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동시에 기업가치와 사회적 신뢰를 함께 고려한 경영 방침을 제안한 것으로 평가했다.

 

김용헌 KT 이사회 의장은 “박윤영 후보가 새로운 경영 비전 아래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하고, 변화와 혁신을 주도해 대내외 신뢰를 조속히 회복하며 이해관계자와의 협력 관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기술 기반 사업 운영 능력과 조직 내 소통 역량을 겸비했다는 점도 이사회 의사결정 과정에서 비중 있게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새 CEO 선임 이후 KT가 디지털 인프라와 인공지능, 클라우드, B2B 솔루션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재정비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대형 데이터센터 투자, 인공지능 서비스와 네트워크의 융합, 공공·금융·의료 등 고신뢰 산업 분야에서의 디지털전환 사업 확대 전략이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산업계는 박윤영 후보 체제에서 KT가 기술 혁신과 거버넌스 안정이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풀어내며 실제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얼마나 끌어올릴 수 있을지 지켜보고 있다.

서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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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영#kt#디지털전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