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질환 실시간 집계”…분당서울대병원, 세계지도 플랫폼 선보여
AI(인공지능) 기반 피부질환 진단 기술이 글로벌 보건감시 체계의 한계를 뛰어넘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나정임 교수 연구팀은 자체 개발한 피부질환 AI 알고리즘 '모델 더마톨로지(ModelDerm)'의 전 세계 사용 데이터를 실시간 분석해 국가별 피부질환 발병 현황과 국민 관심도를 시각화하는 '피부질환 세계지도' 플랫폼을 공개했다. 기존 세계보건기구(WHO)도 국가별 세부 통계를 최신으로 집계하지 못한 상황에서, 실시간 데이터로 전 세계 피부질환 패턴과 환자 관심사를 시각적으로 제공한 것은 최초 도전이라는 점에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플랫폼은 지난 한 달간 피부암, 양성종양, 사마귀, 모낭염 등 주요 피부질환의 AI 판독 결과를 1시간 단위로 국가별 집계해 실시간 공개한다. 기존 WHO 시스템이 피부암, 아토피 등 일부 질환만을 수년 단위로 관리했던 한계를 대폭 개선한 셈이다. 실제로 연구진은 15만 건의 국내 임상 데이터와 169만 건의 글로벌 실사용 기록을 교차 분석한 결과, 피부암 진단에 있어 민감도 78.2%, 특이도 88.0%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존 AI 솔루션 대비 신속함과 정확성을 동시에 확보했다는 의미다.

특히 피부암은 북미(2.6%), 양성 종양은 아시아(55.5%), 감염성 질환은 아프리카(17.1%) 등 지역별 대표 질환의 분포가 기존 역학조사와도 일치한다는 점에서, 해당 데이터의 공중보건적 활용 가치가 부각된다. 기존 국제기구 통계로는 접근이 어려운 정보가 신속하게 제공됨에 따라, 각국의 방역·보건 전략 수립에도 새로운 참고 자료가 될 전망이다.
글로벌 보건분야에서는 이미 코로나19 대시보드 등 실시간 감염 현황 플랫폼이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피부질환처럼 다종·다양한 질환군에 대해 실시간 예측 및 추적이 이뤄진 사례는 드물었다. 모델 더마톨로지는 자체 개발 AI를 기반으로, 모바일 앱이나 웹을 통해 피부 사진을 업로드하면 관련 질환을 빠르고 정확히 진단해주는 서비스로, 현재 228개국 100만여 명이 활용할 정도로 세계적 확장성을 갖췄다.
이번 성과에 대해 연구진은 “AI 진단 솔루션의 대규모 실사용 데이터를 정밀하게 합산·분석해, 국가별 피부질환 현황을 일기예보처럼 실시간으로 표출할 수 있다는 점이 핵심”이라며 “글로벌 보건감시체계가 놓치기 쉬운 질환 분포 변동을 민감하게 포착해, 트렌드 분석과 신속 대응에 기여할 것”이라 밝혔다.
한편, 피부질환·AI 융합 진단 기술은 보험·의료 정보보호 등 각국의 제도적 장벽에 직면해 있다. WHO 미집계 정보의 신뢰도, 개인정보 보호, 의료적 사용 승인 여부 등은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업계에서는 기술 상용화와 데이터 거버넌스 규제가 병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산업계는 이번 플랫폼이 실제 글로벌 보건 지표로 자리매김할지, 그리고 데이터 기반 공중보건 관리의 새 패러다임을 촉진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기술과 윤리, 제도적 조치 간 균형이 새로운 성장 조건임이 다시 한 번 부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