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버린 AI 인프라 경쟁력…SK텔레콤, 글로벌 신평사도 주목
소버린 AI 인프라 구축 경쟁이 국가 단위의 기술 전략으로 부상한 가운데 글로벌 신용평가사 모닝스타 DBRS가 한국의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에 참여한 SK텔레콤 컨소시엄을 핵심 플레이어로 꼽았다. 대규모 네트워크와 데이터센터 운영 경험을 보유한 통신사가 국가 차원의 AI 인프라를 실질적으로 통합·구축할 수 있는 최적의 주체라는 진단으로, 한국어와 국내 문화에 특화된 모델을 기반으로 비영어권 AI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업계 관심이 커지고 있다.
모닝스타 DBRS의 스콧 래티 수석 부사장은 12월 23일 SK텔레콤 뉴스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가 추진 중인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와 관련해 SK텔레콤 컨소시엄이 성공적인 수행을 위한 핵심 역량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그는 정부가 해당 컨소시엄을 프로젝트 정예팀 중 하나로 선정한 것을 두고 전략적으로 매우 의미 있는 선택이라고 규정했다.

모닝스타 DBRS는 11월 말 Telecoms Are Well Placed to Benefit from Sovereign AI Infrastructure Plans라는 제목의 리서치 보고서를 통해 소버린 AI 인프라를 국가 인프라 차원의 실행력이 요구되는 영역으로 정의했다. 보고서는 AI 연산 인프라, 네트워크, 전력, 데이터 거버넌스를 동시에 다뤄야 하는 특성상 이들 요소를 장기간 통합 운용해 온 통신사가 가장 현실적인 수행 주체라고 분석했다.
래티 부사장은 SK텔레콤이 AI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축적해 온 운영 경험과 AI 워크로드 실행 역량, 그리고 대규모·복합 네트워크를 안정적으로 운용해 온 트랙레코드가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에서 상당한 경쟁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SK텔레콤 컨소시엄이 정예팀을 대상으로 GPU를 제공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점에 주목하며, GPU 인프라와 관련 서비스 제공 측면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기술적 측면에서 소버린 AI 인프라는 대규모 AI 모델 학습과 추론을 위한 고성능 GPU 클러스터, 이를 연결하는 초고속 네트워크, 안정적인 전력과 냉각 인프라, 그리고 국가별 데이터 규제에 부합하는 보안 체계가 결합된 구조를 의미한다. 래티 부사장은 통신사가 수십 년간 국가 필수 인프라인 광대역 통신망을 구축·운영하면서 검증한 가용성과 안정성, 장애 대응 역량이 이러한 통합 인프라를 구현하는 데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글로벌 경쟁 구도에서 모닝스타 DBRS가 주목한 부분은 SK텔레콤 컨소시엄의 한국어와 한국 문화에 최적화된 AI 모델 개발 역량이다. 영어 데이터 중심으로 발전해 온 글로벌 빅테크 AI 모델과 달리, 한국어 문맥과 표현, 국내 행정·법제·금융 시스템 등 로컬 특성을 정교하게 반영한 소버린 AI 모델은 한국 내 서비스 품질뿐 아니라 아시아 등 비영어권 시장으로의 확장에서도 차별화 포인트가 될 수 있다는 해석이다.
한국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5G와 광통신 인프라를 보유한 국가로, 데이터 집약적인 생성형 AI 서비스의 확산에 적합한 환경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 통신사 주도의 소버린 AI 모델이 결합될 경우, 금융, 공공, 의료, 제조 등 산업 전반에서 데이터 주권을 확보하면서도 AI 활용도를 끌어올리는 구조를 설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래티 부사장은 각국 통신사가 자국 법과 규제, 문화적 규범을 고려해 인프라를 운용해 온 경험을 쌓아왔다는 점을 강조했다. 동시에 정부와의 긴밀한 협력 이력도 보유하고 있어 보안과 개인정보 보호 등 민감성이 높은 소버린 AI 영역에서 신뢰 가능한 파트너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미국과 유럽에서 논의가 진행 중인 데이터 국지화, AI 책임성 규제와 맞물려 통신사 기반 소버린 AI 모델이 글로벌 트렌드로 확산될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정책·규제 측면에서 소버린 AI는 국가가 직접 또는 공적 파트너십을 통해 데이터 거버넌스와 인프라 제어권을 확보하는 구조를 지향한다. AI 연산 자원의 국외 의존도가 높아질 경우 특정 국가나 기업에 대한 종속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정부와 통신사, 전력사 간의 협업을 통해 인프라를 내재화하려는 시도가 각국에서 잇따르고 있다. 한국 정부가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통신사를 정예팀 핵심 파트너로 선정한 것은 이런 글로벌 정책 흐름과 맞닿아 있다.
래티 부사장은 소버린 AI가 비즈니스 운영 방식과 경제 성장 구조, 그리고 개인의 일상까지 폭넓게 변화시킬 것으로 내다봤다. 향후 10년 동안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기술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하면서도, AI 생태계에 속한 기업과 기관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규모 투자를 감내할 수 있는 재무 구조와 더불어 새로운 기회가 등장할 때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애자일 조직 문화를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자본 집약적인 특성 탓에 실행 역량과 투자 우선순위 설정이 성패를 가르는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국내외에서는 이미 빅테크 중심의 초거대 AI 경쟁이 본격화된 상황이다. 여기에 각국 정부가 소버린 AI 인프라 확보에 나서면서 통신사, 클라우드 사업자, 반도체 기업 간 새로운 협력 구도가 형성되는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산업계는 한국형 소버린 AI 모델과 인프라가 실제 서비스와 산업 현장에 안착하며 글로벌 경쟁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