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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A로 가짜 대하 잡는다”…식약처, 과학기술로 수산물 속임수 근절
IT/바이오

“DNA로 가짜 대하 잡는다”…식약처, 과학기술로 수산물 속임수 근절

임태훈 기자
입력

유전자 분석 등 첨단 과학기술이 수산물 진위 판별에 본격 도입되면서, 시장 내 흔한 ‘가짜 대하·참돔’ 논란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까지 흰다리새우를 대하로, 나일틸라피아를 참돔으로 둔갑시킨 사례 등이 적발됐다. 비슷한 외형을 악용한 가격 부풀리기가 반복되면서, 식품표시 경쟁은 ‘분자 수준’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에 진입했다는 평가다.

 

식약처는 검사 결과 옥두어를 옥돔, 영상가이석태를 민어로 속이는 방법까지 동원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대하는 수염처럼 긴 더듬이와 초록빛 꼬리가 특징이지만, 흰다리새우는 짧은 수염·더듬이, 붉은 꼬리가 대표적이다. 민어와 영상가이석태, 참돔과 나일틸라피아 역시 외관·색상만으로는 구분이 어려워 혼란이 커지는 상황이다.

특히 이번 검사에는 PCR 기반 유전자 증폭 방식이 도입됐다. PCR(중합효소연쇄반응)은 생물의 개별 유전자 염기서열을 수백 배 이상 증폭해 원재료 진위를 판별하는 기술이다. 참돔과 나일틸라피아처럼 속살 색상, 조직이 유사한 어종도 특정 유전자 마커 차이가 명확히 드러난다는 점에서 기존 외관이나 육안 감별 방식의 한계를 극복했다. 다만 PCR은 DNA가 손상된 가공품에는 아직 적용이 제한된다.

 

식약처는 앞으로 나일틸라피아, 흰다리새우 등 수입·양식 어종의 국내 유통이 늘어날 것을 대비해, 유전자 진단 체계를 보다 정교하게 구축할 계획임을 시사했다. 업계 역시 “유통 투명성이 높아지면 신뢰 기반 시장 형성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내보이고 있다.

 

한편, 미국·유럽 등 선진국은 이미 DNA 기반 식재료 판별 시스템을 식품 안전 규제에 적극 도입 중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훈제 연어’, ‘와규’ 등 프리미엄 식재료 진위 검증 경쟁이 고도화되고 있으며, 우리나라 역시 식약처·국립생물자원관 등 기관이 공동 대응에 나서고 있다.

 

식품 표시 위반 적발 시에는 광고 수정·행정처분 등 규제가 적용된다. 식약처는 “과학 기반의 거짓 표시 단속은 국민 안전과 산업 질서 확립이라는 점에서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유전체 분석과 IT 접목이 식품 시장 투명성 제고의 핵심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산업계는 이번 기술이 실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임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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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유전자분석#수산물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