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선선하고, 민화는 화려하다”…강진에서 만난 사찰과 예술의 고요함
요즘 선선한 바람 아래 사찰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예전엔 오롯이 종교적 공간이라 여겨졌지만, 지금은 자연과 역사, 예술을 품은 새로운 쉼의 여정이 됐다. 전라남도 강진군은 이 가을의 정취에 가장 잘 어울리는 곳으로, 고요한 산사와 다채로운 문화 유산이 어우러진다.
실제로 10월의 강진은 자연과 사람이 가까워지는 계절이다. 기온은 전날보다 3.1도 내려가 선선하고, 구름 사이로 불어오는 북풍이 곳곳에 맑은 기운을 더한다. 월출산 자락의 무위사에서는 천년 고찰의 안온함을 누릴 수 있다. 국보 극락보전에서 마주하는 조선 초 벽화와 수륙재의 흔적, 해체된 내벽 벽화가 머무른 박물관까지, 곳곳에 세월의 무게가 고요하게 내려앉았다. “맑은 가을 햇살 아래 돌담길을 걷다 보면, 마음까지 느긋해지는 순간이 온다”고 여행자들은 고백한다.

차 한 잔이 건네는 온기 역시 빼놓을 수 없다. 무위사 인근 백운차실에서는 다산 정약용에서 시작돼 한 세기에 걸쳐 이어진 차 문화의 전통을 만날 수 있다. 통창 너머 월출산 풍경과 따뜻한 차, 친근한 서비스가 더해지면서 “여기선 계절이 천천히 흘러가는 것 같다”는 체험담도 많다.
강진은 또 민화의 고장이다. 한국민화뮤지엄에서는 민화 해설사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선조들의 삶과 지혜가 담긴 그림을 직접 그리고 만지는 경험이 가능하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춘화방이나 4D체험으로 다양한 민화 예술의 매력을 새롭게 만나는 중이다.
가을 산사의 고즈넉함을 만끽하고 싶다면 만덕산 백련사도 제격이다. 동백나무와 후박나무, 비자나무가 어우러진 숲길, 오래된 대웅전을 에워싸 자연과 역사가 한 공간에서 숨 쉬는 곳. 한 여행객은 “동백나무 숲을 걷는 동안 마음이 맑아진다”는 감상을 표현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나도 이번 주말엔 강진에 가볼까?”, “민화 체험 너무 궁금하다”, “차 한 잔에 가을이 온다”는 소박한 바람들이 이어진다.
강진의 여정은 화려하지 않지만, 작고 깊은 순간들이 쌓여 마음에 오래 남는다. 천년 사찰, 민화, 그리고 차. 누구나 이곳의 계절 속에서 나만의 시간을 발견하게 된다. 지금 이 변화는 누구나 겪고 있는 ‘나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