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타임 놓치면 청력 상실”…돌발성난청, 노년층 치매 위험도 키운다
인구 고령화가 빨라지면서 난청이 대표적인 만성 질환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감각신경성난청과 돌발성난청은 청력 회복이 쉽지 않아 초기 대응이 관건으로 떠오른다. 의료계는 이어폰과 헤드셋, 작업장 소음 등 일상 속 소음 노출이 누적되면 청각세포가 영구적으로 손상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돌발성난청의 경우 치료 시기를 놓치면 세 명 중 두 명은 청력의 상당 부분을 잃을 수 있어, 업계에서는 이를 노년기 인지 저하와 치매 위험을 높이는 조용한 위험 요인으로 본다.
난청은 크게 전음성난청과 감각신경성난청으로 구분된다. 전음성난청은 귓바퀴에서 고막을 거쳐 달팽이관으로 소리가 전달되는 기계적 경로에 문제가 생긴 경우를 뜻한다. 중이염, 외상 등 원인이 비교적 명확해 약물 치료나 수술로 상당한 호전을 기대할 수 있다. 반면 감각신경성난청은 달팽이관 내부의 청각세포나 청신경이 손상된 상태로, 이미 망가진 조직을 되돌리기 어려워 예방 중심 관리가 핵심으로 여겨진다.

감각신경성난청의 원인에는 유전적 소인, 소음 노출, 노화, 이독성 약물 복용, 종양 등이 포함된다. 특정 약제나 질환처럼 원인이 뚜렷한 경우도 있지만, 검사상 특별한 이상이 발견되지 않은 채 청력이 떨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특히 현대 생활환경에서 비중이 커지는 유형이 바로 소음성난청이다.
소음성난청은 일정 수준 이상의 소음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서 청력이 서서히 악화되는 형태다. 달팽이관의 청각세포는 한 번 손상되면 자연 재생이 되지 않기 때문에, 손상이 누적될수록 영구 난청으로 이어질 위험이 커진다. 의료계는 조기 진단 단계에서 소음 노출을 차단하는 것만으로도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작업장 소음이 큰 환경에서는 귀마개나 귀덮개와 같은 보호구를 사용하는 것이 기본 수칙으로 꼽힌다. 소음 환경에 연속 노출되는 시간을 줄이고, 일정 시간 노출 후에는 조용한 곳에서 귀를 쉬게 하는 것이 청각 보호에 도움이 된다. 이어폰과 헤드셋 등 개인용 음향기기 사용도 주요 변수다. 주변 소음이 크면 사용자가 무의식적으로 볼륨을 높이는 경향이 있어, 적절한 음량 유지와 사용 시간 제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감각신경성난청 가운데 돌발성난청은 상대적으로 예후가 나은 편이지만 골든타임이 매우 짧다. 의학적으로는 3일 이내에 서로 연속된 3개 이상의 주파수에서 청력 역치가 30데시벨 이상 떨어진 상태를 돌발성난청으로 정의한다. 한쪽 귀에서 갑자기 소리가 먹먹해지거나, 삐 또는 쏴 하는 이명이 동반되고, 귀가 꽉 막힌 느낌이 들면 대표적 의심 증상이다. 경우에 따라 어지럼증이 동반되기도 한다.
돌발성난청은 발병 후 3일 이내 치료를 시작할 때 청력 회복 가능성이 가장 크고, 늦어도 2주 이내에는 이비인후과 치료를 받아야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 의료계의 공통된 견해다. 골든타임을 넘길 경우 환자 3명 중 2명에서 청력 부분 손실 또는 완전 상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보고도 있다. 고지혈증, 고혈압, 당뇨 등 혈액 순환 장애를 가진 사람이나 면역력이 저하된 상태의 환자에게서 발병 빈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돌발성난청 치료에는 고용량 스테로이드 약물 치료와 고막 내 스테로이드 주사, 혈액순환 개선제, 고압산소 치료 등이 포함된다. 조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환자의 약 절반에서 의미 있는 청력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치료 시기가 늦어져 감각신경성난청이 만성화되면 청력 자체를 되돌리기 어렵고, 이때는 청각 재활 전략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진다.
청각 재활의 1차 선택지는 보청기다. 난청이 진행될수록 단순히 소리가 작게 들리는 문제를 넘어 말소리 구별력이 떨어지면서 의사소통 자체가 힘들어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난청이 너무 진행되기 전, 말소리 이해력이 남아 있을 때 보청기를 착용해야 효과가 크다고 설명한다. 청력 손실이 심한 상태에서 뒤늦게 보청기를 사용하면 소리는 들리지만 말을 구분하지 못해 실질적인 의사소통 개선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
보청기로도 말소리 이해가 어려운 고도 난청 환자에게는 인공와우이식이 대안으로 제시된다. 인공와우이식은 달팽이관 내부에 전극을 삽입해 손상된 청각세포를 우회하고, 청신경을 직접 전기적으로 자극해 소리를 인지하도록 돕는 기술이다. 적절한 환자 선정과 수술, 이후 재활 과정을 거칠 경우 일상 대화가 가능해질 정도의 청력 개선을 기대할 수 있어, 고도 난청 치료 옵션의 핵심 축으로 자리잡고 있다.
난청이 방치되면 개인 삶의 질 저하는 물론 사회적 비용도 커진다. 대화가 어려워지면서 사회 활동이 줄고, 이는 우울감과 사회적 고립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노년층에서는 난청이 인지 기능 저하와 치매 발생 위험을 높이는 위험 요인으로 지목된다. 뇌가 소리 정보를 충분히 입력받지 못하면 언어 처리와 기억 관련 뇌 영역의 활동이 줄어드는 패턴이 관찰된다는 연구도 적지 않다. 의료계가 조기 청각 재활을 치매 예방 전략의 하나로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달팽이관 청각세포와 청신경은 현재의 의학 수준에서 자연 재생이 불가능한 조직으로 분류된다. 결국 손상을 막는 예방 전략이 난청 관리의 최선책으로 꼽힌다. 정기적인 청력 검진을 통해 미세한 변화를 조기에 발견하고, 손상이 확인되면 보청기나 인공와우 등 청각 보조기기를 적절한 시점에 도입해 재활을 시작하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서재현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작업장 소음과 음향기기 사용 시간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서 교수는 작업장의 큰 소음이나 이어폰 등 음향기기의 높은 볼륨에 1시간 이상 연속 노출되지 않는 것이 좋고, 1시간 노출 후에는 최소 10분 이상 조용한 곳에서 귀를 쉬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5분 이상 이어지거나 하루에도 여러 차례 반복되는 이명은 난청의 초기 신호일 가능성이 있어, 청각 검사를 통해 청력 이상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백세시대에 난청 예방과 청각 건강관리가 필수적인 건강 투자라고 입을 모은다. 소음 관리와 정기 검사, 조기 재활이라는 세 가지 축을 얼마나 일찍 일상화하느냐가 고령 사회에서의 삶의 질과 의료비 구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산업계와 의료계는 청각 보조기기 기술 발전과 더불어, 국민 인식 제고와 예방 중심 정책 설계가 병행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