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여성독립운동 재조명” 경기도, 파주·수원에 역사탐방로 조성
여성 독립운동과 인권운동의 기억을 둘러싼 재평가 요구와 경기도의 정책 사업이 맞붙었다. 경기도가 파주와 수원에 여성 인물 중심의 역사탐방로를 조성하며, 지역 정체성과 성평등 가치 확산을 동시에 노린 행보에 나선 것이다.
경기도 여성비전센터는 28일 파주시 교하동과 수원시 팔달구 일대에 경기여성 역사탐방로를 조성했다고 밝혔다. 여성비전센터는 지난 6월부터 사업비 1억원을 투입해 여성 교육과 문화·예술, 독립운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며 사회에 기여한 여성들을 발굴해 지역 문화자원으로 재해석하는 사업을 진행해왔다고 설명했다.

센터는 역사 기록과 기념의 주류가 남성 인물에 편중돼 온 현실을 문제의식으로 제기하면서, 여성 활동의 의미와 가치를 조명하는 데 사업의 초점을 맞췄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독립운동, 인권운동, 교육 분야에서 상징성을 지닌 여성 인물을 중심으로 탐방로를 구성했다.
파주시 교하동 일대 1km 구간에 조성된 파주 임명애길은 파주 지역 최초의 만세운동을 주도한 임명애 독립운동가의 활동을 축으로 꾸몄다. 임명애의 생가터에는 안내판이 설치됐고, 그와 함께 서대문형무소 8호 감방에 수감됐던 심영식, 어윤희, 조계림 등 개성 출신 여성독립운동가들을 소개하는 자료도 함께 전시됐다. 경기도는 이 구간을 통해 파주와 개성 일대 여성독립운동의 맥락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수원시 팔달구에서는 3km 코스의 수원 여성담길이 조성됐다. 이 길은 수원가족여성회관 내 안점순 기억의 방에서 출발해 산루리길, 종로교회, 매향여자정보고등학교 등을 잇는다. 안점순 기억의 방은 지방자치단체가 마련한 첫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추모 공간으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 당사자로서 문제 제기에 나섰던 여성인권운동가 안점순의 생애 자료를 상설 전시하고 있다.
탐방객이 기억의 방을 나와 수원 여성담길을 따라 걷다 보면, 산루리길 구간에서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에 나섰던 이현경·이선경 자매의 이야기를 접하게 된다. 이어 수원행궁과 종로교회 앞에서는 독립운동가 김향화와 김몌례, 그리고 한국 최초의 외국인 여성 선교사이자 이화학당 설립자인 메리 스크랜튼의 활동이 차례로 소개된다. 수원 구간은 독립운동, 선교, 여성교육사를 관통하는 인물들을 하나의 동선으로 엮어냈다는 점에서 교육적 효과가 크다는 평가도 뒤따랐다.
경기도 여성비전센터는 탐방로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전문 문화해설사 양성 교육을 진행했으며, 수료를 마친 탐방로 해설사 47명을 현장에 배치했다. 이들은 각 지점에서 여성 인물의 삶과 활동, 해당 지역의 역사적 의미를 탐방객 눈높이에 맞춰 설명할 계획이라고 센터는 전했다.
경기도는 이번 두 곳을 시작으로 예산 확보와 인물 발굴 상황을 종합 검토해 경기여성 역사탐방로 조성 지역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도 관계자는 여성 인물 중심의 역사 콘텐츠가 지역 교육과 관광 자원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도내 시군과 협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정치권과 지방자치단체는 향후 추가 사업 구체화를 둘러싸고 예산 편성과 지역 간 배분 논의를 이어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