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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훈으로 미래 동반자 되겠다”…이재명·에르도안 임석 속 한·튀르키예 MOU 체결

김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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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 참전의 기억을 둘러싼 두 나라의 보훈 외교가 다시 맞붙었다. 이재명 대통령의 튀르키예 국빈 방문을 계기로 양국이 6·25전쟁 참전용사와 유족 지원을 제도화하며 외교 협력의 외연을 넓히는 모습이다.  

 

국가보훈부는 24일 오후 자료를 통해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과 마히누르 외즈데미르 괵타스 튀르키예 가족사회부 장관이 같은 날 오후 튀르키예에서 6·25전쟁 기념 상호협력에 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서명식에는 튀르키예를 국빈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임석했다.  

양해각서에 따르면 양국 정부는 앞으로 6·25전쟁 참전용사와 유가족의 사회·경제적 복지 지원에 협력하기로 했다. 더불어 교육·과학·예술·문화 분야에서 참전용사와 유가족을 지원하고, 양국 참전용사 후손 간 교류와 참전용사 단체 활동도 함께 뒷받침하기로 합의했다.  

 

이를 위해 양 기관은 정례적인 만남을 갖고 각 기관이 보유한 정보와 자료, 경험을 공유할 방침이다. 동시에 전문가 교류와 세미나 등도 추진해 보훈 정책과 프로그램을 함께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이다.  

 

권오을 장관은 서명식 발언에서 “대한민국과 튀르키예의 오랜 형제의 인연이 더욱 결속력을 갖고, 보훈을 통한 미래 협력의 동반자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권 장관은 참전의 희생과 공헌을 외교·문화·청년 교류로 확장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마히누르 외즈데미르 괵타스 장관은 양국 관계의 역사적 뿌리를 강조했다. 그는 “튀르키예는 6·25전쟁 당시 네 번째로 많은 병력을 파견한 나라로 한국과의 깊은 유대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며 참전 경험이 양국 우호의 상징적 자산임을 부각했다.  

 

권 장관은 양해각서 체결 전날인 23일에는 앙카라에 거주하는 야사르 오스만 에켄 튀르키예 참전용사의 자택을 찾았다. 권 장관은 이 자리에서 위문을 전하고 참전용사의 집 명패를 전달했다.  

 

명패에는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 수호에 큰 공헌을 한 6·25전쟁 참전용사에게 경의를 표하고 감사의 뜻으로 이 명패를 수여한다는 문구가 담겼다. 한국 정부가 해외 참전용사 개인 거주지까지 찾아가 예우를 표한 사례로, 보훈 외교의 상징성을 강화하는 행보로 평가된다.  

 

에켄 참전용사는 “몇 해 전 재방한 행사로 방문한 대한민국은 나를 영웅처럼 대접해주었다. 잊지 않고 찾아줘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한국 방문 당시의 경험을 언급하며 한국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에 각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튀르키예는 6·25전쟁 당시 미국, 영국, 캐나다에 이어 네 번째로 많은 병력을 파병한 국가다. 연인원 2만1천212명을 파병해 군우리 전투, 김량장리 전투, 151고지 전투 등 주요 전투에서 활약했고, 이 과정에서 900명이 전사하고 1천155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 같은 희생은 양국이 보훈 협력을 확대하는 역사적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는 이번 양해각서 체결을 계기로 보훈을 축으로 한 한·튀르키예 협력을 제도화하면서, 후손 교류와 문화 협력 사업도 순차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외교 당국과 국가보훈부는 관련 사업을 구체화하고, 양국 정례 협의를 통해 협력 범위를 넓혀갈 계획이다.

김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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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권오을#튀르키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