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가 관광코스 짠다”…대전, 빵택시로 스마트관광 실험
대전이 ‘빵의 도시’라는 별칭을 넘어 데이터 기반 스마트 관광 실험에 나선 분위기다. 지역 베이커리를 테마로 한 ‘빵 택시’ 서비스가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확산되면서, 이동수단과 관광 콘텐츠, 상권 정보를 결합한 새로운 O2O 서비스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단순한 택시 투어를 넘어, 이용 후기와 인기 지점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공유되면서 향후 위치기반 분석과 수요 예측을 품은 관광 플랫폼으로 발전할 여지도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런 시도가 지역 관광 데이터 산업 경쟁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빵 택시는 대전에서 운행 중인 테마형 택시로, 승객이 차량에 탑승하면 대전 유명 빵집과 추천 코스가 정리된 메뉴판을 제공한다. 이용자는 1시간 또는 2시간 코스를 선택한 뒤, 기사로부터 매장별 특징과 대표 메뉴 설명을 들으며 이동한다. 일부 차량에는 접이식 테이블과 포크, 나이프까지 구비돼 있어, 매장을 옮기는 동안 차 안에서 바로 빵을 시식하는 경험을 제공한다. 대기 인파가 몰리는 성심당 같은 인기 매장은 기사가 대신 줄을 서는 방식으로 체류 시간을 줄여, 2시간 안에 여러 곳을 돌 수 있도록 설계된 점도 차별점이다.

현재 알려진 코스 구성은 성심당을 포함한 대전 내 유명 베이커리 6곳 전후를 2시간 안에 순환하는 구조다. 유튜브 채널과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후기들을 보면, 이용자들은 대표 메뉴, 구매 팁, 매장별 혼잡 시간대에 대한 설명을 기사에게서 듣고 동선을 조정한다. 이러한 경험은 사실상 기사 개인의 지식을 기반으로 하지만, 후기가 누적되면서 특정 시간대·요일·메뉴에 대한 수요 패턴이 자연스럽게 데이터로 축적되는 구조를 만든다.
빵 택시의 핵심은 이동 수단과 관광 정보의 결합이다. 기존 관광 상품이 정해진 코스에 인원을 태워 이동시키는 구조였다면, 빵 택시는 이용자의 시간과 예산 선택에 맞춰 즉석에서 코스를 조합한다. 향후 플랫폼화될 경우, 스마트폰 앱이나 미니프로그램을 통해 사용자의 위치와 체류 시간, 선호 메뉴, 군집 이동 패턴까지 분석할 수 있다. 위치기반서비스와 간단한 수요 예측 알고리즘을 붙이면, 특정 날 특정 빵집 대기 시간 예측, 최적 이동 경로 추천, 인근 카페·관광지 연계 등으로 확장도 가능하다.
이 같은 데이터 기반 설계는 지역 상권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성심당처럼 이미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매장은 물론이고,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로컬 베이커리도 추천 리스트에 포함되면 신규 유입을 기대할 수 있다. 실제로 후기 영상에서는 기사 추천으로 소규모 빵집을 방문해 “현지인이 아니면 잘 모를 곳을 알게 됐다”는 반응도 포착된다. 이용자가 늘수록 어느 매장에 몇 시에 사람이 몰리는지, 어떤 메뉴가 관광객에게 인기가 높은지에 대한 데이터가 축적돼 상권 분석과 재고 계획, 인력 배치에도 참고 지표가 될 수 있다.
글로벌 관광·모빌리티 시장에서는 이미 유사한 데이터 기반 서비스 경쟁이 활발하다. 미국과 유럽 일부 도시는 차량호출 서비스와 연계해 와이너리, 카페, 박물관 코스를 추천하는 데이터 기반 투어를 제공하고 있으며, 일본 도시에서는 지역 상점가의 매출 정보를 익명화한 뒤 외국인 관광 동선과 교차 분석해 프로모션을 설계하고 있다. 대전 빵 택시는 아직 개인 기사 중심의 소규모 시도에 가깝지만, 국내에서 지역 특화 콘텐츠를 전면에 내세운 생활 데이터 관광 모델로 볼 수 있다.
다만 관련 규제와 제도 정비 과제도 남는다. 위치·이동 이력, 구매 기록 등 관광 데이터는 개인정보와 직결되는 영역으로, 추후 플랫폼화 단계에서는 개인정보 보호법과 위치정보법을 준수한 데이터 수집·익명화·활용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 또 택시 서비스에 지역 특화 관광 기능을 공식적으로 탑재하려면 지자체의 관광 정책과 연계한 인증 제도, 안전 기준, 서비스 표준 마련도 요구된다. 지자체 차원의 스마트관광 플랫폼과 연계될 경우에는 공공 데이터와 민간 모빌리티 데이터를 어떻게 융합할지에 대한 정책 논의도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대전 빵 택시 사례를 생활밀착형 데이터 기반 관광 산업의 초기 모델로 본다. 특정 명소에 쏠린 수요를 해소하면서, 주변 상권으로 사람의 흐름을 분산하는 데에도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데이터 분석 결과를 토대로 베이커리뿐 아니라 카페, 전통시장, 문화공간까지 코스를 확장하면 지역 경제 전반을 묶는 플랫폼으로 진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산업계는 이러한 시도가 실제 비즈니스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그리고 지자체의 스마트관광 정책과 어떤 방식으로 연결될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