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석 거부 사실 아니다"…이준석·한동훈 두고 尹부부 공천개입 특검 정면충돌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의 공천개입 의혹을 둘러싸고 민중기 특별검사팀과 정치권 핵심 인사들이 정면으로 맞붙었다. 특검은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를 피의자 신분으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를 참고인 신분으로 재차 소환하며 수사 강도를 높였고, 당사자들은 출석 거부 지적에 즉각 반발했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11일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공천개입 의혹과 관련해 이준석 대표에게 12일 오전 10시 출석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장소는 특검 사무실이며, 이 대표는 피의자 신분이다.

박노수 특별검사보는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이준석 대표에게 오는 12일 오전 10시 피의자로 출석할 것을 요구하는 출석요구서를 발송했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수사 상황상 이 대표 조사 필요성이 크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준석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였던 2022년 6·1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서울 강서구청장과 포항시장 등 일부 지역 공천에 개입하려 했다는 통화녹음이 존재한다고 주장해왔다. 특검은 당시 정황과 구체 내용, 녹음 등 증거자료 확보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특검팀은 이 대표가 제기한 의혹의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동시에, 이 대표 본인도 당시 공천 과정에 개입했다는 혐의로 고발돼 피의자 신분인 만큼 직접 조사 없이는 사건 규명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박 특별검사보는 "의혹에 대한 증거자료와 진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출석 조율 경위를 두고는 특검과 이 대표 측 주장이 엇갈렸다. 박 특별검사보는 "이달 초부터 이 대표 측과 출석 일자를 조율했고, 주말 조사 일정까지 제시했으나 이 대표 측에서 이달 중에는 어렵다고 해 사실상 출석을 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반복된 불응이라는 취지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준석 대표는 특검팀 설명이 사실과 다르다고 즉각 반박했다. 그는 특검팀 브리핑 직후 입장문을 내고 "일과 시간이 아닌 새벽, 심야, 공휴일 등 모든 가능한 시간대를 열어두고 출석 일정을 다각도로 제안했으며 변호인 입회가 보장된다면 즉시 조사에 응할 준비가 돼 있음을 분명히 전했다"고 말했다.
이어 "조율 노력에도 특검 측은 제안된 시간을 모두 거절한다는 입장만을 회신했다"고 주장했다. 또 "조사를 진행할 수 있는 시간과 여건이 충분했음에도 현실적인 협의 없이 특정 일자를 일방적으로 통보한 뒤 출석하지 않은 것처럼 비치는 언급을 한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 대표와 특검 사이에 향후 추가 공방이 불가피해 보이는 대목이다.
특검팀은 한편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의 지난해 총선 공천개입 의혹과 관련해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에게도 오는 18일 오후 2시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해줄 것을 재차 요구했다. 장소 역시 특검 사무실이다.
특검에 따르면 한 전 대표는 지난해 총선 무렵 김상민 전 부장검사 공천을 요청받았으나 이를 거절했고, 이 과정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과 갈등이 빚어졌다는 취지로 언론에 말한 바 있다. 특검팀은 당시 발언의 구체 경위와 사실 관계를 확인하겠다는 방침이다.
박노수 특별검사보는 "한 전 대표가 당 대표 격인 비상대책위원장으로서 수행한 업무와 관련해 언급한 내용에 대해 국민적 의혹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의 진술이 공천개입 의혹의 정점인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와의 연결고리를 확인하는 핵심 단서라고 보는 해석도 뒤따랐다.
특검팀은 지난 8월부터 한 전 대표에게 우편으로 출석요구서를 3차례 보냈으나 한 전 대표는 모두 응하지 않은 상태다. 박 특별검사보는 "전날 발송된 출석요구서는 고의로 수령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18일 출석 요구는 사실상 네 번째 요구가 됐다.
정치권에서는 특검 수사가 이준석 대표와 한동훈 전 대표 등 보수 진영 핵심 인사들을 직접 겨냥하면서 내년 총선을 앞둔 여권 내 권력 구도와 맞물려 적지 않은 파장을 낳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야권 일각에서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향한 수사 확대를 촉구하고 있고, 여권 인사들은 정치적 의도를 경계하는 분위기다.
다만 이준석 대표와 한동훈 전 대표 모두 아직 특검에 직접 출석하지 않은 만큼, 향후 실제 조사 성사 여부와 진술 수위에 따라 수사 향배가 갈릴 가능성이 크다. 수사 대상이 전직 대통령 부부와 여권 지도부를 포괄하고 있는 만큼, 진술 내용과 수사 결과는 여야 공천 과정과 정국 구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이준석 대표와 한동훈 전 대표의 출석 여부와 상관없이 관련 자료 확보와 참고인 조사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정치권은 두 인사의 출석 문제를 놓고 공방을 이어갈 것으로 보이며, 특검 수사 상황에 따라 국회 차원의 정치 공세도 더욱 거세질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