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약 한 알로 LDL 60% 저감”…머크, 혁신 심장질환 치료제 예고
저밀도 콜레스테롤(LDL)을 효과적으로 낮추는 새로운 알약이 심혈관질환 치료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미국 제약사 머크가 개발한 PCSK9 차단제 ‘엔리시타이드’는 기존의 주사제보다 편리하며, 심장발작·뇌졸중 고위험 환자를 위한 경구 요법 시대를 예고한다. 업계는 이번 임상 결과 발표를 ‘글로벌 심혈관 시장 경쟁의 분기점’으로 평가한다.
머크는 지난 8일 미국심장학회에서 PCSK9(프로단백질 전환효소 서브틸리신/케신 9형) 억제 작용으로 LDL 수치를 최대 60%까지 낮추는 신약 엔리시타이드의 임상 데이터를 공개했다. 심장질환 또는 위험 인자를 가진 2912명을 대상으로 24주간 실시한 이중맹검 연구에서, 엔리시타이드 복용군은 위약 대비 강력한 LDL 저감효과를 보였으며, 부작용 차이도 드러나지 않았다. 기존 ‘스타틴’ 신약으로 시장을 개척했던 머크가 다시 한번 치료 방식을 근본적으로 전환할 수 있는 결과를 내놨다.

PCSK9 억제제는 간에서 콜레스테롤 제거 단백질의 활성을 억제, 혈중 LDL 농도를 근본적으로 감소시키는 원리다. 현재는 이 기전을 이용한 주사제가 시판 중이지만, 가격이 월 500달러에 이르고 2~4주마다 주사가 필요해 보편화에 제한이 있었다. 엔리시타이드는 이와 동일한 분자 기전을 알약 형태로 구현해, 복용 편의성과 시장 접근성을 대폭 높인 점이 연구의 핵심 차별점으로 꼽힌다. 특히 기존 치료제와 동일한 LDL 저감 수준을 보이면서도 심각한 부작용 없이 경구제로 처리 가능함이 검증됐다.
시장에서는 엔리시타이드의 잠재력이 크다고 본다. 주사 부담과 고비용으로 인해 치료 접근성이 떨어졌던 환자들에게 알약만으로 표준치료 이상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머크는 엔리시타이드의 가격을 기존 주사 대비 낮게 책정해 폭넓은 보험 적용과 보급을 추진하고 있다. “심장발작, 뇌졸중 위험 환자가 수백만 명에 이르지만 치료 비용이 가장 큰 장벽이었다. 알약이 합리적인 가격으로 나오면 임상현장 파급이 매우 클 것”이라는 현장 의견도 있다.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은 이미 PCSK9 저해제 시장 선점을 두고 속도전을 벌이고 있다. 사노피·암젠 등은 주사 시장을 이끌었고, 머크가 경구제로 치고 들어오면서 시장 구도가 재편될 조짐이다. 미국 FDA, 유럽 EMA 등도 해당 계열 신약에 대한 실질적 임상성과와 안전성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있다.
머크는 1만4500명 이상을 장기 추적하는 추가 임상도 병행 중이다. 실제로 심장발작·뇌졸중·심혈관 사망률 감소까지 입증되면 치료 패러다임 변화가 예상된다. 내년 초 미국 FDA에 엔리시타이드 승인 신청을 계획하고 있으며, 2027년 시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알약 PCSK9 억제제 상용화가 심혈관 치료의 대중화 출발점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내비쳤다. 산업계는 새 치료제가 실제 건강보험 체계에 안착할 수 있을지에도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