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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기세포로 연골 재생”…퇴행성관절염, 40대 이후 새 치료 변수

강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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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 처음 움직일 때 무릎이 뻣뻣하고, 계단을 오르내릴 때 관절 안쪽이 쑤시는 증상이 반복된다면 단순한 노화로 치부하기 어렵다. 정형외과 영역에서 퇴행성 관절염은 더 이상 ‘나이 들어 생기는 병’으로만 보지 않고, 영상의학과 재생의학 기술이 결합한 조기 진단·중재 대상 질환으로 재정의되고 있다. 특히 MRI 기반 정밀 진단과 줄기세포를 활용한 연골 재생 기술이 확산되면서, 40대 이후 환자를 중심으로 정형외과 진료 패턴이 바뀔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의료계에 따르면 퇴행성 관절염은 관절을 감싸고 충격을 흡수하는 연골이 닳아 없어지면서, 주변 뼈와 인대, 관절막 구조에 손상이 누적돼 염증과 통증이 발생하는 만성 질환을 가리킨다. 기존에는 X선에서 관절 간격이 좁아지고 뼈가 변형된 뒤에야 진단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초기 연골 손상을 MRI로 포착해 비수술적 치료나 재생 치료로 연결하는 흐름이 뚜렷해지는 분위기다.  

퇴행성 관절염은 대표적으로 무릎에서 발견되지만 고관절, 손가락, 척추 등 체중 부하 여부와 상관없이 다양한 부위에서 발생한다. 증상은 통증 부위에 따라 달라지는데, 무릎의 경우 걷기 시작할 때 쿡쿡 쑤시는 통증이 나타나고, 계단을 오르내리거나 내리막길에서 통증 강도가 높아지는 양상을 보인다. 휴식 시에도 통증이 지속되는 경우가 적지 않고, 움직임을 줄이면 통증이 줄어드는 듯 보여 환자 스스로 활동량을 제한하지만, 이 과정에서 오히려 관절 주변 근육이 더 약해져 질환 악화를 부르는 역설이 발생한다.  

 

박영식 세란병원 정형외과 인공관절센터 부장은 퇴행성 관절염을 “연골만의 문제가 아니라 관절을 지지하는 근육과 인대, 혈류까지 함께 약화되는 복합 질환”으로 규정한다. 통증 때문에 운동을 피하는 사이 허벅지 근육과 대퇴사두근이 빠르게 줄어들고, 그 결과 체중과 보행 시 하중이 관절면에 더 집중된다. 관절 주위 연부조직이 굳어지면서 관절 가동범위가 좁아지고, 환자가 호소하는 ‘뻣뻣함’의 강도가 점차 커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질환이 진행되면 외형적인 변형과 보행 패턴 변화도 뚜렷해진다. 한쪽 관절에만 과도하게 체중이 실리거나, 통증을 피하려고 무의식적으로 체중 이동을 비틀어 보행 리듬이 비정상적으로 바뀐다. 이때 가장 흔히 관찰되는 형태가 ‘O자형 다리’다. 무릎 안쪽 연골이 먼저 닳으면서 다리 축이 밖으로 휘고, 걸을 때 몸의 균형이 흔들리는 느낌이 강해진다. 실제로 무릎 퇴행성 관절염 환자의 신발을 보면 발 안쪽 바닥이 유독 심하게 닳는 경우가 많다. 내리막길에서 통증이 더 심해지는 것도 특징인데, 이는 체중이 앞으로 쏠리며 무릎 전방 구조에 반복적인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이런 보행 이상은 결국 척추와 고관절에 2차 부담을 줘, 허리 통증과 고관절 통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노화와 구분되는 퇴행성 관절염의 신호로는 ‘아침 강직’이 꼽힌다. 잠에서 깨어 처음 움직일 때 관절이 잘 굽혀지지 않고 뻣뻣하지만, 30분 이내에 서서히 풀리는 양상이 대표적이다. 관절 내부에 염증이 생기면 국소 부기와 열감이 동반되고, 무릎 관절의 경우 관절강 내에 물이 차는 관절삼출이 생길 수 있다. 연골이 닳아 뼈끼리 직접 부딪히거나, 거칠어진 관절면이 마찰을 일으키면서 쩍쩍거리는 소리가 나는 것도 퇴행성 관절염의 전형적 징후로 분류된다. 손가락 관절에서는 끝 마디 부위에 ‘헤버딘 결절’이라 불리는 골극이 솟아 손가락 모양이 울퉁불퉁해지는데, 디지털 기기 사용이 많은 중장년층에서 미용·기능적 불편을 동시에 야기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초기 단계 진단에서는 영상의학 기술 발전이 핵심 변수로 부상한다. 박 부장은 “초기 퇴행성 관절염은 단순 방사선 사진 상에서 관절 간격이 정상처럼 보이는 경우가 적지 않아 진단이 어렵다”며 “연골 두께와 구조, 주변 인대·반월상연골 상태를 세밀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MRI 촬영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MRI는 연골과 연부조직의 미세 손상을 조기에 식별할 수 있어, 고령층뿐 아니라 스포츠 활동량이 많은 40대 환자의 치료 계획 수립에도 유용하다는 평가다.  

 

진단 이후 치료 전략에서는 재생의학, 특히 줄기세포 기반 연골 재생 기술이 옵션으로 부각된다. 초기 퇴행성 관절염 단계에서 연골 손상이 국소 부위에 한정된 경우, 손상 부위에 줄기세포를 주입해 손상된 연골 조직의 회복을 유도하는 시술이 선택지로 제시된다. 이때 활용되는 줄기세포는 자가 골수나 지방에서 추출한 성체 줄기세포가 중심인데, 연골세포로 분화될 수 있는 능력을 바탕으로 손상 부위를 메우고 관절면의 완충 기능 회복을 목표로 한다. 국내에서는 정형외과용 줄기세포 치료제가 조건부 허가를 받은 이후 임상 데이터가 축적되고 있으며, 퇴행성 관절염 환자를 대상으로 한 적용 범위와 적응증 재정비 논의가 진행 중이다.  

 

줄기세포 기반 연골 재생의 산업적 의미도 적지 않다. 고령화 속도가 빠른 한국과 일본,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무릎 인공관절 치환술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 다만 인공관절 수술은 회복 기간과 비용 부담, 임플란트 수명 등 여러 제약 요인이 있어, 40대·50대 활동성이 높은 환자층에서는 연골을 보존하면서 통증을 줄이는 ‘브릿지 치료’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 줄기세포 치료가 이 공백을 어디까지 채울 수 있을지에 따라, 정형외과 수술 포트폴리오와 의료기기·바이오텍 시장 구도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해외 시장에서는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생체재료와 세포치료제, 3차원 바이오프린팅을 결합한 연골 재생 연구가 활발하다. 미국에서는 무릎 연골결손 환자에게 자가 연골세포를 배양·이식하는 기술이 이미 상용화 단계에 진입했으며, 유럽의 경우 골연골 결손 치료에 대한 세포치료 허가 사례가 축적되고 있다. 다만 줄기세포 치료는 장기 안전성과 효과 지속 기간에 대한 데이터가 더 필요하다는 평가가 병행되고 있어, 각국 규제기관은 임상 설계와 환자 모니터링 기준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손질하는 추세다.  

 

국내에서도 줄기세포 치료제와 관련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엄격한 허가·사후관리 체계를 운영 중이다. 허가 전 단계에서는 품질관리와 세포 특성 분석, 종양 형성 가능성 등 안전성 검증이 필수이며, 시판 후에는 장기 추적조사를 통해 실제 환자군에서의 유효성과 부작용을 모니터링한다. 비의료기관에서 시술을 표방하는 무허가 시술이나 광고에 대한 단속도 강화되고 있어, 환자가 의료기관 선택 시 허가 여부와 임상 근거를 확인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방과 관리 측면에서는 체중 관리와 하체 근력 강화가 여전히 가장 기본적인 전략으로 제시된다. 박 부장은 “비만은 퇴행성 관절염의 큰 위험 요인 중 하나로, 체중이 1 늘면 무릎 관절에는 3에서 4배 이상의 하중이 반복적으로 전달된다”며 “40세 이후 계단을 오를 때 관절이 자주 아프거나 붓는 증상이 2주 이상 계속되면, 조기 진단을 위해 정형외과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퇴행성 관절염 치료가 영상진단, 운동처방, 줄기세포를 포함한 재생치료, 인공관절 수술까지 이어지는 다단계 통합 관리 체계로 재편될 것으로 보고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과 연계해 보행 패턴과 활동량 데이터를 모니터링하고, 환자별 악화 위험을 예측해 개별화된 중재를 제안하는 서비스가 등장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산업계는 줄기세포와 같은 첨단 바이오 치료가 실제 임상에서 어느 범위까지 표준 옵션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강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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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행성관절염#줄기세포치료#세란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