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계 블랙리스트’ 피해자와 국민께 사과”…국가정보원, 상고 포기하며 책임 인정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태를 둘러싼 국가정보원의 책임이 공식적으로 인정됐다. 국가정보원이 관련 피해자와 국민들에게 머리를 숙이며 상고 포기를 선언했다. 서울고등법원의 최근 판결과 맞물려, 국가기관의 권한 남용과 책임 이행 문제가 다시 정국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국가정보원은 11월 7일, 언론에 “국정원은 사법부 판단을 존중해 10월 30일 상고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국가 소송을 총괄하는 법무부에 의견을 전달했으며, 상고 마감기한인 7일에 법무부 지휘에 따라 상고를 포기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사건으로 물질적·정신적 피해를 입은 당사자분들과 국민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피해자 구제 의지를 거듭 밝혔다.

국정원은 이날 “국민이 위임한 권한을 오·남용한 과오를 다시 한 번 철저하게 반성하고, ‘국민이 신뢰하는 국정원’이 되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 경과도 덧붙였다. 국정원은 “유사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2017년 국내정보 부서를 폐지했으며, 2020년에는 국내 보안정보 삭제와 정치 개입 우려 조직 설치 금지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국가정보원법 개정 등 비가역적 조처를 단행했다”고 설명했다.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10월 17일, 이명박 정부 당시 청와대와 국가정보원이 정부를 비판하는 문화예술인들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며 프로그램을 배제·퇴출하는 행위가 불법임을 인정하고, 국가가 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과 국정원의 상고 포기는 정치권에도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여권 일부에서는 국가기관의 신뢰 회복과 피해자 치유 노력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야권은 “권한 남용에 대한 철저한 진실 규명과 상응하는 책임 이행이 필요하다”며 정치적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국정원은 “이번 상고 포기로 피해 문화예술인들의 고통이 조금이나마 치유되기를 기원한다”고 강조하며, 향후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범위 내에서 국가안보와 국민 보호를 위한 직무 수행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정치권은 손배 판결과 국정원 사과를 계기로 제도적 미비점을 점검하는 한편, 인권 보장과 권한 남용 방지에 관한 논의를 본격화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