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없애라”…해병특검, 증거인멸 지시 이종호 약식기소
해병대 채상병 순직 사건 외압·은폐 의혹을 둘러싼 수사에서 증거인멸 공방이 불거졌다. 이명현 순직해병 특별검사팀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로비 의혹과 관련해 휴대전화를 파손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는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를 약식기소하면서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순직해병 특별검사팀은 이 전 대표에 대해 증거인멸 교사 혐의를 적용해 벌금 500만원의 약식명령을 법원에 청구했다. 함께 기소된 지인 차모씨에게는 증거인멸 혐의로 벌금 300만원을 청구했다.

약식기소는 혐의의 중대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사건에서 정식 공판 절차를 생략하고, 서면 심리를 통해 벌금이나 과태료 형을 부과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하는 절차다. 법원이 약식명령을 발령하지 않고 정식 재판에 회부할 경우 공개 재판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공소장에 따르면 이 전 대표는 7월 15일 서울 서초구 잠원한강공원에서 차씨에게 자신의 휴대전화를 파손하고 폐기할 것을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기존에 사용하던 휴대전화를 특별검사팀에 압수당한 뒤 과거 사용 휴대전화를 다시 사용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이 전 대표가 해당 휴대전화에 저장된 통화내역과 메시지 등 전자정보가 향후 수사에서 증거로 활용될 수 있다고 우려해 범행을 결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전 대표가 먼저 휴대전화를 땅바닥에 던져 훼손한 뒤 이를 차씨에게 건네 추가 파손과 폐기를 지시했다는 게 특검 측 설명이다.
차씨는 지시에 따라 휴대전화를 여러 차례 발로 밟아 부순 뒤 잠원한강공원 인근 농구장에 설치된 휴지통에 버린 것으로 드러났다. 특검팀은 이 같은 행위를 통해 수사에 필요한 자료가 사라졌다고 판단했다.
순직해병 특별검사팀은 임 전 해병대 1사단장 관련 구명로비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이 전 대표의 증거인멸 교사 혐의를 포착했다고 전했다. 이 전 대표는 이른바 멋쟁해병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 등을 통해 임 전 사단장의 선처와 구명을 도와달라고 부탁했다는 의혹으로 조사 대상에 올랐다.
특검 관계자는 약식기소 배경과 관련해 피의자 지위, 범행 동기와 수법, 수사 진행 경과 등을 종합해 벌금형이 적정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법원이 약식명령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양측의 쟁점이 본안 재판에서 다시 다뤄질 가능성도 있다.
한편 순직해병 특별검사팀은 이날 최종 수사 결과 브리핑을 통해 임성근 전 사단장 구명로비 의혹에 대한 수사 경과와 법적 판단을 설명할 계획이다. 정치권과 군 안팎에선 특검 발표 수위와 함께 향후 검찰 수사 및 국회 논의로 어떻게 이어질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