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금품의혹 실명 고민됐다”…윤영호, 법정선 최후진술서도 끝내 침묵
정치권 로비 의혹을 둘러싼 통일교 발(發) 파문과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맞붙었다. 여야를 향한 금품·로비 의혹이 교차하는 가운데, 정작 당사자는 법정에서 실명 언급을 피하며 정치권 공방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윤영호 전 본부장은 10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7부 우인성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더불어민주당을 상대로 한 교단의 로비 의혹 명단을 밝힐 수 있다는 기존 입장과 달리, 최후진술에서 어떠한 실명도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김건희 대통령 부인에게 명품 가방과 목걸이 등 금품을 전달한 혐의와 함께 청탁금지법 위반, 업무상 횡령,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윤 전 본부장은 이보다 앞선 지난 5일 재판에서 2022년 통일교 교단 행사인 한반도 평화서밋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국민의힘뿐 아니라 더불어민주당과도 접촉을 시도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당시 그는 “2017∼2021년은 국민의힘보다 민주당과 가까웠다”며 “평화서밋 행사를 앞두고 현 정부의 장관급 네 분에게 어프로치 했다. 그중 두 명은 한학자 총재에게도 왔다 갔다”고 말했다.
그는 같은 진술 과정에서 “파장이 있을 것이라 고민된다”고 말하며 더불어민주당 인사들의 실명을 밝히지 않았고, 재판부에 대한 최후진술에서도 이 입장을 유지했다. 다만 특검 수사와 관련해 “특검 조사에서 국회의원 리스트를 포함한 관련 내용을 진술했지만, 특검팀이 공소사실에서 누락했다”는 취지의 주장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본부장의 언급은 통일교와 정치권 사이의 접촉 범위를 둘러싼 논란을 다시 자극하는 발언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정작 법정에서 실명과 구체적 정황이 제시되지 않으면서, 정치권 내 공방보다는 수사 기록과 재판 절차에 대한 검증이 더 중요해졌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그동안 통일교 관련 금품 및 로비 의혹에 대해 선을 그어 왔고, 여당을 겨냥해 김건희 여사 관련 혐의의 성역 없는 수사를 요구해 왔다. 그러나 통일교 측 핵심 인사가 더불어민주당과의 접촉을 언급한 만큼, 향후 수사기록 확인과 정치권 자체 검증 요구가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국민의힘은 통일교와 야권 인사의 관계를 문제 삼아 왔고, 더불어민주당은 김건희 여사 금품 수수 의혹을 정조준해 맞받아쳐 왔다. 윤 전 본부장의 최후진술이 새로운 사실관계를 드러내지 못한 만큼, 여야 모두 특검 기록과 재판 결과를 근거로 한 2차 공방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법조계에서는 향후 선고 재판에서 재판부가 통일교와 여야 정치권 간 접촉 진술에 어느 정도 증거 능력을 부여할지에 주목하고 있다. 한편 국회 일각에서는 특검 수사기록 열람을 통해 정치권 접촉 범위를 재점검해야 한다는 주장도 고개를 들고 있다.
이날 결심공판이 별도 명단 공개 없이 마무리되면서, 관련 의혹의 실체 규명은 재판 선고와 추가 수사·국회 차원의 검증 과정으로 넘어가게 됐다. 국회는 특검 결과와 이번 재판 선고를 토대로 통일교와 정치권 관계에 대한 보다 본격적인 논의에 나설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