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10조원 삭감, 대통령실 최상목 수석이 지시”…배경훈, 국회서 직접 인정
윤석열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 대폭 삭감 과정을 둘러싸고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최상목 당시 대통령실 경제수석의 직접 지시 사실을 인정했다. 13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방송정보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배 부총리는 R&D 예산 삭감과 조정의 실제 주체를 묻는 더불어민주당 노종면 의원의 질의에 “대통령실에 끌려간 측면이 있다”고 밝혀 파장이 일고 있다.
배경훈 부총리는 이날 발언에서 “주요 R&D를 10조원으로 삭감하라는 지시가 최상목 당시 대통령실 경제수석으로부터 내려왔다”고 직접 확인했다. 배 부총리는 경제수석이 핵심 예산조정 과정에서 벽돌쌓기식 방식을 직접 주도했다고 설명하면서, 김앤장과 과학기술혁신본부 등의 필요성 제기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실의 삭감 지시가 강하게 작용했다고 덧붙였다.

현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R&D 예산 삭감 과정을 자체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조사 중이다. 노 의원이 공개한 TF 중간보고서에 따르면, 애초 과기정통부는 전년 대비 6천억원 늘어난 25조4천억원의 주요 R&D 예산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2023년 6월 28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이 R&D 나눠먹기를 지적한 이후 예산 전면 재검토가 지시됐다. 7월 6일, 최상목 수석이 대통령 보고 뒤 “주요 R&D를 10조원에 맞추라”고 직접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R&D 예산 10조원 삭감은 2008년 수준이라는 지적과 함께, 실무 차원에서 대학 석박사 연구인력 인건비 9천억원이 대폭 줄고 중견연구자 지원이 배제된다는 과기정통부 반론도 제기됐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2023년 7월 20일 용산 내부 토론회에서 17조4천억원으로 예산을 통보했고, 과기정통부 설득 끝에 21조5천억원 규모로 조정됐다.
오대현 전 과기정통부 연구개발투자심의국장은 “최상목 수석의 지시에 따라 관련 부처가 참석한 대통령실 보고가 있었다”며 개입 사실을 인정했다. 또, 당시 “과학계는 카르텔이나 기재부는 엘리트라 카르텔이 아니다”라는 대통령실 발언도 현장에서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정치권에서는 이같은 일련의 삭감 과정을 놓고 여야가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실 주도 삭감과 대폭 구조조정이 과도하다고 비판하는 반면, 대통령실과 여권은 예산 효율화 차원의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맞서고 있다.
특히 R&D 예산 삭감 출발점이 2023년 4월 한미정상회담 이후였다는 분석이 이번 국감 보고서에 포함되면서 정치적 파장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윤석열 전 대통령이 한미 기술동맹과 국제협력 확대를 강조한 직후, 국무회의에서 관련 예산 재조정이 촉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8월 초에는 대통령실이 보건복지부 등 일부 부처 R&D 예산 증액을 지시하기도 해, 실질적인 삭감과 함께 조정과 증액이 혼재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배경훈 부총리는 최상목 수석의 지시 등에 대한 별도 조사가 필요하냐는 국회 질의에 "내부 TF로는 한계가 있다"고 답했다. 또, 과학기술계 피해에 대해 “R&D 삭감으로 피해 입은 모든 분께 사과의 말씀 드린다.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공식 사과했다.
국회는 이날 R&D 예산 삭감 책임 소재와 합리성, 피해 대책을 두고 공방을 이어갔다. 정치권은 대통령실 주도 정책 결정 방식의 투명성과 과학계 신뢰 회복 방안을 두고 논쟁이 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