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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강경진압 책임자 유공자 논란 엄중"…이재명, 박진경 등록 취소 검토 지시

송다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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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3 강경 진압 책임 논란과 국가유공자 예우 체계가 정면으로 부딪혔다. 이재명 대통령이 4·3사건 당시 강경 진압을 지휘한 고 박진경 대령의 국가유공자 등록 취소 검토를 국가보훈부에 지시하면서 정치권과 보훈 행정 전반에 파장이 일고 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14일 국가보훈부에 박진경 대령의 국가유공자 등록 건에 대해 취소 가능성을 포함한 전면 재검토를 지시했다고 15일 밝혔다. 최근 박 대령의 유공자 등록 사실이 알려진 뒤 4·3 단체와 제주 지역 사회를 중심으로 강한 반발이 제기된 상황에서 대통령이 직접 제동을 건 셈이다.  

박진경 대령은 1948년 5월 당시 제주에 주둔하던 국방경비대 9연대장으로 부임해 강경 진압 작전을 지휘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4·3 관련 단체와 유족들은 박 대령이 군 작전을 통해 다수의 양민 학살에 책임이 있다며 국가유공자 예우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문제를 제기해 왔다.  

 

앞서 서울보훈지청은 2024년 10월 박진경 대령 유족이 신청한 국가유공자 등록을 무공수훈을 근거로 승인했다. 이어 11월 4일에는 이재명 대통령과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명의 직인이 찍힌 국가유공자증이 유족에게 전달됐다. 유공자증 발급 사실이 알려지자 4·3 단체와 제주도민 사회에서 강력한 반발이 이어졌고, 정치권에서도 보훈 행정의 판단 기준을 둘러싼 공방이 가열됐다.  

 

논란이 커지자 국가보훈부는 입장문을 통해 유감을 표했다. 보훈부는 당시 자료에서 "제주 4·3과 관련한 논란이 있는 사안에 대해 신중한 검토가 이뤄지지 못한 점에 대해 희생자와 유가족 그리고 제주도민께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보훈 당국이 절차상 승인 결정의 정당성을 유지하면서도 사회적 논란에 대해선 책임을 인정한 셈이라는 평가가 뒤따랐다.  

 

권오을 보훈부 장관도 12월 11일 직접 제주를 찾아 4·3 희생자 유족과 지역 여론에 거듭 사과했다. 권 장관은 현지에서 "보훈부 장관으로서 희생자 유족들과 제주도민들께 정말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도 유공자 등록 취소 문제에 대해선 "절차를 모두 검토했지만, 그것은 입법을 통해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현 제도에서는 등록을 취소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현행 법령으로는 행정적 취소가 어렵다는 점을 강조한 발언이었다.  

 

그러나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등록 취소 검토를 지시하면서 상황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대통령실 안팎에서는 이 대통령 지시가 단순한 사후 수습 차원이 아니라, 국가폭력 피해 사건에 대한 국가 책임 인식과 보훈 제도 전반의 정비 방향을 반영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국가보훈부는 그동안 제기해 온 제도 한계를 전제로 하면서도, 법률 해석과 절차 재점검, 국회와의 입법 협의 가능성까지 포함한 추가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관측된다.  

 

정치권에선 보훈 행정의 일관성과 역사 인식 문제를 둘러싼 논쟁이 재점화될 전망이다. 여야는 박진경 대령의 행적과 공적을 어떻게 평가할지, 또 4·3사건과 같은 국가폭력 피해 사건과 군인·경찰의 유공 평가를 어떤 기준으로 나눌지에 대해 상반된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크다. 특히 유공자 등록 취소를 위해 별도 입법이 필요하다는 보훈부 입장과, 행정 재량과 법 해석 여지를 넓혀서라도 조치해야 한다는 인권·시민단체 입장이 충돌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제주 4·3사건 특별법 개정과 진상규명, 명예회복 조치 등이 이어져 온 가운데, 이번 사안은 국가보훈 체계와 과거사 정책을 함께 묶어 재정리할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법조계에선 박진경 대령 사례가 향후 유사한 논란 사안의 선례가 될 수 있는 만큼, 국회 차원에서 국가유공자 등록 기준과 취소 절차를 명확히 규정하는 입법 논의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로 국가보훈부가 어떤 법적·행정적 해법을 내놓을지에 따라 향후 국회 논의의 방향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정치권은 4·3사건을 둘러싼 역사 인식과 보훈 체계 개편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이어갈 것으로 보이며, 국회는 다음 회기에서 관련 제도 개선과 입법 대안을 놓고 본격 논의에 나설 계획이다.

송다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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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박진경#국가보훈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