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키세스단이 쉬엄쉬엄 뽑은 대통령 아니다”…김혜경, 이재명 강행군 언급

윤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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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긴장과 피로 누적 논란이 교차하는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의 부인 김혜경 여사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이 대통령의 강행 일정을 직접 언급하며 여론전에 나선 모양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형성된 ‘키세스단’을 소환한 발언이 전해지면서 정치권 파장도 예고되고 있다.

 

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 배우자 김혜경 여사는 22일 현지에서 한인 여성들과 간담회를 진행했다. 간담회에는 사회공헌과 문화교류 활동을 해온 한인 여성들이 참석했다.

전은수 대통령실 부대변인에 따르면 간담회 자리에서 한 참석자가 이재명 대통령의 건강을 우려하자 김 여사는 “늘 건강을 걱정해 조금 쉬어가며 일할 것을 권한다”면서도 “대통령께서는 ‘1년 전 얼음 아스팔트 위의 키세스단이 쉬엄쉬엄하는 대통령을 뽑은 것이 아니다’라며 기내에서도 잠을 아끼고 서류를 꼼꼼히 챙긴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김 여사가 인용한 ‘키세스단’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국면 당시 추위를 견디기 위해 은박 담요를 덮고 거리 시위에 나섰던 시민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이 표현은 이 대통령 지지층의 희생과 헌신을 상기시키는 상징으로 사용돼 왔다.

 

김 여사의 발언은 한편으로는 대통령 건강 우려에 대응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지지층의 기대와 책임감을 강조하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특히 대통령이 해외 순방 중에도 “잠을 아끼고 서류를 챙긴다”고 강조한 대목은 국정 전념 이미지를 부각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같은 날 오후 김 여사는 주남아공 한국문화원에서 열린 ‘햇살 아래 익어가는 한식의 맛과 지혜’ 행사에도 참석해 문화 외교 행보를 이어갔다. 이 자리에는 배향순 요리 강사와 현지 요리사 10명, 한국 문화를 배우는 학생 16명이 함께했다.

 

김 여사는 행사에서 “된장과 간장, 고추장은 단순한 양념이 아닌 한식의 핵심으로 오랜 시간의 정성과 기다림 끝에 완성된다”며 “한국의 전통 장맛이 오랜 세월을 거쳐 깊어지듯 우리 두 나라의 우정도 깊고 풍성한 열매의 결실을 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식의 발효 문화를 한·남아공 관계에 빗댄 발언이다.

 

이후 김 여사는 배향순 강사와 함께 현지 요리사들에게 된장찌개 끓이는 방법을 시연했다. 참가자들은 완성된 찌개를 함께 시식하며 한국 식문화와 재료, 조리법 등에 대해 질의응답을 이어갔다.

 

김 여사는 또 “장 담그기 문화처럼 김치 담그기도 유네스코 유산으로 등재됐다”고 소개하며 “김치는 찢어서 먹으면 더 맛있다. 면역력 강화에도 좋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직접 김치를 찢어 나눠주며 현지 참가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행사 이후에는 문화원 학생들의 아리랑과 부채춤, 케이팝 공연이 이어졌다. 이날 무대에 오른 케이팝 팀은 지난 9월 양국 특별문화교류 행사인 ‘우분투와 함께하는 K-컬처’에서 활동한 팀으로 알려졌다. 김 여사는 공연을 마친 학생들에게 “영광”이라며 “데뷔하셔야 할 것 같다”고 격려했다.

 

대통령실은 김 여사의 일정을 통해 남아프리카공화국 한인 사회와의 소통을 강화하는 동시에, 한식과 전통문화를 매개로 한 대중외교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그러나 대통령의 강행군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탄핵 정국의 상징이 된 ‘키세스단’을 언급한 대목을 두고선 정치적 공방이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김 여사의 발언이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수행 의지를 부각하는 효과와 함께, 과거 탄핵 시위에 참여했던 시민들의 정서를 다시 자극하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향후 여야는 대통령의 건강 관리와 일정 운영 방식, 지지층을 향한 메시지 전략을 놓고 공방을 이어갈 전망이다.

윤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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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경#이재명#키세스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