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12월 금리 인하 여지 남았다”…미국 연준 완화 신호에 뉴욕증시 급등, 나스닥 6개월 만에 최대 상승

윤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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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각 24일 미국(USA) 뉴욕 증시가 12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급속히 커지며 일제히 상승 마감했다. 연준 인사들의 잇단 완화 발언과 미·중 간 긴장 완화 기대가 겹치면서 기술주를 중심으로 강한 매수세가 유입됐고, 변동성이 컸던 나스닥은 6개월 만에 가장 큰 하루 상승 폭을 기록했다. 이번 흐름이 고금리 기조 전환의 신호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국제 금융시장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4일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202.86포인트(0.44%) 오른 46,448.27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102.13포인트(1.55%) 상승한 6,705.12에 장을 마감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598.92포인트(2.69%) 급등한 22,872.01로 마감해 강세장을 이끌었다. 블룸버그통신과 파이낸셜타임스(FT)는 나스닥의 이날 상승 폭이 지난 5월 이후 약 6개월 만에 최대라고 전했다.

뉴욕증시, 12월 금리인하 기대에 일제 상승…나스닥 2.69% 급등
뉴욕증시, 12월 금리인하 기대에 일제 상승…나스닥 2.69% 급등

상승장을 주도한 것은 인공지능(AI)과 전기차 등 성장주였다.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은 AI 이미지 생성·편집 도구 ‘나노 바나나’의 새 버전을 공개한 영향으로 6.28% 급등하며 사상 최고가를 다시 경신했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전기차 업체 테슬라 주가도 6.82% 오르며 시장 전반의 위험자산 선호 심리를 대변했다.

 

최근 나스닥은 AI 과열 논란 속에서 급격한 가격 변동에 시달려 왔다. 특히 20일에는 장중 고점 대비 저점 낙폭이 5%에 달해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다. 이러한 변동 폭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호관세 도입 방침을 밝힌 뒤 시장 불안이 커졌던 지난 4월 9일 이후 가장 큰 수준으로 집계됐다. AI 거품 우려와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미국 증시는 지난주까지 약세 흐름을 보였다.

 

기류를 바꾼 것은 연준 인사들의 메시지였다. 연준이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다시 우세해진 가운데, 완화적 발언이 연달아 나오자 조기 금리 인하 기대가 한층 강화됐다. 불과 1주일 전만 해도 시장에서는 다음달 금리 동결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었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21일 연설에서 “가까운 시기에 기준금리를 추가 조정할 여지가 아직 남았다고 본다”며 향후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같은 날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도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고용시장 둔화를 우려하며 12월 금리 인하에 찬성하는 입장을 드러냈다. 앞서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17일 발언을 통해 연준이 다음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추가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 같은 발언은 곧바로 금리선물 시장에 반영됐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 참가자들은 연준이 다음달 9∼10일 열리는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확률을 21일 기준 71%로 반영했다. WSJ에 따르면 이 확률은 24일에는 80%를 웃도는 수준으로 뛰어올랐으며, 1주일 전만 해도 42%에 그쳤다. 정책 경로에 대한 불확실성이 줄어들면서 위험자산 선호가 강화됐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정책 리스크 완화에 더해 미국(USA)과 중국(China) 사이의 긴장 완화 기대도 증시 상승에 힘을 보탰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소셜미디어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매우 좋은 전화 통화를 했다”고 공개했다. 그는 시 주석이 내년 4월 베이징 방문을 제안했고 자신이 이를 수락했다고 밝히며 양국 간 고위급 교류가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무역 갈등과 관세 리스크가 글로벌 시장에 그늘을 드리웠던 만큼, 양국 정상 간 소통 재개는 투자 심리에 우호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위험자산 전반으로 매수세가 확산되면서 가상자산 시장 역시 동반 반등했다. FT 등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주 7개월 만에 9만달러선을 밑돌며 약세를 보였지만, 이날 약 2.6% 상승해 약 8만9천100달러에서 거래됐다. 비트코인은 최근 9만달러 지지선이 붕괴된 이후 조정을 받았으나, 연준의 완화 기대와 위험 선호 심리 회복에 힘입어 다시 상방으로 방향을 돌린 모습이다.

 

미국(USA) 통화정책의 변화 조짐은 전 세계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도 직접적인 파장을 낳을 전망이다. 금리 인하가 현실화될 경우 미국 국채 수익률과 달러화 강세 압력이 완화되면서 신흥국 통화와 자산시장에 숨통을 틔워줄 수 있지만, 동시에 AI와 기술주를 중심으로 다시 과열 양상이 재현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주요 외신들은 이번 랠리가 연준의 정책 전환 기대에 기댄 만큼, 향후 경제지표와 연준의 실제 결정에 따라 시장 분위기가 급변할 수 있다고 전했다.

 

향후 12월 FOMC에서 연준이 얼마나 강한 완화 신호를 보낼지, 또 미·중 관계 완화 기대가 실제 무역·투자 협상 진전으로 이어질지가 글로벌 자산 시장의 다음 방향성을 가를 고비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국제사회는 연준의 정책 결정과 그 경제적 효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윤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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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증시#연준#fom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