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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우울증도 진단”…서울성모, 감정분석 의료기기 → 디지털 헬스케어 새 국면

윤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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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기반 우울증 진단 기술이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서울성모병원과 아크릴이 개발한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는 환자와 의료진의 면담 텍스트, 감정 표현을 AI로 정밀 분석해 신속하게 우울증 위험도를 산출한다. 이 기술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 의료기기 2등급 허가를 획득하며, 정신건강 평가와 치료 현장에 혁신적 변화를 불러올 전망이다. 업계는 객관적 정량 진단이 가능해짐에 따라, 향후 AI·정신의료 융합의 분기점이 될지 주목하고 있다.

 

서울성모병원과 소프트웨어 기업 아크릴이 공동 개발한 AI 의료기기 ‘아크릴(Acryl-D01)’은 환자의 면담 기록과 감정 상태 분석을 기반으로, 우울증 확률을 수치적으로 제시한다. 기존 우울증 진단은 환자가 직접 증상을 표현하는 주관적 진술과 전문의 면담에 크게 의존했으나, 이번 기술은 LLM(대형언어모델) 기반 텍스트·음성 데이터 해석으로 객관성을 크게 높였다. 실제로 최근 아크릴의 실증사업에선, 우울증 평가 시간이 기존 10분에서 10초로 60분의 1 이하로 단축됐다.

AI 진단 도구의 원리는 환자가 면담 과정에서 보인 감정 상태, 언어 표현, 특정 문항에 대한 답변의 정서적 뉘앙스까지 수집·정제해 알고리즘이 평가한다. 예를 들어 ‘자존감 저하’, ‘자살 충동’, ‘의욕 저하’ 등 핵심 문항의 텍스트 신호를 감정(슬픔, 불안, 분노, 두려움 등) 유형별로 자동 분류하고, 최신 우울증 임상지침의 진단 기준을 데이터로 반영한다.

 

특히 이번 기술은 기존 면담 기반 평가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던 환자 답변의 축소·과장, 의료진 주관 해석 한계를 AI가 획기적으로 보완했다. 업계와 의료계에서는 실제 우울증 환자가 자신의 감정을 전달하기 어려운 점, 다양한 증상의 비정형적 표현 등 임상 진단 맹점을 해소할 신뢰성 기반 도구로 평가한다.

 

시장 활용 측면에서도 1차 스크리닝 도구로서 AI 진단기의 확대가 기대된다. 전국적으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분포의 불균형이 심각해, 서울·경기 이외 지역 24개 시군구에는 전문의가 1명도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AI 기반 진단기가 1차 조기 발견, 지역 의료 불균형 해소, 진단 정확도 제고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글로벌 시장에선 음성·텍스트를 이용한 감정분석 AI 연구가 앞서 진행됐으나, 실제 환자 대면 면담 기록에서 확률을 수치로 환산해 임상에 직접 적용하는 의료기기는 드물다. 미국, 유럽 등에서도 아직 감정 기반 AI 진단 기기의 현장 검증과 규제 프레임이 점진적으로 마련되는 상태다.

 

이번에 허가받은 아크릴의 AI 진단기는 식약처의 2등급 의료기기 등록을 통해 공식 의료현장 적용이 가능해졌으며, 향후 심층 진단을 위한 정책적 기반이 마련되고 있다. 의료 데이터의 준거성, AI 진단에 대한 전문의 보조 여부, 데이터 보호 등 규제와 윤리 논의도 병행된다.

 

김대진 서울성모병원 교수는 “AI의 진단이 전문의 부족 문제나 조기 선별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앞으로 진단 프로세스 속도와 정확성을 함께 높이고, 의료 사각지대 해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산업계는 이번 AI 우울증 진단 기술이 실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디지털 정신건강 산업의 성장과 제도·윤리의 밸런스가 관건이 될지 주시하고 있다.

윤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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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성모병원#아크릴#우울증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