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달러선 회복했지만 여전히 취약”…이더리움, 고래 매집 속 개미 투심 냉각
현지시각 기준 29일, 글로벌 암호화폐 시장에서 이더리움(ETH)이 수 주간의 강한 매도 압력 끝에 3,000달러 선을 다시 넘어서며 기술적 반등에 나섰다. 그러나 가격이 8월 고점 대비 약 40% 낮은 수준에 머무는 가운데 투자 심리는 여전히 위축돼 있고, 단기 모멘텀도 약해 반등의 지속 가능성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외신 비트코이니스트(bitcoinist)에 따르면, 분석가들은 최근 흐름을 두고 “강세론자들이 추세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하고 있다”며 잠재적 약세장 초기 단계에 대한 경고를 내놓고 있다. 현지시각 기준 29일 오전에도 이더리움은 3,000달러를 회복했지만, 상승 시도마다 주저하는 모습이 반복되고 있고, 광범위한 시장 환경 역시 안정 국면과 거리가 있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눈에 띄는 점은 이런 불확실성 속에서도 대규모 투자자들의 매집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온체인 분석업체 룩온체인(Lookonchain)은 채굴 및 투자 기업으로 알려진 비트마인(Bitmine)이 최근 하락세 동안 이더리움을 공격적으로 사들이고 있으며, 매수 속도를 늦추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룩온체인에 따르면 비트마인은 몇 시간 전에도 1만4,618 ETH를 추가로 매수했으며, 이는 약 4,434만달러(약 614억 원) 규모로 추산된다.
이번 거래를 포함해 비트마인이 보유한 이더리움은 총 343만6,000 ETH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현재 시가 기준 약 103억9,000만달러(약 14조4,000억 원)에 이르는 물량이다. 외신은 이를 두고 “지속적인 시장 혼란에도 불구하고, 비트마인은 현재 가격대를 장기적 가치가 있는 구간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즉, 단기 변동성보다 장기 가치에 무게를 둔 전략적 매집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고래 투자자의 행보는 공포와 관망이 지배적인 소매 투자자들의 태도와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 개별 투자자와 단기 트레이더들은 여전히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으며, 다수의 시장 분석가들은 “이더리움이 3,000달러 선 위에서 확실한 모멘텀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추세 약화를 지적한다. 이더리움이 다시 3,000달러를 넘겼음에도 전반적인 시장 심리가 개선되지 않는 상황이다.
기술적 지표도 약세 신호를 강화하고 있다. 현재 이더리움 가격은 50일, 100일, 200일 단순이동평균(SMA) 아래에 머물며, 이들 지표가 겹겹이 저항선으로 작용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50일 SMA가 100일 SMA 아래로 내려가는 이른바 ‘약세 교차’가 나타났고, 200일 SMA 역시 현 시세 위에 위치해 있어 중장기 추세가 불리하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10월 초 고점을 기록한 이후 차트에서 계속해서 낮아지는 고점(lower highs)이 형성되고 있다는 점도 시장의 약세 통제를 반영하는 대목이다. 최근의 반등 구간에서도 거래량이 11월 매도 국면에서 기록된 물량에 비해 뚜렷하게 줄어든 것으로 관측돼, 매수세의 힘이 충분히 회복되지 못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이 같은 기술적 구조는 단기 가격 반등이 나와도 상단이 제한될 수 있다는 경고로 이어진다.
그럼에도 비트마인과 같은 대형 투자자는 약세장 구간을 장기 진입 기회로 활용하는 전형적인 전략을 구사하는 모습이다. 룩온체인의 분석에 따르면, 비트마인의 매집 패턴은 단기간 가격 반등을 노린 단기 트레이딩보다는 향후 수개월에서 수년을 내다본 장기 보유 전략에 가깝다. 시장에서는 “대규모 원칙 투자자들이 할인된 가격에서 포지션을 구축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외신 보도와 온체인 데이터를 비판적으로 살펴볼 필요도 있다. 비트마인의 대규모 이더리움 매집이 장기적인 긍정 신호라는 점에는 이견이 적지만, 이것이 곧 단기 가격 급등으로 이어진다고 단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외신 보도 역시 “비트마인의 행보는 장기 가치 평가에 기반한 접근으로, 단기 유동성이나 매크로 변수와 분리된 전략”이라고 선을 그었다. 거시경제 환경, 규제 이슈, 비트코인 가격 흐름 등 외부 요인이 이더리움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여전히 크다는 점에서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더리움이 3,300~3,400달러 구간을 돌파하고, 동시에 주요 이동평균선을 되찾으며 명확한 ‘높은 저점’(higher low)을 형성하지 못할 경우, 현재의 광범위한 매도 압력을 구조적으로 뒤집기 어렵다고 경고한다. 즉, 고래 매집이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인 수급 변화를 예고할 수 있지만, 단기 가격 흐름을 지배하기 위해서는 기술적 저항 돌파와 거래량 회복 같은 추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는 분석이다.
향후 몇 주 동안 관건은 비트마인을 비롯한 대형 매수 주체의 수요가 얼마나 꾸준히 이어질지, 그리고 이 수요가 시장 전반의 매도 압력을 상쇄할 수 있을지 여부가 될 전망이다. 3,000달러 선을 지지선으로 굳히고 3,300~3,400달러 상단 저항을 돌파하는 데 성공한다면, 투자 심리 회복과 함께 중기 강세 전환 시나리오도 힘을 얻을 수 있다.
국제 암호화폐 시장에서는 이더리움의 움직임이 디파이(DeFi)와 대체불가능토큰(NFT) 생태계, 그리고 레이어2 확장 솔루션 전반의 자금 흐름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그 파급 효과를 주시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고래의 매집 동향뿐 아니라 전체 시장 거래량, 파생상품 포지션, 주요 이동평균선의 재배열 여부 등을 함께 점검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이더리움이 약세 신호를 극복하고 장기 강세 추세로 복귀할 수 있을지 국제 암호화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