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금 시대 끝났다”…비트코인, 금과 역사적 디커플링에 글로벌 시장 촉각
현지시각 기준 2025년 12월 25일,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 ‘디지털 금’으로 불리던 비트코인과 실물 금의 가격 흐름이 뚜렷하게 갈라졌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지정학적 긴장과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동시에 커진 환경에서 투자 자금이 위험자산 성격이 강한 가상자산을 떠나 전통적 안전자산인 금으로 쏠리며 국제 자금 흐름의 구조적 변화가 드러났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이번 디커플링 현상은 향후 가상자산의 위상과 글로벌 포트폴리오 전략에 상당한 변곡점을 남길 것으로 주목받는다.
크립토 전문 매체 크립토뉴스(Cryptonews)는 최근 분석에서 비트코인(BTC)이 연초 대비 약 6%가량 하락한 반면, 같은 기간 국제 금값은 약 70% 급등했다고 전했다. 매체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10월 고점 이후 조정 국면을 거치며 상승 동력을 크게 상실한 반면, 금은 각국 지정학 리스크와 경기 둔화 우려를 배경으로 사상 최고 수준을 잇달아 경신하고 있다. 투자자들이 위험 선호 자산보다는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낮고 유동성이 검증된 자산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졌다는 설명이다.
올해 들어 주요 분쟁 지역의 군사적 긴장, 교역 갈등, 에너지 공급 불안 등 복합 위기가 겹치면서 글로벌 금융 시장의 불확실성이 확대됐다. 과거에는 비트코인을 포함한 일부 가상자산이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이자 새로운 ‘디지털 금’ 후보로 주목받았지만, 최근 변동성 확대와 규제 리스크가 부각되며 해당 서사가 힘을 잃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대로 금은 중앙은행의 보유 확대, 실물 수요 증가, 상장지수펀드(ETF) 유입 등 구조적 수요 요인이 맞물리며 안전자산 지위를 재확인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 같은 자금 이동은 각국 통화정책과도 연결돼 있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고금리 기조를 장기간 유지하는 방향으로 선회하면서 레버리지를 활용한 투자가 부담을 안게 됐다. 비트코인과 같은 고위험·고변동성 자산은 금리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는 반면, 금은 물가와 실질 금리 수준, 달러 가치 등 복합 변수에 연동돼 보다 안정적인 헤지 수단으로 평가되고 있다. 일부 시장 참여자는 “이번 사이클에서 비트코인의 변동성은 여전히 주식 등 위험자산과 더 밀접한 상관관계를 보여줬고, 금과의 상관관계는 뚜렷하게 약해졌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주요 매체도 최근의 흐름을 집중 조명하고 있다. 미국(USA) 경제지들은 비트코인이 위험 선호 국면에서 강세를 보이는 ‘하이베타 테크 자산’에 가깝다는 논조를 강화하고 있으며, 영국(UK) BBC와 같은 공영 매체는 금값 급등을 “위험 회피 심리의 집약된 결과”로 해석했다. 유럽(EU) 일부 언론은 “디지털 자산이 전통적 안전자산의 역할까지 대체하기에는 제도·신뢰 측면에서 아직 격차가 크다”고 평가했다.
가상자산 업계와 투자자 사이에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비트코인 지지자들은 장기적으로 공급량이 제한된 구조와 탈중앙 네트워크 특성을 들어 “단기 조정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희소 자산으로서의 매력은 유효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신중론자들은 규제 환경, 제도권 편입 속도, 기관 투자자의 포지션 변화 등이 뚜렷하게 개선되지 않는 한 안전자산 서사 회복은 쉽지 않다고 본다.
전문가들은 이번 금과 비트코인의 극단적 디커플링을 글로벌 자산 배분의 ‘현실 검증’ 과정으로 해석한다. 지정학적 충격이 반복되는 환경에서 투자자들은 다시 한 번 실물 기반의 전통적 안전자산을 우선시했고, 가상자산은 여전히 성장성은 크지만 위험자산 범주에 머무르고 있다는 평가가 힘을 얻고 있다. 향후 각국의 통화정책 방향, 규제 정비 수준, 디지털 통화 인프라 확산 속도에 따라 두 자산 간 상관관계가 재조정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국제 금융 시장에서는 금과 가상자산의 향후 가격 흐름뿐 아니라, 양자 간 역할 분담이 어떻게 자리 잡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중앙은행의 금 보유 확대 흐름이 이어질 경우 금의 안전자산 지위는 더욱 공고해질 수 있으며, 비트코인은 변동성이 크지만 수익 기회를 노리는 위험 선호 자금의 주요 투자처로 재정의될 전망이다. 이번 디커플링이 장기 추세로 굳어질지, 새로운 국면 전환의 전주곡에 불과할지 국제사회가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