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재판 공정성 논란 차단해야"…윤석열 전 대통령 '이종섭 도피 의혹' 사건, 형사22부로 재배당

장서준 기자
입력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 대상이었던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호주대사로 임명해 해외로 도피시켰다는 의혹을 둘러싸고 윤석열 전 대통령 등이 재판대에 선 사건에서, 재판부 구성 문제가 새 쟁점으로 떠올랐다. 재판장의 학연이 드러나자 법원이 스스로 사건을 다른 재판부에 넘기며 공정성 논란 차단에 나선 모양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범인도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사건을 형사합의22부 조형우 부장판사 재판부에 재배당했다고 밝혔다. 당초 사건은 형사합의34부 한성진 부장판사 재판부에 배당돼 있었다.

그러나 형사합의34부는 재판장인 한성진 부장판사가 피고인 중 한 명인 이시원 전 대통령비서실 공직기강비서관과 같은 대학, 같은 학과 출신 동기라는 점을 들어 재배당을 요청했다. 한 부장판사와 이 전 비서관은 모두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공법학과를 졸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형사합의34부는 재판의 공정성에 대한 오해와 불신이 제기될 소지가 있다고 보고, 사건을 다른 재판부로 돌려달라고 법원 내부에 의견을 전달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이런 사정을 검토한 끝에 재배당 사유가 충분하다고 판단했고, 형사합의22부에 사건을 맡기기로 결정했다.

 

새로 사건을 담당하게 된 형사합의22부 조형우 부장판사 재판부는 이미 굵직한 정치·사회적 사건을 심리해 온 곳이다. 우선 이명현 순직해병 특별검사팀이 기소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사건을 담당하고 있다. 임 전 사단장은 2023년 7월 경상북도 예천군 수해 현장에서 허리 높이까지 물이 차오른 구역에 구명조끼 등 안전장비를 지급하지 않은 채 부하 장병들을 투입해 수중수색을 진행하게 한 혐의를 받는다.

 

형사합의22부는 또한 대장동 개발 비리 특혜 의혹과 관련한 민간업자들의 1심 재판을 맡았던 재판부이기도 하다. 재판부는 지난 10월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이 사업 구조 설계에 관여한 남욱 변호사와 정영학 회계사, 남 변호사의 대학 과 후배로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입사해 이들의 불법행위를 도운 것으로 판단된 정민용 변호사 등에게 실형을 선고하고 전원을 법정구속한 바 있다.

 

이보다 앞서 이명현 특별검사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이시원 전 비서관을 포함한 주요 피의자 6명을 재판에 넘겼다. 특검팀은 이들이 채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과 관련해 수사를 받던 이종섭 전 장관을 보호하기 위해 외교 라인을 활용했다고 보고 있다.

 

기소 대상에는 조태용 전 국가안보실장, 장호진 전 국가안보실장,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심우정 전 법무부 차관 등이 포함됐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과 청와대, 법무부 핵심 인사들이 이 전 장관을 호주대사에 임명한 뒤 출국과 귀국 과정 전반을 지원해 사실상 도피를 도운 혐의를 적용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청와대와 국가안보실, 법무부 고위라인이 한꺼번에 기소된 데다, 피고인 상당수가 전직 최고위 공직자인 만큼 향후 재판 과정이 정국에 적지 않은 파장을 낳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형사합의22부가 대장동 민간업자들에게 잇따라 실형을 선고했던 전례를 고려할 때, 이 사건에서도 치열한 법리 다툼과 정치권 공방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재판부 재배당에 대해 구체적인 추가 설명을 내놓지 않았지만, 재판장의 학연이 재판 공정성 논란으로 이어지기 전에 선제적으로 조치했다는 평가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정치권 역시 윤석열 전 대통령과 전직 안보·사법 라인이 함께 법정에 서게 된 상황을 두고 강경하게 맞설 가능성이 높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2부는 조만간 사건 기록 검토를 마치는 대로 공판 준비 절차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과 법조계는 첫 공판기일을 전후해 쟁점 정리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하며, 향후 법원 판단이 정국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부와 국회는 특검 수사 및 재판 진행 상황을 지켜보며 관련 제도 개선 논의를 병행할 계획이다.

장서준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윤석열전대통령#이종섭전국방부장관#서울중앙지방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