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일본 지도자 또 야스쿠니 신사 공물”…외교부, “책임·반성 행동으로 보여라” 강력 유감 표명

정하준 기자
입력

일본 야스쿠니 신사에 대한 지도급 인사들의 반복된 공물 봉납 과 행보를 두고 한국 정부와 외교부가 강하게 유감을 표명했다. 한국과 일본 사이에 고질적으로 자리한 역사 인식 갈등이 다시 국제 현안으로 부상했다.

 

외교부는 17일 대변인 명의 논평을 통해 “정부는 일본의 과거 침략전쟁을 미화하고 전쟁범죄자까지 합사한 야스쿠니 신사에 일본의 책임 있는 지도급 인사들이 또다시 공물을 봉납하거나 참배를 되풀이한 데 대해 깊은 실망과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일본 내 책임 있는 지도자들이 “역사를 직시하고 과거사에 대한 겸허한 성찰과 진정한 반성을 행동으로 보여줄 것”을 촉구했다. 이러한 요구에는 한일 양국 국민 간 신뢰 회복이 미래지향적 관계의 기초라는 입장도 담겼다.

이날 일본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야스쿠니 신사에 ‘내각총리대신 이시바 시게루’ 명의로 ‘마사카키’라고 불리는 공물을 봉납했다. 이시바 총리는 기시다 후미오·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에 이어 신사 참배 대신 공물 혹은 공물 대금을 전달하는 방식을 고수해 왔다. 한편 차기 총리로 거론되는 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총재도 사비로 공물 대금을 봉납했다. 다카이치 총재는 주로 봄·가을 예대제와 패전일에 꾸준히 야스쿠니 신사를 찾았으나, 이번엔 외교적 파동 등을 의식해 참배는 자제한 것으로 현지 언론이 전했다.

 

그러나 자민당 핵심 실세인 후루야 게이지 선거대책위원장, 아리무라 하루코 총무회장 등 일각에서는 신사 참배가 강행됐다. 이들은 차기 총리 체제 임기 초의 상징적 메시지로 읽히면서, 한일 간 과거사 현안의 외교적 진통을 예고했다.

 

정치권 반응도 분분하다. 외교부 고위 관계자는 “신뢰에 기반한 정상외교의 기초는 책임 있는 과거사 인식에서 출발한다”고 언급했다. 반면, 일본 보수 진영에서는 “국내 전통 존중”이라는 자위적 논리가 반복됐다. 전문가들은 “일본 내 과거사 인식 문제를 두고 동아시아 외교 지형이 다시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 진단했다.

 

향후 한일관계는 이번 야스쿠니 신사 행보에 대한 양국 외교 채널 대응과 국민 여론에 크게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일본 측의 진정 어린 역사 인식 변화와 행동을 거듭 촉구할 방침이다.

정하준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외교부#야스쿠니신사#이시바시게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