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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인도태평양 안보 맞물려”…안규백·욘손, 한·스웨덴 국방·방산 협력 강화 합의

강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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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안보 지형이 유럽과 인도태평양을 동시에 흔드는 가운데, 한국과 스웨덴 국방 수장이 맞대면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 확대와 인도태평양 안보 불안이 겹치며 양국이 국방·방산 협력을 전략 의제로 끌어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방부는 27일 현지시간으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폴 욘손 스웨덴 국방부 장관과 회담을 갖고 국방 및 방위산업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한국 국방부 장관의 스웨덴 방문과 한·스웨덴 국방장관 회담은 14년 만이다.

안규백 장관은 모두발언에서 한국 국방부 장관으로서는 처음으로 스웨덴을 찾았다는 점을 언급하며 이번 회담의 상징성을 부각했다. 그는 한국전쟁 시기 스웨덴이 의료지원단을 파견하고, 이후 중립국감독위원회에 참여하는 등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해 역할을 해온 점을 상기하며 스웨덴 측에 사의를 전했다.

 

또한 안 장관은 스웨덴이 지난해 3월 북대서양조약기구에 가입한 뒤 국방력 강화를 지속해 온 점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한국 역시 국방비를 꾸준히 증액하는 등 군사력과 방위역량 제고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토 가입을 계기로 안보 환경이 급변한 스웨덴과 북한 위협에 직면한 한국이 각자 국방태세를 강화하는 흐름에서 접점을 찾았다는 해석이 뒤따랐다.

 

안 장관은 특히 중장기적인 유럽 협력 구도에서 스웨덴의 전략적 가치를 강조했다. 그는 스웨덴이 보유한 우수한 방산기술을 거론하며, 유럽과의 연계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스웨덴과의 전략적 협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국 방위산업의 수출 다변화와 첨단 기술 협력에 스웨덴이 핵심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인식으로 읽힌다.

 

폴 욘손 장관은 인도태평양과 유럽 안보가 서로 떨어져 있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유럽과 인도태평양 지역 간 안보 연계성이 한층 심화한 시점이라고 진단하면서, 인도태평양 지역의 핵심 국가로 자리 잡은 한국과의 협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나토 회원국이 된 스웨덴이 한국을 인도태평양 협력 축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두 장관은 회담에서 양국이 함께 추진할 협력 분야도 구체화했다. 양측은 인공지능, 유무인 복합체계, 우주항공, 드론 및 대드론 기술 등 미래전에 대비한 국방과학기술을 중점 분야로 지목하고 긴밀한 협력에 나서기로 했다. 기존의 전통적 무기체계 중심 협력을 넘어, 정보·우주·무인체계 등 신영역에서 공동 연구와 기술 교류를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과 스웨덴이 공통 관심사로 꼽은 인공지능과 유무인 복합체계는 전장에서의 지휘통제와 감시정찰, 타격 능력을 동시에 바꾸는 분야로 꼽힌다. 드론과 대드론 기술, 우주항공 협력도 정보 우위와 영공·우주 공간 감시 역량을 가르는 핵심 축이라는 점에서 양국에 전략적 의미가 크다.

 

국방부 안팎에서는 스웨덴의 나토 가입 후 첫 한국 국방장관 회담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동북아 안보 긴장이 겹치는 상황에서 한·스웨덴 협력이 유럽과 인도태평양을 잇는 새로운 안보 협력 축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한편 한국 정부는 한·미 동맹과 한·미·일 안보 협력에 더해 유럽 주요국과의 방산·안보 연계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외교·국방 전략을 조정해 왔다. 국방부는 스웨덴과의 장관급 회담 결과를 토대로 후속 협의체 구성과 구체적인 기술 협력 과제를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역시 방위산업 수출과 첨단 국방기술 확보와 연결되는 만큼 관련 논의에 관심을 기울일 전망이다.

강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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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규백#폴욘손#한스웨덴국방장관회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