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재외국민 소외되지 않아야"…이재명, 전자투표 도입 의지 재확인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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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대표성 논란과 투표 제도 개편 요구가 맞붙었다. 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일정으로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찾은 이재명 대통령이 현지 동포들을 만나 재외국민 전자투표 도입 의지를 거듭 드러냈다. 대선 과정에서 제시했던 재외국민 참정권 확대 공약을 다시 꺼내 들면서, 향후 선거 제도 논의에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23일 현지시간 오후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샌튼 컨벤션센터에서 부인 김혜경 여사와 함께 재외동포 70여명을 초청해 오찬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재외국민의 정치 참여 여건을 언급하며 정부 책임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남아공 교민이 약 4천명 된다는데 대한민국 주인으로서 책임과 역할을 다할 기회를 정부가 제대로 마련하지 못한 것은 정말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한인회 구성과 활동을 정부가 지원하는 등 재외국민이 소외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헌법상 국민주권 원칙에 비춰볼 때 해외에 거주하는 국민도 동등한 정치적 권리를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특히 이 대통령은 전자투표 도입 필요성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사실 전자투표를 해도 별 문제가 없다. 정당 대표를 뽑을 때도 전자투표를 한다. 안전성의 문제도 대부분 해결된 것 같다"고 평가했다. 국내 정당 내부 선거에서 이미 전자투표가 널리 활용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며 기술적 안정성이 상당 부분 확보됐다는 판단을 드러낸 셈이다.

 

또한 이 대통령은 장거리 이동에 따른 재외국민 유권자들의 불편을 지적했다. 그는 "앞으로는 재외국민 여러분께서 투표할 데가 없어서 등록하고 투표하느라 1박 2일, 3박 4일씩 가는 일이 생기지 않게 노력하겠다"고 말해, 전자투표 또는 우편투표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투표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 발언이 나오자 현장에 모인 동포들은 박수로 호응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자투표와 유사한 방식인 우편 투표제 등 비대면 투표 수단을 활용해 재외국민의 참정권을 향상하겠다는 구상은 이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도 포함됐었다. 대선 당시에도 재외국민 수가 늘어나는 현실과 낮은 투표 참여율을 거론하며 제도 개선 필요성을 제기해 왔다.

 

이 대통령은 동포들의 정서에도 공감하는 메시지를 덧붙였다. 그는 "국민으로서 '본국이 잘되나', '뭐 하고 있나', '또 계엄을 하는 게 아닌가', '경제가 망가지거나 창피한 일이 있지 않을까' 걱정을 하시기도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더는 본국 걱정을 하지 않도록, 자부심을 가질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말해 국내 정치와 경제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 대통령의 이번 발언을 계기로 재외국민 투표 제도 개편 논의가 다시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전자투표 도입과 관련해서는 그동안 선거관리 취약 지점과 해킹 가능성, 개표 신뢰성 논란이 반복돼 온 만큼, 여야와 선거관리위원회, 관계 부처 사이 치열한 논쟁이 예상된다.

 

국회는 차기 전국 단위 선거 일정을 감안해 재외국민 참정권 보장 방안을 둘러싼 법·제도 논의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전자투표와 우편투표 등 다양한 대안을 검토하면서, 재외국민의 투표 편의 증진과 선거 공정성·보안 확보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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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재외국민전자투표#요하네스버그동포오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