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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미세먼지 치매 메커니즘 규명”…존스홉킨스대, 루이소체 위험 인자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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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미세먼지 치매 메커니즘 규명”…존스홉킨스대, 루이소체 위험 인자 확인

정재원 기자
입력

초미세먼지(PM2.5)가 신경퇴행성 질환인 루이소체 치매 발병의 새로운 위험 인자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교와 호주 시드니공과대학교 연구진이 2024년 6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한 연구에서, 전 세계 루이소체 치매 및 파킨슨병 환자 5600만여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대기오염에 장기간 노출될 때 특히 초미세먼지가 루이소체 치매 발병 위험도를 높인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업계는 이번 연구가 신경퇴행 질환 분야에서의 대기환경 규제 논의를 한층 가속화할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연구팀은 루이소체 치매와 파킨슨병 환자 5650만 명의 2000~2014년 입원 데이터를 토대로, 개인별 초미세먼지 노출 수준과 질환 발병률을 연계 분석했다. 그 결과 초미세먼지에 장기 노출된 대조군의 경우, 루이소체 치매로 인한 입원 위험이 비노출 대비 12% 높게 나타났다. 루이소체 치매는 알츠하이머, 혈관성 치매에 이어 국내외에서 세 번째로 흔한 치매 유형으로 분류된다. 이 질환은 뇌신경에서 알파-시누클레인(α-synuclein) 단백질이 응집해 루이소체를 형성, 신경세포 기능 저하 및 사멸을 일으키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연구진은 초미세먼지의 치매 유발 메커니즘 해명을 위해 쥐를 활용한 흡입 실험을 병행했다. 쥐에게 10개월간 PM2.5를 노출시킨 결과, 공간 기억력 및 인지능력 저하가 관찰됐고, 뇌 조직에서는 알파-시누클레인 축적과 함께 기억 담당 내측두엽 위축 현상이 뚜렷이 드러났다. 반면 알파-시누클레인 결여 유전자 조작 쥐에서는 동일 조건에서 신경변화가 없었다. 이는 초미세먼지 노출 시 알파-시누클레인이 질병 진행의 필수경로임을 시사한다.

 

연구팀은 초미세먼지에 노출된 동물·환자군의 유전자 발현을 분석, 루이소체 치매와 파킨슨병 치매 환자의 분자 신호 변화가 PM2.5에 노출된 쥐에서 유사하게 재현됨을 확인했다. 이는 대기오염이 루이소체 치매에 걸리기 쉬운 유전적 소인이 있는 경우 발병을 앞당길 수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초미세먼지 성분 일부가 폐 염증을 유발하고, 혈류를 거쳐 혈뇌장벽(BBB)을 투과해 직접 뇌에 영향을 미치는 경로가 작동하는 것으로 관찰됐다.

 

글로벌 차원에서도 미·유럽 대기오염 규제가 강화되는 가운데, 아시아권에서는 치매 및 파킨슨병 예방을 위한 대기질 관리 당위성이 새삼 부각되고 있다. 미국 NIH(국립보건원) 등은 치매 발병 위험 요인으로 환경 노출을 공식적으로 평가하는 프로토콜 개편에 나서고 있다. 국내 전문가들은 “환경성 치매 관리가 고령화 시대의 보건 정책 최우선 의제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한다.

 

다만 연구진은 쥐 실험 설계가 실제 인간의 노출 조건과 일부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예컨대 실험 쥐는 상대적으로 고농도 초미세먼지에 노출되었으므로, 실제 생활환경에서의 저농도 장기 노출과 직접적으로 등치시킬 수 없다고 한계를 명시했다. 향후에는 보다 현실적인 인체 노출 모델과, 초미세먼지 분자 유형에 따른 뇌질환 연관성 규명 등 후속 연구를 예고한 상태다.

 

샤오보 마오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초미세먼지가 루이소체 치매 발병에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주는지, 뇌-장 축을 따라 단백질이 전파되는 확산 경로도 부각된다”며, “대기오염이 기존에 알려진 환경인자들에 더해 치매 위험을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예방과 규제 정책 근거가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산업계는 이번 연구가 실제 치매 관리 정책, 대기오염 관리 기준에 반영될지 주목하고 있다. 과학계 일각에서는 환경 요인 관리와 더불어, 유전체 분석 등 정밀 진단 기술 발전이 치매 발병 위험군 조기 선별을 위한 핵심 전략으로 부각될 가능성도 지적된다.

정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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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스홉킨스대학교#초미세먼지#루이소체치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