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올해의 밴 석권 기아 PV5”…아시아 EV 상용차 돌풍→글로벌 판도 재편 전망
기아가 중형 목적기반모빌리티 PV5로 2026 세계 올해의 밴을 거머쥐며 전기 경상용차 시장의 주도권 경쟁에서 굵직한 족적을 남겼다고 20일 밝혔다. 프랑스 리옹에서 열린 세계 상용차 박람회 솔루트랜스에서 진행된 심사에서 PV5는 포드 E-트랜짓 쿠리어, 포드 E-트랜짓, 폭스바겐 크래프터, 파라이즌 SV 등 유력 후보를 제치고 최종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한국 브랜드로는 처음이자 아시아 전기 경상용차 최초의 수상으로, 26명 심사위원 전원 일치라는 결론은 글로벌 상용차 시장의 기술 기준이 내연기관 중심에서 전동화·지속가능성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웅변하는 상징적 사건으로 받아들여진다.
세계 올해의 밴 상을 주관하는 IVOTY는 유럽 각국 경상용차 전문 기자들로 구성된 비영리 기관으로, 경상용차 업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독립 평가 기구로 평가된다. 평가단은 12개국 이상에서 판매를 개시한 후보 중 7개 차량을 추려 기술 혁신성, 효율성, 안전성, 환경성, 지속가능성 등을 종합 척도로 삼아 심사를 진행했다. IVOTY 위원장 잘라스 스위니는 PV5가 우수한 성능과 효율적인 전기 플랫폼, 사용자 중심의 설계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고 언급하며, 전원 일치 선정 사실을 들어 PV5가 전기 상용차 시장에서 실용적 혁신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이는 전기 상용차가 이제 실험 단계가 아닌 본격적인 비즈니스 도구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면으로 해석된다.

PV5는 기아가 내세우는 목적기반모빌리티 전략의 중심축 역할을 담당하는 모델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긴밀하게 결합한 비즈니스 플랫폼 성격이 뚜렷하다. PBV 전용 전동화 플랫폼 E-GMP.S를 토대로 편평한 플로어 구조와 넓은 실내·화물 공간을 확보해 화물·셔틀·서비스 차량 등 다양한 용도로의 전개를 염두에 둔 설계를 구현했다. 다양한 어퍼 바디를 유연하게 결합할 수 있는 구조를 채택해 플릿 사업자와 물류 업체, 모빌리티 서비스 사업자가 각자의 업무 특성에 맞는 사양을 구성할 수 있도록 한 점도 평가단이 주목한 대목으로 관측된다. 이는 단일 차종 판매 중심에서 모듈형 서비스 패키지 제공으로 수익 구조를 확장하려는 글로벌 상용차 업계 흐름과 맞물린 전략이라 할 수 있다.
안전성 역시 상용차 특성에 맞춰 입체적으로 보강됐다. 전방 다중 골격 구조와 배터리 보호 설계, 초고장력강 적용을 통해 충돌 시 차체 강성을 끌어올렸고, 첨단 운전자 보조 기능과 페달 오조작 안전 보조 시스템을 적용해 도심 운행과 빈번한 승하차 상황에서 발생하기 쉬운 사고 위험을 줄이도록 설계됐다. 배터리를 차체 구조와 일체화한 레이아웃과 전기 플랫폼 최적화 설계는 주행 효율과 무게 배분, 적재성의 균형을 고려한 결과로, 상용차 본연의 기능성과 전동화 기술이 충돌하지 않도록 조율한 점이 특징으로 꼽힌다.
기아의 전동화 수상 이력도 PV5 수상에 의미를 더한다. 기아는 2023년 EV6 GT로 세계 올해의 고성능 자동차, 2024년 EV9으로 세계 올해의 자동차와 세계 올해의 전기차, 2025년 EV3로 다시 세계 올해의 자동차를 수상하며 4년 연속 글로벌 EV 관련 상을 석권했다. 여기에 PV5가 세계 올해의 밴 타이틀을 추가하며 승용에서 상용으로, 고성능에서 대중형과 PBV 영역으로까지 전동화 역량을 확장하는 입체적 포트폴리오가 가시화됐다는 평가가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이는 기아가 단일 차급의 성공에 머무르지 않고 EV 전용 플랫폼과 소프트웨어 역량을 다양한 차종과 용도에 수평 전개하는 전략이 국제 무대에서 인정받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송호성 기아 사장은 오랜 기간 이어온 EV 혁신 노력이 상용차 영역까지 확장됐다고 언급하며 PV5의 수상이 글로벌 경상용차 시장의 기준을 재정의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PV5를 앞세운 기아의 PBV 전략이 물류·라스트마일 배송·도심 모빌리티 서비스 분야에서 전동화 전환을 고민하는 글로벌 사업자들에게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할 것으로 전망한다. 동시에 탄소중립 규제 강화와 도심 배출가스 규제 확대 흐름 속에서 전기 상용차에 대한 정책 지원과 인프라 투자가 확대될 경우, PV5와 유사한 전용 EV 상용 플랫폼의 시장 영향력도 더욱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기아가 PV5를 발판으로 다양한 차급의 PBV 라인업을 순차적으로 전개할 경우, 글로벌 상용차 시장은 내연기관 중심의 구도에서 전기·소프트웨어 기반 비즈니스 생태계 경쟁으로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