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되길"…이재명, 마크롱과 한프 동맹 강화 논의
정책 협력을 둘러싼 셈법이 복잡해진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다시 마주 앉았다. 주요 20개국 G20 정상회의가 열린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양국 정상이 회담을 갖고 관계 격상과 미래 동맹 구상을 놓고 머리를 맞댔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22일 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양국 관계를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끌어올리자고 제안했다. 두 정상의 대면은 지난 6월 캐나다에서 개최된 주요 7개국 G7 정상회의 확대 세션 이후 5개월 만이다.
이 대통령은 회담 모두발언에서 캐나다에서의 첫 만남을 언급하며 "그때 마크롱 대통령이 제 옆자리에 앉았는데, 그 모습을 담은 영상이 대한민국에서 매우 유명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프랑스와 대한민국은 특별한 관계인데, 오늘 회담을 계기로 정말 각별한 관계로 더 발전하면 좋겠다"며 "양국의 관계도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한 단계 더 격상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구체 협력 분야로 문화와 경제, 안보, 첨단기술을 꼽으며 "문화, 경제, 안보, 첨단기술 등 각 분야에서 협력을 더 확고히 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이 북한의 남침으로 위기를 겪을 때 파병을 통해 지원해 준 점에 대해 다시 감사드린다"고 말해 6·25전쟁 당시 프랑스의 참전을 상기했다.
이 대통령은 양국의 역사적 인연도 꺼냈다. 그는 "프랑스 대혁명이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지만 대한민국 민주주의 발전에도 크게 영향을 미쳤다는 점도 말씀드리고 싶다"고 언급한 뒤 "위대한 프랑스, 반갑습니다"라고 인사를 건넸다. 민주주의 가치와 역사적 경험을 공유한 국가로서 한프 관계의 상징성을 부각한 셈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 대통령의 제안에 공감을 표하며 협력 의지를 재확인했다. 그는 "이 대통령 말씀처럼 G7에서 잠깐 마주칠 기회가 있었는데, 이번에 회담하게 돼 기쁘다"며 "양국은 안보·인공지능 AI·우주·원자력발전·재생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특히 한국의 대외정책 기조를 높게 평가했다. 그는 "대한민국이 우크라이나 문제 등 핵심적 사안에 대해 명백하고 일관성 있는 입장을 유지해주는 점에도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싼 국제 공조 구도 속에서 한국과 프랑스가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양국 정상은 내년 양국 수교 140주년을 맞아 정상 상호 방문도 논의했다. 이 대통령은 "올해 9월에 방한하려다 못했는데, 내년은 한국과 프랑스 수교 140주년인 특별한 해인 만큼 꼭 방한해주길 바란다. 국민과 함께 국빈으로 잘 모시겠다"며 마크롱 대통령에게 공식 초청 의사를 전했다.
이에 마크롱 대통령은 "수교 140주년을 기념해 내년 방한을 준비하도록 하겠다"고 화답했다. 이 대통령은 "기다리고 있겠다"고 답하며 내년 중 마크롱 대통령의 국빈 방한 성사를 기대하는 뜻을 나타냈다.
이번 한프 정상회담은 민주주의와 인권, 우크라이나 전쟁, 인공지능과 우주·에너지 협력 등 전략 현안을 폭넓게 다루는 자리로 평가된다. 한국과 프랑스가 전략적 동반자 관계 격상을 공식 의제로 올린 만큼, 양국 외교 당국은 향후 협의 채널을 가동해 구체적인 협력 로드맵을 조율할 전망이다.
정부는 내년 수교 140주년을 계기로 정상 상호 방문과 문화·경제·안보 행사를 연계한 협력 프로그램을 검토할 예정이다. 정치권도 향후 국회 차원의 교류 확대와 협정 비준 논의를 예고하고 있어, 한프 관계는 G20를 계기로 한층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