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은 유사 군정”…윤석열 전 대통령, 방첩사 장교 증언 정면 반박
내란 등 중대한 정치적 갈등 지점을 둘러싼 윤석열 전 대통령과 방첩사령부 장교가 재판정에서 맞붙었다. 계엄 선포와 선거관리위원회 출동 지시의 정당성 여부를 두고 법정 증언과 직접 반박이 이어지면서 진실 공방이 한층 격화됐다. 방첩사 내부 저항의 기록화 요청까지 더해지며 이번 재판은 한국 현대 정치의 고착 구조를 다시 조명하고 있다.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 심리로 열린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 우두머리 혐의 등 공판에서는 방첩사령부 간부들이 당시 계엄령 과정과 관련된 구체적 상황을 진술했다. 유재원 방첩사 사이버보안실장(대령)은 “12월 3일 밤, 정성우 전 방첩사 1처장(준장)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지시를 하달했다”고 밝혔다. 정 준장이 “‘이 계엄은 적법한 절차다. 따르지 않으면 항명에 처한다’고 전했다”면서, 임무로는 “선관위 사무국과 여론조사 꽃의 전산실 확보, 불가 시 하드디스크를 떼오라”는 지시가 있었음을 언급했다.

유 대령은 “사이버보안실에 수사관 자격이 없다고 이의제기했고, 이튿날 새벽 관련 위법성을 토의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윤석열 전 대통령은 “계엄령은 유사 군정이기 때문에 선포 즉시 계엄 당국이 행정·사법 업무를 관장하도록 법에 규정돼 있다”며 “행정 목적상 DB나 자료 현황 점검은 계엄 당국의 권한”이라고 반박했다. 점검과 압수의 법적 차이를 놓고 쟁점이 부각됐고, 유 대령은 “위법 소지가 있었다”고 거듭 지적했다.
이날 유 대령은 “12·3 계엄의 주범으로 꼽히는 방첩사 내부에도 저항 세력이 있었음을 꼭 기록에 남겨달라”고 강조했다. 방첩사 내부의 이견 표출이 공식 기록으로 언급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전에는 양승철 방첩사 경호경비부대장(중령)이 포고령 2호에 따른 선관위 출동 지시와 관련한 판단을 증언했다. 양 중령은 “8명의 지휘관이 대통령, 장관, 사령관 지시에 따르긴 했으나 임무의 정당성을 판단해 봤고, 정당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불복 시 항명죄 적용 우려에 일단 출동했다”고 말했다. 포고령 2조에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거나 전복을 기도하는 행위 금지, 가짜뉴스·허위 선동 금지” 조항이 명시돼 있다.
이에 윤석열 전 대통령은 “계엄법 7조와 8조에 따르면 계엄 당국이 행정 및 사법 사무를 관장할 권한이 있으며, 선관위 업무 역시 계엄법상 검토 대상”이라며 “포고령만 보고 임무 정당성을 판단하는 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양 중령은 “포고령만 근거로 출동 여부를 판단했고, 당시 현장 분위기는 결코 자유롭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선관위 서버 확보, 하드디스크 떼오기 등 명령의 위법성 논란을 놓고 방첩사 간부들은 “점검 아닌 수사로 해석했다”고 밝혔다. 이에 특검 측도 “사실상 수사 명령으로 인지했느냐”고 재차 확인했다.
이번 재판을 계기로 계엄령 집행과 군 내부 명령 체계, 명령 불복의 위험성 등이 다시 쟁점화됐다. 민주적 통제와 명령 복종, 현장 판단 간 갈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분석도 있다. 향후 법원의 판결과 정치권 논의가 이 문제의 향방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