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재판부, 법원 안에서 추천·임명"…더불어민주당, 위헌 논란 의식해 수정안 가닥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를 둘러싼 위헌 논란을 놓고 더불어민주당과 사법부 권한을 둘러싼 갈등이 다시 부각됐다. 민주당은 재판부 구성 권한을 법원 내부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선회하며 정치적 부담을 줄이려는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은 16일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의 핵심 쟁점인 판사 추천 방식과 재판부 설치 범위에 대한 수정 방향에 의견을 모았다. 당 지도부는 이날 논의를 토대로 수정안을 마련해 오는 21일 또는 22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추천위원회 구성과 관련해 “내부인으로 구성하는 쪽으로 방향이 잡혔다”고 밝혔다. 그는 추천위원 추천권을 법원이 갖고, 추천위원 역시 법원 내부 인사로만 꾸리도록 조항을 고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당초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안에는 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법무부 장관, 판사회의 추천 인사 등을 포함한 9명이 추천위원회를 구성하도록 돼 있어 행정부와 헌법재판소 인사가 사법부 인사에 관여한다는 점에서 위헌 소지가 크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추천 단계부터 임명 과정까지 외부 개입을 배제하는 방향으로 손질에 나선 것이다.
구체적인 추천위 구성 방식은 향후 추가 논의를 통해 확정하기로 했다. 다만 판사회의와 전국법관대표회의 등이 절차에 관여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일부 현안에서 진보적 목소리를 내온 기구로 평가된다.
허영 더불어민주당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기자들에게 “기존에는 조희대 대법원장이 단독으로 배당했다면 이제 각급 법원의 판사회의 등에서 추천할 수 있게끔 절차가 마련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법행정 권한이 대법원장에게 과도하게 집중된다는 지적을 의식해 내부 합의 구조를 보강하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민주당은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임명 절차도 명문화하기로 했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판사 임명과 관련해 ‘대법관 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는 조항을 추가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헌법 104조에 “대법원장과 대법관이 아닌 법관은 대법관회의의 동의를 얻어 대법원장이 임명한다”고 규정돼 있는 점을 고려한 조정이라는 설명이다.
재판부 설치 범위도 사실상 2심부터로 좁힌다. 애초 안은 1심부터 내란전담재판부를 설치하도록 했지만, 민주당은 법 조문상 1심 설치 가능성은 남겨두되 부칙에 ‘현재 진행 중인 재판은 이관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기로 의견을 모았다. 형식상 1심 설치 규정을 유지하면서도, 이미 진행 중인 특정 사건에 대한 재판부 변경이 위헌적 처분 입법이라는 지적을 피하려는 조치다.
이 방침대로라면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은 지귀연 부장판사가 맡고 있는 현 1심 재판부가 계속 심리하게 된다.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된 ‘특정 사건을 겨냥한 재판부 갈아끼우기’ 논란을 완화하려는 의도도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법률 명칭도 보다 일반적인 형태로 바꾸기로 했다. 기존 안의 법명은 ‘12·3 윤석열 비상계엄 등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제보자 보호 등에 관한 특별법’이었다. 민주당은 이를 ‘내란 및 외환에 관한 특별전담재판에 관한 특별법’으로 수정하기로 했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처분적 법률이라는 점을 제거하기 위한 것”이라며 “법명을 일반화하는 방향으로 정리됐다”고 설명했다.
강력한 형사 제한 규정도 대폭 정리될 전망이다. 기존 안에 포함돼 있던 내란범에 대한 사면 제한 규정, 내란·외환 관련 범죄의 구속기간을 최대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은 삭제 수순을 밟고 있다. 다만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오늘 언급하기엔 적절치 않다”며 “세밀하게 다듬어 성안할 때 말하겠다”고 말해 세부 조정 가능성을 남겼다.
민주당이 이처럼 큰 폭의 수정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법제사법위원회 통과 이후 불거진 당내 우려가 자리 잡고 있다. 앞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민주당 강경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가결해 본회의로 넘겼다. 그러나 법안 내용에 대한 위헌성 논란이 헌법학계와 법조계는 물론 민주당 내부에서도 제기되자, 지도부는 본회의 처리에 앞서 수정 논의에 들어간 상황이다.
민주당은 국회법 절차에 따라 본회의에서 수정안을 상정해 표결 처리할 계획이다.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은 21일 또는 22일로 예상되는 본회의 안건으로 거론되고 있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최종 당론 추인 절차를 마친 것은 아니다”며 “원내대표 중심으로 세부적인 정리를 한 뒤 최종안을 성안, 다시 당론 발의 과정을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제안된 수정안에 대해 특별히 이견이 없었다”며 의총 분위기를 전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주도한 당 소속 법제사법위원들을 격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경 입법 기조는 유지하되, 법률 구조를 손질해 위헌 논란을 완화하려는 이중 전략으로 해석된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과 함께 이른바 허위정보근절법으로 불리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도 21일부터 24일 사이 열릴 본회의에서 처리한다는 구상이다.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정보통신망법 개정안도 본회의에서 처리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국회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과 허위정보근절법을 둘러싼 여야 공방이 거세질 경우, 연말 정국에서 또 한 차례 격론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은 헌법상 사법권 독립과 표현의 자유에 미치는 영향을 두고 치열한 논쟁을 이어갈 전망이며, 여야는 다음 본회의에서 법안 처리 수순을 놓고 정면 충돌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