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트루다SC 유럽 허가" 알테오젠, 219억 기술료…항암제 제형 패러다임 흔든다
피하주사 전환 기술이 항암제 시장의 제형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알테오젠의 인간 히알루로니다제 ALT-B4가 적용된 키트루다SC가 유럽에서 품목 허가를 받으며, 국내 기술이 글로벌 면역항암제의 투약 방식을 바꾸는 사례가 현실화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유럽 허가를 면역항암제 정맥주사 중심 시장을 SC 제형 경쟁 구도로 전환시키는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알테오젠은 27일 공시를 통해 미국 MSD에 기술이전한 ALT-B4가 적용된 키트루다SC의 유럽 품목 허가에 따라 단계별 마일스톤 기술료 1500만달러, 약 219억4000만원을 수령한다고 밝혔다. 수령 시점은 계약 조건에 따라 30일 이내로 예정돼 있으며, 규모는 알테오젠 전년도 연결 매출 1029억원의 약 21.3%에 해당한다. 이번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승인은 키트루다 성인 33개 적응증 전체에 대해 피하주사 제형 사용을 허용한 점에서 기술 상용화 범위가 한 번에 넓어진 사례로 받아들여진다.

ALT-B4는 알테오젠이 자체 개발·제조한 인간 히알루로니다아제로, 체내 조직 사이에 있는 히알루론산이라는 다당류를 일시적으로 분해해 약물이 피하조직에서 더 빠르게 확산되도록 돕는 효소 기반 기술이다. 정맥주사로만 투여되던 고용량 바이오의약품을 피하에 소량 고농도로 주입해도 흡수가 가능하도록 설계됐다는 점이 핵심이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정맥주사를 위한 별도 혈관 확보나 장시간 주입이 필요 없고, 환자 체류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
키트루다SC는 이러한 ALT-B4 기술을 기반으로 한 피하주사 제형으로, 기존 정맥주사 제형 대비 투여 시간이 획기적으로 단축된다. 회사 측에 따르면 3주 간격 투여 시 1분, 6주 간격 투여 시 2분 수준으로 투약이 가능해, 수십 분에서 길게는 1시간 이상 걸리던 정맥 투여 대비 병원 내 체류 부담을 크게 낮추는 구성이 된다. 의료진 입장에서는 주사 준비와 모니터링 시간을 줄여 진료 동선 효율을 높일 수 있고, 환자 입장에서는 항암 치료에 따른 물리적 피로와 병원 방문 시간을 동시에 덜 수 있는 형태다.
특히 이번 기술은 정맥주사 중심으로 설계돼 온 기존 항암제 투약 방식의 제약을 넘어섰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SC 제형 전환 기술이 상용화되면, 항암제 외 다른 고용량 항체 의약품,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희귀질환 치료제 등으로 확대될 수 있는 여지도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글로벌 제약사 입장에서는 이미 시장성이 검증된 블록버스터 의약품의 수명 연장 전략과도 맞물린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바이오제제 SC 제형 전환 경쟁이 이미 본격화된 상황이다. 서방에서는 특정 히알루로니다제를 기반으로 한 피하주사 전환 기술이 항암제와 면역질환 치료제에 적용돼 병원 체류 시간 단축과 병상 회전율 개선 효과를 노리고 있다. 알테오젠은 자체 개발한 인간 히알루로니다제를 앞세워 MSD와의 라이선스 계약을 2020년 6월 체결해 글로벌 경쟁 구도에 합류했고, 이번 유럽 허가로 기술의 임상적 효용성과 상업적 가치를 동시에 입증한 셈이 됐다.
알테오젠과 MSD 간 계약 구조를 보면, ALT-B4 사용권을 제공한 대신 단계별 마일스톤과 향후 판매 로열티 수취가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지난달에는 ALT-B4가 적용된 MSD 면역항암제 키트루다 큐렉스가 미국식품의약국 승인을 받으면서 약 350억원 규모의 기술료를 수령한 바 있다. 이번 유럽 마일스톤 유입으로 알테오젠의 재무 구조와 후속 파이프라인 투자 여력은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규제 측면에서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승인은 ALT-B4 플랫폼의 안전성과 효능이 유럽 규제 기준을 통과했다는 의미도 크다. 키트루다의 기존 적응증 전반에 동일 플랫폼 기술이 확장 적용된 만큼, 후속 적응증 추가나 다른 바이오의약품으로의 기술 확장 과정에서도 규제 심사 부담이 상대적으로 완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각 국가별 약가 협상과 보험 등재 과정에서 SC 제형의 편의성과 병원 운영 효율성이 얼마나 가치로 인정받을지는 여전히 변수로 남는다.
업계에서는 향후 SC 제형 전환 기술이 항암제뿐 아니라 만성질환 관리까지 영역을 넓혀, 병원 중심 치료를 가정과 지역사회 기반 관리로 이동시키는 촉매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디지털 헬스케어, 원격 모니터링 기술과 결합될 경우 환자가 의료기관 외부에서 피하주사를 맞고, 데이터를 의료진과 공유하는 형태의 새로운 치료 경로도 그려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알테오젠 ALT-B4 플랫폼의 상용화가 국내 바이오 기업의 글로벌 기술수출 모델을 고도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실제 매출 성장은 키트루다SC의 시장 안착 속도와 향후 추가 기술이전 계약 여부에 따라 갈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산업계는 알테오젠의 SC 전환 기술이 글로벌 항암제 시장에서 어느 수준의 표준 치료 옵션으로 자리잡을지, 그리고 이를 둘러싼 제형 경쟁 구도가 제약 산업 전반의 개발 전략을 어떻게 바꿀지에 주목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