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 핵심시설·전·현직 정치인 자택 동시 압수수색”…정치권 금품 의혹 전면 수사
경찰이 통일교와 전·현직 정치인들을 둘러싼 금품 수수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통일교 핵심시설과 정치권 관련 시설 등 10곳에 대한 대규모 압수수색에 나섰다. 통일교 자금이 정치권으로 흘러들어 갔다는 진술과, 천정궁 등에서 발견된 대규모 현금의 출처를 밝히기 위한 강제수사가 본격화한 것이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전담수사팀은 15일 오전 9시부터 경기 가평군 통일교 천정궁과 서울 용산구 통일교 서울본부, 한학자 통일교 총재와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이 수감된 서울구치소 등 10곳에 수사관을 투입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통일교 핵심 시설 외에도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의 자택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 임종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규환 전 미래통합당 의원의 자택도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수사에서 전재수 전 장관은 뇌물수수 혐의, 임종성·김규환 전 의원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피의자로 영장에 적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통일교 측에서 정치권으로금품이 전달됐다는 진술의 신빙성을 확인하고, 구체적인 자금 거래 구조를 파악하는 데 수사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국회 의원회관 압수수색은 절차 지연 논란도 낳았다. 경찰청 특별전담수사팀은 이날 오전 일찍 국회 의원회관에 도착해 전재수 전 장관 의원실 압수수색 준비에 들어갔지만, 실제로 수사 인력이 의원실 안으로 들어가 컴퓨터 파일 등 자료를 확보하기 시작한 시각은 오전 11시 20분 무렵으로 전해졌다. 국회의장 통보 등 국회 내부 절차를 감안해도 2시간 넘게 소요된 점을 두고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제기되고 있다.
시간이 지연되는 사이 변호인 등 관계자가 속속 도착했고, 일부 취재진은 의원실 내부에서 기계 장치가 작동하는 소리를 들었다고 전했다. 이를 근거로 문서 파쇄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압수수색 실효성과 증거 보전 여부를 둘러싼 논란도 커지고 있다. 경찰은 확보한 디지털 자료와 회계 서류 분석을 통해 증거 인멸 정황 여부까지 함께 들여다볼 방침이다.
통일교 측에 대한 수사는 자금의 성격과 흐름을 규명하는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다. 경찰은 천정궁과 서울본부 등에서 회계 자료와 내부 문건을 확보하고 계좌추적을 병행해 통일교 조직 자금의 수입·지출 구조를 분석할 계획이다. 서울구치소에서는 한학자 총재와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을 상대로 압수수색과 함께 수사 접견도 진행하려 했지만, 한학자 총재 측이 김건희 특검 관련 재판 일정 등을 이유로 연기를 요청해 접견은 추후로 미뤄졌다. 경찰은 변호인 측과 접견 일정을 재조율하고 있다고 밝혔다.
압수수색 대상에는 앞서 구치소 개인 금고에서 발견된 대규모 현금의 출처를 파악하기 위한 관련 자료도 포함됐다. 김건희 특검이 천정궁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발견한 280억 원 상당 현금이 대표적인 사례다. 경찰은 통일교 자금이 정치권으로 흘렀다는 진술과 이 현금 사이의 연관성을 확인하기 위해 계좌와 현금 흐름, 명품 시계 등 실물 금품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의혹의 구체적인 혐의 내용도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전재수 전 장관이 2018년 무렵 현금 2천만 원과 고가 시계 1점을 받았다는 진술, 임종성·김규환 전 의원이 2020년 총선 시기 각각 약 3천만 원가량의 자금을 수수했다는 진술이 대표적이다. 경찰은 실제 수수 여부와 자금 출처, 전달 경로, 대가성 여부를 종합적으로 규명하는 과정에서 통일교 조직 내 의사결정 구조와 정치권 네트워크를 함께 분석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경찰 수사는 김건희 특검 수사와의 관계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경찰은 지난 10일 특검으로부터 통일교 관련 내사 서류를 넘겨받은 뒤 23명 규모 특별전담수사팀을 꾸려 수사에 착수했다. 이후 서울구치소에서 윤영호 전 본부장을 접견해 진술의 신빙성을 점검하는 한편, 특검이 보관 중인 자료 확보도 병행해왔다.
동시에 경찰은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웨스트에 위치한 민중기 특검팀 사무실과 김건희 특검 사무실에도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 경찰은 특검이 사건을 이첩하면서 충분한 자료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보고, 자료 전달 과정의 적정성과 직무유기 가능성, 편파수사 여부까지 수사 선상에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기관 간 이례적인 ‘상호 수사’ 양상이 형성되면서 향후 법적 책임 공방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권의 공방은 수사와 맞물려 한층 격화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통일교 관련 의혹을 “권력형 범죄”로 규정하고 통일교 특검 도입을 요구하며 공동전선을 형성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통일교 특검은 수용할 수 없다”며 선을 그으며 기존 김건희 특검과 별도의 특검 도입에 부정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여야가 특검과 경찰 수사, 통일교와 정치자금 의혹을 둘러싸고 정면 충돌하는 구도가 형성되면서 수사는 물론 정국 전반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직접 의혹에 연루된 전재수 전 장관은 통일교 행사 참석과 금품 수수 주장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전 전 장관은 문제의 날짜에 성당 미사 참석이나 고향 벌초 일정이 있었다고 설명하며 “통일교 행사 참석 사실이 없다”고 반박하고, 불법 금품 수수 역시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임종성·김규환 전 의원도 각자 법률 대리인을 통해 사실관계를 검토하며 대응 논리를 가다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특정 종교단체와 정치권 간 자금 거래 의혹을 넘어, 정치자금 관리 체계와 수사기관 간 견제 구조, 특검 제도의 운용 방식 전반을 점검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통일교와 정치권, 특검과 경찰 수사가 서로 얽힌 구조 속에서 어떤 선까지 책임이 규명될지, 그리고 제도 개선 논의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경찰은 앞으로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자료 분석과 계좌추적, 추가 소환조사를 통해 통일교 자금과 정치권 금품 수수 의혹의 실체를 규명하겠다는 방침이다. 통일교 조직 운영과 정치권 로비, 특검 수사 적정성 문제가 한꺼번에 맞물린 이번 사건이 어떤 결론에 이르게 될지, 강제수사를 기점으로 수사와 정치 지형 모두의 향배를 둘러싼 논쟁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