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과거 벗어나자 하는 게 과거 머무는 것"…장동혁, 계엄 사과 요구 정면 돌파 시사

이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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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심판론과 내부 책임론이 교차하는 가운데 국민의힘 지도부와 강성 지지층이 장외에서 다시 맞붙었다. 계엄 사태 1년을 앞두고 불거진 당내 사과 요구를 두고, 지도부는 정면 돌파 기조를 강화하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1일 인천에서 열린 민생회복 법치수호 국민대회 마지막 행사에서 계엄 사태와 관련한 사과 요구를 겨냥해 "과거에서 벗어나자고 외치는 것 자체가 과거에 머무는 것이고, 저들이 만든 운동장에서 싸우면 안 된다고 그렇게 소리치는 자체가 저들이 만든 운동장에 갇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료에 따르면 행사는 계엄 사태 1년을 앞두고 개최됐다.  

장 대표는 "과거 위에 현재가 있고 현재 위에 미래가 있다"며 "우리가 보여줄 수 있는 건 변화된 현재, 더 변화된 미래"라고 강조했다. 계엄 사태와 관련해 당내 일각에서 제기된 지도부 차원의 공식 반성·사과 요구에 대해, 논의의 초점을 과거가 아닌 미래로 돌리겠다는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이어 그는 "뚜벅뚜벅 국민만 보고 민생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 답이고, 무너지는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제대로 싸우는 게 답"이라며 "똘똘 뭉쳐 이재명 독재에 맞서 싸우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계엄 논란 수세 국면을 돌파하기 위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겨냥한 공세 수위를 끌어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장 대표는 추경호 의원에 대한 법원의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언급하며 "기각을 확신한다"고 단언했다. 그는 "내일 영장 기각이 대반격의 신호탄이 될 것이고 지긋지긋한 내란몰이가 그 막을 내릴 것"이라며 "이재명과 민주당을 향한 국민 분노가 폭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수사와 사법 절차가 여권의 정치적 반전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 대목이다.  

 

여권이 추진 중인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문제에 대해서도 거친 표현을 동원했다. 장 대표는 "이재명 스스로 나치 독재 정권의 총통이 돼 법원을 발아래 두고 마음대로 주무르겠다는 것"이라고 규정하며 "감옥 갈 사람은 추경호가 아닌 이재명"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 정치에서 민주당, 이재명을 영구 퇴출해야 한다"며 "경제와 민생을 살릴 유일한 길은 이재명 정권의 조기 퇴장이다. 퇴장할 사람은 이재명, 해산할 정당은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장 대표 발언이 강경한 대여 공세에 집중된 반면, 현장에서는 당 지도부를 향한 강성 지지층의 불만이 노골적으로 분출됐다. 행사장에는 강성 유튜버들과 이른바 윤어게인 세력이 대거 참석해 "계엄 사과 반대", "윤어게인", "계엄은 옳았다", "윤대통령 석방하라"는 구호를 반복해 외쳤다. 계엄 사태를 둘러싼 사과 논쟁을 계기로 친윤 강경층과 지도부 사이 온도차가 다시 드러난 셈이다.  

 

특히 이들 일부는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최초로 불법 계엄 반성을 언급한 양향자 최고위원을 향해 "빨갱이", "배신자"라는 고성을 쏟아냈다. 손범규 당협위원장이 연설 도중 "누구와 싸워야 하느냐"고 묻자 현장에서는 "한동훈"이라는 답이 튀어나왔다. 계엄과 인적 책임 문제를 두고 지도부뿐 아니라 전직 비대위원장과도 갈등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음을 드러낸 대목이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런 강성 기류를 의식하면서도 노선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김민수 최고위원은 연설에서 "장동혁호 지지율이 올라가고 있다. 지금 가고 있는 길이 맞는 길"이라며 "중간중간 잡음에 신경 쓰지 말라. 저들이 잡음을 내는 건 우리가 두렵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당내 이견과 외곽 강성 여론을 '잡음'으로 규정하며 지도부의 노선 정당성을 강조한 셈이다.  

 

양향자 최고위원도 "우리가 똘똘 뭉치고 서로 존중하고 함께 한다면 우리는 이길 수 있다"고 말하며 내부 갈등 수습에 나섰다. 그는 "다양한 목소리를 하나로 모아내는 책임이 우리 지도부에 있다"며 "장 대표에게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양 최고위원은 계엄 사태에 대한 반성과 당의 미래 전략을 동시에 언급해온 만큼, 향후 지도부와 강성 지지층 사이 접점을 어떻게 마련할지가 주목된다.  

 

정계에서는 계엄 사태 1년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인천에서 장외 여론전을 마무리하면서, 당내 계엄 책임론과 대야 공세가 맞물린 내부 갈등이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을 향한 공세가 강화될수록, 계엄 사태에 대한 진상 규명과 사과 요구도 더욱 거세질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국회는 계엄 사태 관련 후속 논의를 포함해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논쟁, 사법 리스크 등을 두고 향후 회기에서 여야 공방을 이어갈 전망이다. 정치권은 계엄 책임 공방과 정국 주도권 싸움을 놓고 당분간 정면 충돌 양상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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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혁#국민의힘#이재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