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기지 부지 소유권 요구”…트럼프, 한미동맹 근간 흔드는 발언 논란
주한미군 기지 부지의 소유권을 둘러싼 미국과 한국의 갈등이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올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에서 주한미군 기지 부지 소유권 요구 가능성을 언급하자, 한미동맹의 근본 토대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정치권과 외교가에서 확산되고 있다.
2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주한미군) 기지를 건설하는 데 엄청난 돈을 썼고 한국이 기여한 게 있지만 난 그걸, 즉 기지의 부지에 대한 소유권을 원한다”며 “임대차 계약 없이 우리 군 기지가 있는 땅의 소유권을 확보할 수 있는지 보고 싶다”고 말했다. 주한미군 감축 구상에 대해선 “지금 말하고 싶지 않다. 우리는 친구고, 친구이기 때문”이라 답하는 과정에서 돌출적으로 부지 소유권 언급이 나왔다.

현재 한미 상호방위조약과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은 한국이 기지 부지를 미국에 무상으로 제공하되, 필요 없을 때는 반드시 다시 반환하도록 규정한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이러한 기본 합의 틀을 흔드는 것이라고 진단한다.
익명을 요구한 국제법 전문가는 “한국은 한미상호방위조약과 SOFA에 따라 미군기지 부지에 대해 행정권을 상당부분 양도한 셈이지만, 트럼프 대통령 발언은 소유권까지 확보해 부지를 완전히 미국 영토로 만들겠다는 것처럼 비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론적으로 미국 영토가 되면 SOFA 적용조차 필요하지 않게 되므로 현실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확장주의’ 태도는 이번에 처음이 아니다. 올해 2월에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소유 구상을 밝혔으며, 그린란드·파나마운하·캐나다 등 외국 영토의 소유권 또는 통제권을 노골적으로 시사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부동산 개발업자 이력과 “미국 우선주의” 기조가 맞물린 결과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편, 우크라이나와의 ‘광물협정’ 사례처럼 미국이 안보 지원의 대가로 실리적 이익을 추구한다는 평가도 뒤따른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소유권 언급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과 연계된다면 한미관계 전체에 큰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가자지구, 캐나다 등과 관련한 강경 발언들을 여론 악화 이후 거의 거론하지 않은 점을 들어, 이번 역시 협상 카드일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한국 정부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정상회담 결과와 관련해 “발언의 배경을 더 알아볼 필요가 있다”며 “주한미군 부지는 한국이 공여하는 것이며, 지대를 받는 개념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주한미군 감축 질문에 “지금 말하고 싶지 않다”며 압박을 자제하는 태도를 보인 점도 일정 부분 긍정적 신호로 해석됐으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는 시각이 많다. 미 국방부의 전 세계 미군 배치 조정과 국방전략 재검토도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만큼 논의의 불확실성이 지속될 전망이다.
정치권과 외교가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향후 한미동맹에 어떤 파장을 미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 진의를 파악하는 한편, 한미동맹 원칙을 고수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