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금값 온스당 4천100달러 돌파”…귀금속 투자 열풍, 안전자산 선호 심화

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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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미국 동부시간) 뉴욕과 런던 주요 금융시장에서 금 현물 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온스당 4천100달러를 돌파했다. 달러화 약세, 미국(USA)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 기조, 지정학적 위험 고조 등 복합 요인이 안전자산 선호 심리를 자극하면서 전통 귀금속 시장이 급등한 것이다. 이번 가격 급등은 인플레이션 우려 및 고평가 주식시장에 대한 회피 심리가 더해져 국제 투자 흐름에 직접적인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현지시간 13일 오후 뉴욕에서 금 현물 가격은 전일 대비 2.8% 오른 온스당 4천128.9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때 4천131.29달러까지 오르며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금 선물 가격 역시 온스당 4천135.50달러로 집계됐으며, 올해 초 대비 57%나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값 온스당 4천100달러 첫 돌파…은값 1980년 ‘은파동’ 고점 경신
금값 온스당 4천100달러 첫 돌파…은값 1980년 ‘은파동’ 고점 경신

은값 역시 한때 온스당 52.5070달러까지 뛰어오르며 1980년 ‘은파동’ 당시 사상 최고치를 44년 만에 경신했다. 미국 ‘헌트 가문’의 투기가 촉발한 1980년 1월의 급등세 이후 처음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런던 시장의 대규모 공매도 청산, 안전자산 선호가 은값 상승의 결정적 배경이 됐다고 분석했다.

 

귀금속 투자 수요의 확대는 인플레이션 대응 및 지정학적 불확실성 심화와 맞물려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투자자들이 금리 하락기와 주식시장 조정에 대비해 귀금속을 피난처로 삼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은값은 2차전지, 전기차, 인공지능(AI) 등 친환경 산업 수요 증가로 공급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는 진단도 나왔다. 스프로트 에셋 매니지먼트의 슈리 카르구트가르 수석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은 시장의 공급과 수요 불균형이 매우 명확히 드러난 사례”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시장 변동성이 장기간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은 시장은 금 시장보다 9배 작기 때문에 가격 변동성이 매우 크다”며, “중앙은행의 은 보유가 없는 만큼 투자 흐름에 따라 단기적인 조정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은값은 73% 급등해 금의 상승률을 크게 앞지르는 등, 귀금속 시장 내 괴리가 심화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시장 변동성 확대와 단기 급등 위험에 대한 경계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국제사회는 단기적인 투자 열풍이 실질적 성장 동력으로 연결될지, 혹은 급등 뒤 조정 국면에 진입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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