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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날씨, 푸른 바다”…거제에서 만나는 살아 있는 역사와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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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날씨, 푸른 바다”…거제에서 만나는 살아 있는 역사와 풍경

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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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계획하다 보면, 사람들은 밝은 햇살만을 기대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흐린 날씨 아래서 만나는 남해 바다의 풍경은 또 다른 매력을 품고 있다. 요즘 거제를 찾는 이들은 맑은 날과는 다른, 고요한 하늘과 잔잔한 바다의 분위기에 깊은 여운을 느꼈다고 고백한다.

 

경남 거제시는 9일, 23.8도의 온화한 기온에 흐린 하늘이 이어졌다. 가벼운 북풍과 30%의 강수 확률이 더해지며, 여행의 템포도 자연스럽게 느려진다. 그만큼 자연과 역사를 더 가까이에서 곱씹게 된다.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거제 바람의 언덕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거제 바람의 언덕

대표적인 명소인 외도 보타니아는 한려해상국립공원 안쪽에 자리 잡고 있다.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듯한 이 섬은 사계절 빛깔을 달리하는 1,000여 종의 식물이 동화처럼 펼쳐진다. 유람선을 타고 장승포항을 출발하면, 해금강과 서이말등대, 지심도까지 차례로 비경을 만나며 마음속 '남해 지도'에 또렷한 추억을 남긴다. 선상 관광 중 전해지는 친절한 안내, 시원한 파도 소리에 여행자는 금세 일상과 멀어진다.

 

콧바람 한 번 살짝 쐬기에도 좋은 곳이 있지만, 이 섬에 오면 오래 머물고 싶어진다. 정갈하게 정비된 산책로를 따라 무심히 걷다 보면, 탁 트인 바다전망대 앞에서 어느새 마음이 환해진다. 실제로 외도에서 '이번 여행은 특별했다'는 후기가 쏟아지는 것도 이곳만의 이국적 분위기와 느긋함 때문이라는 반응이 이어진다.

 

하지만 거제는 자연만 아름다운 곳이 아니다. 계룡로에 자리한 거제포로수용소유적공원은 6.25 전쟁의 상흔을 고스란히 간직한 공간이다. 국가보훈부 현충시설로 아픈 역사의 장면과 평화의 소중함을 담은 곳. 포로들의 생활상과 전쟁 기록물, 영상 자료들이 긴 침묵 속 감정을 건드린다. 산책로를 따라 걷는 방문자들은 무심코 “전쟁은 다시 없어야겠다”고 속삭인다.

 

전문가들은 “여행의 본질은 결국 삶의 다층적인 면을 들여다보는 데 있다”고 표현한다. 어떤 날은 비경이, 어떤 날은 지난날의 아픔이 우리를 일으켜 세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흐린 날에 거제 외도를 걷는 그 기분, 직접 가 본 사람만 안다”는 공감이 쏟아진다.

 

작고 사소한 계절의 변화나 바다 위 산책 하나에도 우리는 얼마든지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된다. 지금 이 변화는 누구나 겪고 있는 ‘나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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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시#외도보타니아#포로수용소유적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