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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항체신약 타깃 발굴”…루닛, 글로벌 협업으로 정밀의료 확대

신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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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기반 바이오마커 기술이 항체 신약 개발과 암 진단의 패러다임을 변혁하고 있다. 의료 인공지능 기업 루닛은 2025년 5일부터 9일까지 미국 메릴랜드에서 열린 ‘미국면역항암학회(SITC 2025)’에서 AI 바이오마커 플랫폼인 ‘루닛 스코프’를 활용한 다수의 연구성과를 공개했다. 특히 글로벌 임상시험수탁기관(CRO) 셀카르타와의 공동연구, 대규모 IHC 이미지 분석 등 신약개발 핵심 영역에서 AI 기반 타깃 탐색 및 면역진단의 실효성을 입증하며, 학계와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발표를 ‘AI 정밀의료 확장 경쟁의 분기점’으로 본다.

 

루닛은 대표 플랫폼 ‘루닛 스코프 IO’를 통해 비소세포폐암, 대장암, 요로상피암 환자 93명의 H&E(조직 염색) 슬라이드를 AI로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이 과정에서 병리 전문의 판독치와 AI 판독 결과의 일치도를 수치화한 스피어만 상관계수는 종양세포둥지(TCN) 0.91, 종양관련기질(TAS) 0.86로 매우 높았다. 복잡한 추가 염색 없이도 기존의 병리 전문의와 유사한 정확도로 암 조직 내 면역환경을 판별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이 플랫폼은 대규모 임상시험 운영에 필요한 면역표현형 분석의 표준화를 뒷받침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쟁 기술 대비 진입장벽을 낮췄다는 평가가 나온다.

루닛은 또한 항체 기반 신약이 주목받는 글로벌 트렌드에 발맞춰, AI가 신약 타깃 탐색 과정에서도 실질적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시연했다. 자사 AI 플랫폼인 ‘루닛 스코프 uIHC’를 통해 34개 암종에서 4만 7591장의 면역조직화학(IHC) 이미지를 분석, ADC와 BiTE 등 차세대 항체의약품 후보 74개 단백질 타깃의 공간적 특성과 종양침윤림프구(TIL)와의 상호작용을 정량적으로 파악했다. 대부분의 단백질은 TIL 밀도가 낮았으나, PD-L1·TNFRSF4·FGFR4처럼 TIL 침윤도가 높거나 뚜렷하게 증가하는 특이 타깃이 발굴됐다. 이처럼 대규모 이미지 해석으로 잠재력이 높은 신규 타깃을 선별하는 능력은 글로벌 바이오 시장에서 AI의 차별화 포인트로 부각된다.

 

전통적 항체신약 개발은 후보물질 설정과 타깃 검증에 수년의 시간과 막대한 비용이 소요된다. 루닛의 이번 연구처럼 AI가 슬라이드 이미지 내 단백질 분포와 면역세포 위치 정보를 자동 정량화하면, 신약 발굴 효율성과 정확도가 기존 대비 크게 개선될 수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미국의 인실리코메디슨, 영국의 벤지언스 등 AI 기반 신약개발 스타트업이 바이오 파트너십을 확장 중이지만, 루닛의 사례는 국내 기업이 항체신약 분야까지 AI 적용 범위를 넓힌 첫 대규모 협업 사례라는 평가다.

 

기술 상용화와 임상 도입 측면에서 데이터를 활용한 바이오마커 연구는 각국의 규제 심사와 데이터 보호 정책, 임상시험 신뢰성 확보 등 복합적인 과제를 마주한다. 미국 FDA와 유럽 EMA는 이미 AI 기반 진단·바이오마커의 임상 검증 가이드라인을 강화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식약처 AI 의료기기 심사 기준이 진화하는 만큼, 루닛 등 기업들이 글로벌 표준화 흐름에 맞춰 기술 및 데이터 관리 역량을 높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항체기반 신약 시장이 연 15% 이상 성장하고, AI 융합 정밀의료 분야도 각국의 R&D 투자와 협력이 가속화되고 있다. 의료 AI 전문가들은 “AI 기반 바이오마커 분석과 신약 타깃 탐색이 실제 임상 및 신약 파이프라인의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을지 관련 산업계가 주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산업계 전체는 루닛 등 기술 선도 기업들이 글로벌 파트너십과 임상 적용 확대를 통해 시장 안착에 성공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신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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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닛#루닛스코프#셀카르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