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기준으로 누락 근로자 찾겠다”…정부, 고용보험 적용기준 전면 개편
고용보험 사각지대를 둘러싼 논쟁과 제도 개편 요구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정부가 고용보험 적용 기준을 근로시간에서 보수로 바꾸는 법 개정을 추진하며, 저소득·단시간 근로자 보호 확대에 나선다.
정부는 25일 국무회의에서 소정근로시간이 아닌 보수를 기준으로 고용보험 적용 대상을 정하는 내용을 담은 고용보험법 일부 개정안과 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 일부 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개정안은 국세청 소득 정보를 활용해 고용보험 가입 누락자를 찾아내고, 복수 사업장에서 일하는 근로자의 가입 기회를 넓히는 데 초점을 맞췄다.

현재 고용보험 적용 기준은 주 15시간 이상 근로 여부를 따지는 소정근로시간이다. 그러나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소정근로시간은 현장조사를 통해서도 정확한 확인이 어려워, 기준을 충족하고도 가입이 누락된 근로자를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정부는 이 한계가 플랫폼 노동 확산과 다중 일자리 증가로 더 커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개정안에 따라 적용 기준은 소득세법상 근로소득에서 비과세소득을 포함한 보수로 바뀐다. 고용노동부는 국세청에 신고된 소득 정보를 매월 연계해 고용보험 가입 대상임에도 누락된 근로자를 확인한 뒤 가입시키겠다는 방침이다. 고용노동부는 소득 연계를 통해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 효과가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를 내놨다.
복수의 사업장에서 일하는 저소득 근로자에 대한 보호도 강화된다. 지금까지는 각각의 사업장에서 받는 소득이나 근로시간이 기준에 미달할 경우 고용보험 가입이 어려웠다. 앞으로는 여러 사업장에서 얻는 소득을 합산한 금액이 보수 기준을 초과하면, 근로자의 신청에 따라 고용보험 가입이 가능해진다. 고용노동부는 이 제도 변화로 다수 일자리를 전전하는 저소득·단시간 근로자의 사회보험 접근성이 높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사업주의 행정 부담도 줄어든다. 그동안 사업주는 고용보험료 부과를 위해 국세 신고와는 별도로 근로자의 전년도 보수총액을 근로복지공단에 다시 신고해야 했다. 개정안은 사업주가 이미 국세청에 신고한 소득 정보를 활용해 보험료를 부과하도록 했다. 고용노동부는 동일 근로자에 대한 소득을 국세청과 근로복지공단에 이중 신고하던 구조가 개선돼, 보험 행정의 정확성과 효율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구직급여 산정 기준도 조정된다. 지금까지는 이직 전 3개월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구직급여액을 산출했지만, 개정안은 이 기간을 이직 전 1년 보수로 바꾸도록 했다. 고용노동부는 “구직급여액이 일시적 소득 변동에 좌우되지 않도록 해 근로자 실직 시 생계 안정과 구직활동 촉진에 기여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단기간 성과급이나 초과근로로 소득이 일시적으로 늘어난 경우처럼 특수한 상황에 따른 급여 왜곡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개정안 의결과 관련해 “이번 개정안은 노사와 전문가, 그리고 정부가 노동시장 변화에 따른 고용안전망의 미래 방향을 함께 고민하고 공감한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개정안과 같이 실시간 소득정보를 고용보험에 활용하게 되면, 고용보험 가입 대상임에도 가입되지 않은 분들을 즉시 확인해 보호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국무회의를 통과한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해 입법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는 개인정보 보호, 영세 사업장 행정 여건, 플랫폼·특수고용형태 노동자에 대한 적용 범위 등 세부 쟁점을 둘러싼 여야 공방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정치권은 고용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한 재정 부담과 노동시장 구조 변화 대응 방안을 놓고 추가 논의를 이어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