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으로 110억 피해 주장”…배재현 전 카카오, 미래에셋증권 소송전
전자거래 보안 취약을 악용한 해킹 사건이 대규모 금융소송으로 번지고 있다. 시세조종 혐의로 구속됐던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 대표가 자신이 입은 해킹 피해에 대해 미래에셋증권을 상대로 110억원 규모의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업계는 전자거래법상 금융사의 책임 범위와, 실제 피해액 기준을 둘러싼 양측 입장차가 향후 해킹 사고 대응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평가한다.
배 전 대표는 최근 미래에셋증권에 계좌의 현금 및 주식 원상복구를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금융사고가 전자거래 시스템의 위·변조에서 발생할 경우 금융사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전자금융거래법 조항을 근거로 내세웠다. 작년 10월 법정 구속 이후, 해킹 조직이 사전에 유출된 개인정보와 위조 신분증, 대포폰을 이용해 계좌의 주식을 매도하고, 자금을 국내 타 증권사와 인터넷은행, 암호화폐 거래소 등으로 옮긴 구조다. 배 전 대표는 "해킹으로 인한 전체 피해액이 110억원에 달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미래에셋증권은 유출된 피해액 규모 및 법적 책임 해석에 반박하고 있다. 회사 측은 "당시 실제 유출·인출된 금액은 시가 기준 76억6000만원이며, 이 중 60억8000만원이 회수돼 최종 피해액은 15억8000만원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계좌 주식의 현 시세를 기준으로 한 배상 요구는 ‘특별손해 배상’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핵심 쟁점은 미래에셋증권 등 금융사 책임의 범위다. 소송 과정에서 배 전 대표 측은 전자거래법을 근거로 금융사에 고객 피해 원상복구를 요구한 반면, 미래에셋 측은 신분증 진위 확인이 정부 시스템을 경유했으며, 대포폰 개통과 K뱅크의 인증 절차가 정상적으로 진행됐다는 점을 들어 자사 과실이 제한적이라고 맞섰다. 실제 해킹 피해 자금의 이체 경로가 삼성증권·케이뱅크로 분산된 점도 쟁점이다.
해킹 조직이 연예인, 대기업 총수 등 고액 자산가를 집중 표적으로 삼은 사실도 드러났다. 경찰은 2023년 하반기부터 통신사 웹사이트 등 수십여 곳을 해킹해 국내외 유명인 명의로 알뜰폰을 개통, 관련 계좌와 가상자산에서 총 380억원을 편취한 조직의 주범을 최근 구속했다. 피해자 일부는 신분 도용을 통한 대량 자산 유출 위기에 노출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소송은 금융권의 전자거래 보안책임과 피해보상 기준, 시스템 간 계정 검증 및 이체 위험성 등 금융보안 규제 논쟁을 재점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법원의 판결이 국내 금융사의 보안관제 강화와 해킹 사고 대응 체계를 좌우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계는 배상 책임 범주의 변동이 전체 금융거래 환경의 신뢰와 혁신에 중요한 변곡점이 될지 주목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