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바이오

스마트병원 전환 가속…한국로슈진단, 다학제 진료플랫폼 공급

배주영 기자
입력

데이터 통합 기반의 다학제 진료 플랫폼이 스마트 병원 전환의 핵심 인프라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로슈진단이 전자의무기록과 영상, 유전체 정보를 한 번에 연계하는 디지털 솔루션을 국내 의료기관에 본격 공급하며 정밀의료 구현 속도를 높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암 치료 옵션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이번 협력이 다학제 진료 디지털 전환 경쟁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로슈진단은 20일 효산의료재단 샘병원에 다학제 진료 지원 디지털 플랫폼 네비파이 클리니컬 허브를 공급했다고 밝혔다. 이번 도입으로 효산의료재단 산하 지샘병원과 안양샘병원, 2027년 개원 예정인 더샘병원까지 단계적으로 플랫폼을 확산해 통합 운영을 지원할 계획이다. 회사 측은 플랫폼 구축을 통해 암 다학제 진료를 체계적으로 표준화하고, 정밀의료 기반 진료 환경을 구현하겠다고 설명했다.

네비파이 클리니컬 허브는 암 진료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자의무기록, 영상 데이터, 병리 결과, 유전체 분석 정보 등을 하나의 화면에서 통합 조회·관리하도록 설계된 디지털 솔루션이다.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를 통해 각 진료과 의료진이 별도 시스템을 넘나들며 자료를 수집하던 과정을 단축하고, 다학제 회의 전 케이스 준비 시간을 줄여 협업 효율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특히 치료 방침 합의 내용과 향후 진료 경로, 구체적 치료 계획을 구조화해 관리할 수 있어 병원 내 진료 편차를 줄이고 표준 진료 프로세스를 정착시키는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는 평가다.

 

효산의료재단은 최근 늘어나는 암 환자 수와 복잡해지는 항암제, 면역항암제, 표적치료제 조합에 대응하기 위해 AI와 빅데이터 기술을 접목한 협진 중심 정밀의료 체계를 강화해 왔다. 데이터가 분절된 상태에서는 각 전문과의 판단을 통합하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돼, 실제 환자 진료에서 다학제 의사결정이 지연된다는 지적이 있었다. 샘병원은 이번 플랫폼 도입을 통해 진단부터 치료 계획 수립까지 과정을 데이터 중심으로 재구성하면서 스마트병원 중장기 로드맵을 구체화하고 있다.

 

국제적으로도 암 다학제 진료는 영상의학, 병리, 유전체 분석을 연계하는 디지털 플랫폼을 중심으로 재편되는 흐름이다. 미국과 유럽의 주요 암센터는 이미 유전체 패널 검사 결과와 치료 가이드라인을 자동 매칭해 추천하는 시스템을 실전 배치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이에 비해 국내에서는 병원마다 개별 전자의무기록과 유전체 분석 플랫폼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아, 데이터를 한데 묶어 임상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상용 솔루션 도입 사례는 아직 초기 단계로 평가된다. 이번 한국로슈진단과 샘병원의 협업은 글로벌 진단기업이 보유한 데이터 관리 기술을 국내 병원 현장에 적용하는 대표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한국로슈진단과 효산의료재단은 네비파이 브랜드를 중심으로 진단 검사 데이터에서 실제 임상 진료까지 이어지는 전주기 데이터 연계와 거버넌스를 강화할 방침이다. 데이터 거버넌스는 데이터 표준 정의, 접근 권한 관리, 품질 관리 체계를 포괄하는 개념으로, 향후 다기관 연구와 확장형 정밀의료 서비스의 기반이 된다. 한국로슈진단은 국내에서 축적한 운영 경험과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병원별 워크플로에 맞춘 솔루션 최적화와 현장 안착을 지원한다는 전략이다.

 

의료 데이터 통합 플랫폼이 실제 환자 진료에 반영되기 위해서는 개인정보 보호와 의료정보 비식별화, 의료기기 소프트웨어 규제 등 제도적 요소도 중요하다. 네비파이 클리니컬 허브는 의료진의 임상 의사결정을 직접 대체하는 기능보다는, 이미 확립된 진료 지침과 의료진 판단을 데이터로 보조하는 구조다. 이런 형태는 소프트웨어 의료기기 인허가, 원격협진, 데이터 활용 가이드라인 등 국내 제도 환경과도 비교적 부합하는 모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샘병원 이대희 이사장은 암 환자 증가와 치료 옵션 복잡성에 대응하기 위한 협진 중심 정밀의료 강화 방향을 강조하며, 이번 도입이 스마트병원 청사진을 구체화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국로슈진단 킷 탕 대표는 기술 공급을 넘어 의료 생태계 전반과의 파트너십을 통한 의미 있는 디지털 솔루션 구현을 강조하며, 데이터 통합을 기반으로 한 근거중심 의사결정 지원 의지를 밝혔다. 산업계는 이런 디지털 플랫폼이 실제 임상 현장에 얼마나 빠르게 안착해 성과를 입증하느냐가 스마트 병원 전환 속도를 좌우할 변수로 보고 있다.

배주영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한국로슈진단#샘병원#네비파이클리니컬허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