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사법부 수장 기본 책무 못했다"…법원공무원 78% "조희대 대법원장 직무수행 부적절"

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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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 내부 불신과 조희대 대법원장을 둘러싼 갈등이 노골화됐다. 법원공무원 다면평가 결과가 공개되면서 대법원장의 직무수행을 둘러싼 정치적 부담도 한층 커지는 모양새다.

 

법원공무원노동조합은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희대 대법원장과 각급 법원장에 대한 다면평가 설문 결과를 발표했다. 설문은 이달 3일부터 11일까지 온라인으로 진행됐으며, 전국 법원 5급 이하 공무원 4천364명이 참여했다. 전체 사법부 법원공무원 1만5천여명 가운데 약 3분의 1이 응답했다는 설명이다.

안경을 고쳐 쓰는 조희대 대법원장 / 연합뉴스
안경을 고쳐 쓰는 조희대 대법원장 / 연합뉴스

노조에 따르면 응답자의 78%가 조희대 대법원장의 직무수행이 부적절하다고 답했다. 특히 관리자 적합성 문항에서 응답자 2천258명 중 1천774명, 비율로 79%가 부적합 판정을 내렸다. 노조는 이 항목이 1점 만점에 0.21점을 기록해 주요 평가 항목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전했다.

 

구체 항목별 점수도 낮게 형성됐다. 행정·입법권 견제 항목은 0.20점, 국민기본권 향상 항목은 0.22점으로 집계됐다. 세 항목 평균점수는 0.21점에 그쳤다. 노조는 이 수치에 대해 "조 대법원장의 관리·운영 능력과 사법부 수장으로서의 역할 수행에 심각한 문제의식이 반영된 결과"라고 해석했다.

 

사법부 신뢰와 직무 지속 여부를 묻는 질문에서도 부정적 평가가 우세했다. 노조는 설문 문항 중 사법부 불신을 초래한 대법원장이 직을 계속 수행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3천16명이 답했고, 이 가운데 2천360명, 비율로 78%가 아니오라고 응답했다고 밝혔다. 대법원장 리더십에 대한 조직 내부 신뢰가 크게 저하됐다는 의미로 읽힌다.

 

법원공무원노조는 기자회견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강한 책임론을 제기했다. 노조는 "이번 결과는 사법부 수장으로서 기본적 책무조차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다는 구성원의 평가이자 경고"라고 강조하며 "조 대법원장은 직무 수행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조 대법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대법원이 설문 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조직 내 신뢰 회복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노조는 또 다면평가에 응답한 인원이 전체 법원공무원의 3분의 1 수준이라는 점을 들어 결과의 대표성을 강조했다. 노조 관계자는 "사법부 구성원 상당수가 현 사법부 리더십에 심각한 불신을 느끼고 있다는 객관적 신호"라며 "대법원은 민주적 조직 운영과 내부 소통 강화 등을 포함한 쇄신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조희대 대법원장과 대법원 측의 공식 입장이나 반응은 이날까지 전해지지 않았다. 다만 사법부 수장에 대한 내부 평가가 수치로 제시된 만큼, 대법원장이 향후 간담회나 대국민 메시지 등을 통해 입장을 밝힐지 주목된다. 일부 법조계에서는 대법원장 거취 문제까지 거론되기 시작한 만큼 정치권과 국회에서도 사법부 운영 전반에 대한 점검 요구가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번 다면평가는 법원 내 공무원들이 직접 참여해 사법부 수장과 지휘부를 평가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도 뒤따랐다. 사법행정 개혁, 법원 내부 민주성 강화 논의가 계속되는 가운데, 구성원 인식 변화가 실제 제도 개편이나 인사 구조 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법원공무원노조는 설문 결과를 토대로 대법원에 공식 의견서를 전달하고, 조희대 대법원장과의 면담도 요구하겠다고 예고했다. 향후 사법행정회의, 법원 내부 회의체 등에서 이 사안이 다뤄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정치권과 시민사회는 사법부 신뢰가 흔들리는 상황에 주목하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중심으로 사법행정 투명성과 대법원장 인사 제도 개선 논의가 본격화될 경우, 조 대법원장의 리더십 논란은 국정 전반의 거버넌스 문제로 번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회는 향후 회기에서 사법개혁 관련 논의를 이어가며 사법부와의 협의에 나설 계획이다.

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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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대대법원장#법원공무원노조#사법부신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