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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안부전화에 검침원 출동까지…와플랫 한전MCS, 고립노인 케어 확대

신민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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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기반 시니어 케어가 기존 콜센터나 방문 요원 중심 체계를 넘어 공공 인력망과 결합하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 디지털 돌봄 플랫폼을 운영하는 와플랫과 전력 검침 인력을 보유한 한전MCS가 협력해, 도서·산간 등 돌봄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의 고립노인을 상시 모니터링하는 모델을 구축하기로 한 것이다.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로 고독사 위험이 커지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두 회사의 시도가 디지털 헬스케어와 사회 안전망을 결합한 새로운 표준 사례가 될지 주목하고 있다.

 

와플랫과 한전MCS는 최근 NHN 판교 사옥 플레이뮤지엄에서 시니어 돌봄 협력 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행사에는 황선영 와플랫 대표와 정성진 한전MCS 사장이 참석했다. 양사는 와플랫의 AI 돌봄 기술과 한전MCS가 보유한 전국 단위 검침원 인력을 연계해, 물리적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을 포함한 전국 규모 돌봄 안전망을 가동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핵심 구조는 이원화된 관제 체계다. 먼저 와플랫은 AI 생활지원사 기술을 활용해 어르신에게 정기적으로 전화를 걸어 안부를 확인한다. 스마트폰에 설치된 앱을 통해 통화 기록, 휴대전화 사용 시간 등 일상 이용 패턴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기반으로 이상 징후를 탐지한다. 고령층이 직접 앱을 조작하지 못하더라도 평소보다 통화량이나 화면 터치가 급격히 줄어드는 패턴을 감지해 위험 신호로 인식하는 방식이다.

 

위험 징후가 탐지되면 한전MCS 검침원이 두 번째 안전망으로 작동한다. 전력 계량기 검침을 위해 전국에 분포해 있는 인력풀을 활용해, 관제센터로부터 요청이 오면 대상자의 거주지를 직접 방문해 안부를 확인한다. 현장에서 위급 상황으로 판단될 경우 지자체와 유관기관에 후속 조치를 연계하는 역할도 맡는다. 기존 검침 업무에 돌봄 기능을 추가해 공공 인력을 돌봄 인프라로 재해석한 구조다.

 

기술 측면에서 와플랫 AI 생활지원사는 스마트폰만으로 구동되는 통합 돌봄 플랫폼 형태를 취한다. 별도의 전용 단말 없이 앱 설치만으로 AI 기반 대화형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고, 스마트폰에 내장된 센서 데이터를 활용해 24시간 안부를 점검한다. 예를 들어 가속도 센서, 화면 점등 기록 등을 종합하면 활동량, 수면 패턴 등의 변화 추세를 추정할 수 있어, 고령자의 건강 상태 변화를 조기에 감지할 수 있다는 평가다.

 

헬스케어 기능도 포함된다. 와플랫은 식품의약품안전처 인증을 받은 심혈관·스트레스 체크 기능을 탑재해 스마트폰 카메라, 광학 센서 등으로 수집한 생체 신호를 바탕으로 심혈관 상태와 스트레스 지표를 분석한다. 분석 결과에 따라 전문 의료진과 연계된 전화 건강 상담으로 이어지는 구조도 마련했다. 돌봄 수행기관 담당자를 위한 통합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대상자의 안부, 건강 지표, 상담 이력 등을 한 화면에서 관리하는 기능도 제공한다.

 

이번 제휴를 계기로 와플랫은 안부 전화와 대면 확인을 결합한 부가 상품도 선보인다. AI 생활지원사를 이용하는 지자체와 기관을 대상으로 월 1회 AI 안부 전화, 월 1회 검침원 방문 확인을 포함한 패키지를 제공해, 도시와 농어촌을 아우르는 최소 수준의 정기 케어를 표준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통해 기존에는 도심 거점 중심으로 운영되던 관제 서비스가 한전MCS 인력망을 기반으로 전국 단위 현장 운영 역량을 확보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시장 관점에서 이번 모델은 디지털 돌봄과 오프라인 인력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케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AI만으로는 긴급 상황에서 실제 문을 두드려 확인하기 어렵고, 인력 기반 돌봄은 인건비와 인력 부족 문제로 커버리지를 넓히기 쉽지 않다. 양사의 모델은 상시 관제와 데이터 분석은 AI가 맡고, 출동이 필요한 구간에만 공공 인력을 투입해 효율성과 안전성을 동시에 노리는 구조로 해석된다.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서는 이미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원격 모니터링, AI 콜봇, 웨어러블 기반 낙상 감지 등이 확산되고 있다. 다만 대부분 의료보험 체계나 요양보험과 연계돼 있고, 유틸리티 검침 인력을 돌봄에 전환하는 형태는 상대적으로 드문 사례로 꼽힌다. 국내에서도 지자체 차원에서 우편집배원, 택배기사, 편의점 등 생활밀착 인력을 활용한 돌봄 모델이 시범 운영되고 있어, 전력 검침망을 활용한 와플랫과 한전MCS의 사례는 공공 인프라 재활용 측면에서 참고 모델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규제와 제도 측면에서는 의료행위와 비의료 돌봄 서비스의 경계, 개인정보 보호 이슈가 핵심 변수로 꼽힌다. 와플랫 AI 생활지원사가 수집하는 건강 관련 데이터는 의료정보에 준하는 민감정보에 해당할 소지가 있어, 데이터 암호화, 접근 통제, 이용 목적 제한 등 엄격한 관리가 요구된다. 특히 지자체와 연계해 공공사업으로 확산될 경우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지침과 복지부, 식약처의 디지털 헬스케어 관련 가이드라인 수렴이 필수다. 심혈관·스트레스 체크 기능처럼 의료기기 소프트웨어로 분류될 수 있는 영역은, 이미 확보한 인증 범위를 넘어설 경우 추가 임상과 허가 절차를 밟아야 할 가능성도 있다.

 

한전MCS 입장에서는 공공 인력의 역할 전환이라는 과제가 남는다. 검침원이 단순 계량기 확인을 넘어 취약계층의 안부를 살피고 위급 상황을 감지해야 하기 때문에, 기본적인 응급 대처 교육과 개인정보 보호, 응대 매뉴얼 등이 병행돼야 한다. 돌봄 노동의 정서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도 조직 차원의 지원 과제로 지적된다.

 

정성진 한전MCS 사장은 전국 단위 공공 인력과 운영 경험에 AI 돌봄 기술을 접목해 인력 운용을 돌봄 서비스로 확장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하며, 지자체와 지역 사회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황선영 와플랫 대표는 전국 지자체에 AI 생활지원사를 보급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도서·산간까지 포괄하는 돌봄 시스템을 고민해 왔다며, 신뢰할 수 있는 공공 인력망을 확보한 만큼 돌봄 사각지대를 줄여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양사의 협력이 디지털 돌봄 서비스의 지속 가능성을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본다. 지자체 예산 구조, 요금 체계, 데이터 활용 동의 절차 등 풀어야 할 과제가 남아 있지만, 초고령사회에 대비한 공공 안전망 확충 수단으로서 AI 기반 시니어 케어의 활용도는 점차 커질 가능성이 있다. 산업계는 이번 모델이 각 지역 특성을 반영한 다양한 변주를 낳으며 실제 현장에서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신민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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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플랫#한전mcs#ai생활지원사